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임시이사파견을 요구하며 동부교육청 정문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동명중 교사들이 26일 해단식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재단이사회가 소속 교사 2명을 해임하면서 촉발된 대전 동명중학교 사태가 1년 만에 학교법인 임원취임승인 취소로 일단락됐다.

대전동부교육청은 26일 "명신학원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진 7명 중 6명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교육청은 "지난 해 11월 해당법인의 위반사실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특별조치를 내리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임원취임승인 취소는 학교법인 조모이사가 교육청으로부터 보조받은 시설비 7억 5000여만원을 부당집행하고 학교 및 법인 예산과 회계를 불법적으로 처리했음에도 나머지 이사들이 이를 방조한 데 따른 것이다.

동부교육청은 "다만 이사 1명은 1997년 이후 취임해 현 분규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 임원취임 승인 취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동부교육청은 그동안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명신학원 임원진에 대한 청문회 등을 갖고 학교 정상화 방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해 왔다.

이에 대해 한오목 비대위원장은 "비리 이사진 전원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학교정상화로 가는 큰 원칙에는 부합한 것으로 본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학부모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는 말로 시교육청과 동부교육청의 때늦은 처방에 아쉬움과 함께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교조대전지부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6명의 이사를 교체할 경우 학교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동부교육청의 해법에 수용의사를 밝혔다. 동부교육청 앞에서 철야단식농성을 벌여 오던 동명중 교사들도 이날 농성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동명중 사태는 1년여만에 빠른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과 동부교육청은 임원취임승인 취소에 따라 법조계와 언론계,교육계, 교내구성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새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관선이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관선이사는 시선정위우너회에서 각계의 복수 추천을 받아 결정하게 된다.

▲ 지난 23일 동명중 학부모들이 동부교육청 교육장을 항의면담하고 임시이사 파견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학부모들 "교육청 직무유기가 일 키웠다"

하지만 동명중 사태는 사립학교 재단에 대한 교육행정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확인시켜줬다.

학교법인 명신학원은 ▲93년 9월 법인재산 매각대금 1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해 보전명령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2월(2차) 미납세금(1억3000여만원) 보전명령 ▲같은 해 12월(3차) 재산변동 신고 및 보전명령 ▲2005년 12월 법인재산 임의멸실 시정명령 ▲2006년7월 법인재산 손실(1억9000여만원) 보전명령 등 5차례의 행정 명령을 받았으나 단 한건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법인이 행정명령을 불이행하는 경우 교육청은 관련법에 따라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이전까지 권한을 갖고 있던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93년을 시작으로 명신학원 측이 14년동안 반복적으로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았다.

동명중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반복적인 법인이사회의 일탈적 행위를 수수방관하는 직무유기로 일을 키웠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전가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동명중학교 사태는 지난 해 2월 이사회가 두 명의 소속 교사를 임의단체 조직 등을 이유로 해임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학부모들의 반발, 학교 비리의혹 제기, 검찰고발 학생 집단 수업거부, 시교육청 특별감사, 이사장 및 이사 직무정지 등으로 이어지면서 파행을 겪어 왔다.

'교사 해임'으로 촉발, '이사 해임'으로 일단락
동명중 파행, 시작부터 오늘까지


대전 동명중(학교법인 명신학원) 파행은 학교법인 명신학원 이사회가 지난해 2월 말, 이 학교의 정치원, 김종선 교사를 해임 의결하면서 촉발됐다.

해임처분사유는 ▲이사장에 대한 폭언 ▲교감임명동의안 서명 거부 ▲임의단체 조직 ▲미확인 비리 폭로 ▲학교장 허가 없이 전교조 분회 창립대회 개최 ▲명령불복종 등 모두 12가지.

이에 대해 해당교사들은 "민주적인 학사운영 요구와 전교조가입 및 활동에 대한 부당한 보복해임"이라며 반발했다. 게다가 명신학원 이사회는 징계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하고 징계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

두 교사가 해임되자 소속 교사들은 '부당 징계 철회' 리본을 패용했고 교무실 책상위에는 '부당 해임 철회' 푯말을 올려 놓는 방법으로 항의를 표시했다. 학부모들은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학교법인 이사회는 해임통보 후 보름여 만에 '해임처분'을 '직위해제'로 정정하는 것과 함께 징계양정을 파면으로 정정한 공문을 해당 교사들에게 발송했다.

노동위원회 "두 교사 해임은 부당노동행위"

해직된 교사들은 이때부터 교문 앞 1인 시위와 봉사활동을 하며 항의했고 전교조대전지부는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다른한편 충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구제를 신청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원과 시교육청이 명신학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던 지난 해 5월 4일, 동명중학교징계위원회는 직위해제된 두 교사의 해임결정을 최종 통보했다.

반면 지난 해 6월 내려진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두 교사에 대한 해임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는 해고자 복직과 밀린 임금 지급, 사과문 교내 게시판 게시 등을 명신학원 측에 명령했다.

한 달후에는 감사원과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통해 전교조대전지부가 제기한 의혹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교조대전지부는 "학교가 비리공화국임이 드러났음에도 감사결과에 대한 처분은 미미하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명신학원측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교조대전지부는 같은 해 9월부터 시교육청 정문앞에서 장기 농성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임원진이 학교정상화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결론짓고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이어 9월 25일과 26일에는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거듭된 행정명령도 불이행에 "임시이사 파견해라"

급기야 같은 해 10월 시교육감은 관계공무원 회의를 갖고 명신학원에 임시이사를 파견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이 부당노동행위로 결론짓고 두 교사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했다. 관할 동부교육청은 학교법인 임원들을 모두 불러 2차에 걸친 청문회를 벌였다.

하지만 학교장과 법인이사장은 두 교사와 학부모 대표 등을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한 데 이어 이틀간 등교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모두 무단 결석처리했다. 또 해임된 두 교사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복직판결에 대해서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급기야 학부모들은 지난 11일 동부교육청 항의방문한 데 이어 교육감 면담, 3보 1배, 진정서 제출로 이사전원 교체를 촉구했다. 지난 23일에는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다며 전학신청서를 제출했다. 동명중 교사들도 동부교육청 앞에서 절야단식농성에 돌입했다.

25일 오전, 동부교육장은 시교육감과 만나 최종 의견을 조율했다. 이후 26일 오후 이사 7명 중 6명을 교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법을 내놓았다.

이날은 법인 이사회의 교사해임 의결로 문제가 발생한 지 꼭 1년 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 심규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