지난 9일 "유명 탤런트 A군의 여자친구 B양이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후, 네티즌들은 유명 탤런트 A군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B양의 직업이 강남의 고급 룸살롱 호스티스였다는 사실은 많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더욱 발동시켰고, 결국 A군은 탤런트 오지호인 것으로 밝혀졌다. B양이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난 16일, 오지호가 소속사 싸이월드 타운 홈페이지에 "B양을 정말 사랑했다"며 장문의 글을 올린 것이다.
문제는 오지호의 고백 이후 불거졌다. 각종 연예신문 기자들은 서둘러 B양의 측근들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B양이 일했던 업소와 관련된 정보 및 그녀의 집안 사정 등이 낱낱이 기사화되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었다. B양의 사랑을 '호스티스답지 않은' 순애보라고 칭송하며 오지호의 배우 이미지를 완전히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소설 같은 기사들 역시 수두룩했다.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며,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의 제목을 볼 때마다 과연 그러한 기사를 써내는 연예 신문 기자에게 제대로 된 직업정신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스러웠다.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십성 기사 속에 오지호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은 없었다.
@BRI@오지호와 호스티스 B양에 관한 기사들은 네티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했고, 오지호는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순위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전의 오지호 여자친구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개인 블로그와 카페 등에 B양인지 확실치도 않은 사진들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19일) 방영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죽은 B양의 집을 공개했다. B양의 집에 남아 있는 유품들을 차례차례 들추며, 오지호와 관련된 사진들을 찾아내는 취재진의 행태를 보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연예 저널리즘인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한 연예인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쳐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지호와 B양의 사랑은 그들만의 일이지 타자가, 타인이 지켜보며 왈가왈부할 일이 못 된다. 스타의 연기력 및 외모는 공공재(公共財)가 될 수 있지만 그들의 사생활은 오로지 그들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연인의 죽음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울 오지호에게 더 이상 흥미 위주의 잣대를 가져다 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오지호 관련 기사를 급히 써내기 바빴던 다수의 언론인들은 필히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명예훼손적인 기사쓰기를 중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