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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온 메리 앨리스> 책 표지
<시카고에서 온 메리 앨리스> 책 표지 ⓒ 큰마루
인생은 어쩌면 보물찾기와 같다. 더 좋은 것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를 찾으면 또 다른 더 좋은 것을 찾게 된다.

인생은 보물찾기 꼬리를 물고 물어 늘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평범한 것 속에 더 갚진 보화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위기 앞에서 어떤 보화를 손에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때론 머리카락이 흰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도 보물이지만, 순수 그 자체인 아이들 속에서도 보물 같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시각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순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왜곡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낀 것을 말하고 생각한다.

열다섯 살 소녀 메리 앨리스가 부모님과 떨어져 무뚝뚝하고 괴팍한 시골 할머니댁으로 전학을 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동화 리차드 펙의 <시카고에서 온 메리 앨리스>는 순수한 소녀의 보물 같은 마음이 투영되는 작품이다.

가독성이 있는 것은 저자가 재치 있는 말투와 빠른 스토리 전개로 평범한 시골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슴에 훈훈한 감동을 남겨주는 명작이다.

저자 리차드 펙(Richard Peck)은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을 두 번 받았을 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 시대 최고의 청소년 문학 작가로 뽑힌 바 있다. 저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추억들을 담아냄으로써 그의 작품들은 살아있는 미국의 근대역사서로 추앙받고 있다. 또 미국 인문과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동 문학 작가로 청소년 문학에 바친 업적을 인정받아 '마가레트 에드워드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사춘기 아이 눈으로 본 세상

@BRI@2001년 미국 뉴베리상 수상작인 이 책에서 저자는 사춘기 여자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사춘기 아이의 단순한 사고 세계를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경제 대공황이라는 거대한 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인간성을 그 시대의 소망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앨리스의 독백 속에서 간간이 보이는 현실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전개를 좇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하다. 냉정한 현실에 갇혀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아름다운 보물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대도시에 살던 손녀가 시골에 가서 할머니와 살면서 그동안 몰랐던 할머니의 과격(?)하면서도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쓰인 작품이다. 첫 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는 여정이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흥미진진하고 웃음과 감동이 가득하다.

태도보다 내면의 숨은 보물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

메리 앨리스는 불경기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로 전학을 간다. 그곳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괴팍하고 용감무쌍한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조차 피하는 두려움과 공포의 존재다. 메리 앨리스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할머니와 최대한 떨어져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할머니라는 인물의 수수께끼는 한꺼풀씩 벗겨진다. 할머니와 함께 겪는 시골의 발렌타이데이, 종전기념일, 크리스마스는 메리 앨리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준다. 그래서 대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시골사람들의 무뚝뚝함 속에 숨겨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발견하게 된다.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사춘기 아이들의 세계처럼 황당하며 변화무쌍하다.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일 년을 지내는 동안 메리 앨리스는 자신이 점점 할머니를 닮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를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전에는 귀찮고 부담스러웠던 할머니가 이제는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시골에서 보낸 사춘기는 그렇게 해서 조금씩 성숙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앨리스를 이끌어준다.

불황이라는 참담한 환경도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을 방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더욱 빛나게 해줄 뿐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사춘기 소녀가 된다. 반면 현대 문명의 혜택이 너무나 많은 소중한 가치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자칫 무시되기 쉬운 평범한 삶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교훈과 도전을 줄 수 있는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발견된다는 지혜를 깨닫게 한다. 인생은 작은 것 속에, 평범한 것 속에 진리와 보물이 있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이 기사는 U포터 뉴스에도 보내집니다.


시카고에서 온 메리 앨리스

리처드 펙 지음, 윤지현 옮김, 큰마루(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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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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