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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연애사> 2시즌은 시청률 2%를 넘으며 최고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 OCN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싸움이 날로 살벌해져만 간다. 대체적으로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나올 경우 그 생명은 언제가 끝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 그것은 방송사에서 광고수입이 되지 않은 방송으로 판단, 가차 없이 자르기 때문이다. 조기종영이라는 철퇴를 맞고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질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냉정하다.

그런데 시청률 10% 미만, 아닌 정확하게 2%만 넘겨도 웃는 이들이 있다. 지상파 방송 PD와 작가, 그리고 스태프들이 너무나 부러워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바로 케이블 채널의 관계자들.

아직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방송만큼 보급되지 않은 탓에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에 가하는 잣대와는 다르다. 케이블 채널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시청률로만 봤을 때, 지상파 방송의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걸음마 속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시청률 1%만 넘겨도 주몽의 시청률과 대적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1년이 채 안되는 이 시기에 시청률 2%를 올리며 고공행진을 하는 작품이 있기 때문. OCN에서 새롭게 시작한 성인시트콤 <가족연애사2>다. 방송하자마자 2.3%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다. 이 시트콤의 성공은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시즌제 작품의 성공이다. <가족연애사> 1시즌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이번 2시즌은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본격적으로 성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금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사랑과 섹스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큰 가치를 지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입 프로그램이 아닌 자체 제작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시트콤은 대다수 수입 프로그램들이었고,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에 대적할 수 있는 자체제작물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케이블 채널의 대안이 되고 있다.

<하이에나> <썸데이>부터 시청률이 서서히 오르더니 <가족연애사2> <빌리진 날 봐요> <인어이야기>까치 호평과 함께 시청률이 상승했으니, 케이블채널이 고무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시청률 2%는 지상파 방송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나오는 시청률이지만 대다수 프로그램들이 1%도 넘기지 못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한 가치를 지닌 셈이다.

그런데 유독 드라마와 시트콤이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추려보면 이러하다. 일단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와 시트콤보다는 진부하지 않다는 점이다.

달콤한 성의 이야기, 진부함을 거부한다

▲ 로맨틱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빌리진 날 봐요>
ⓒ MBC드라마넷
사실, 우리는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와 시트콤은 많이 봐왔고, 몇몇 인기 있었던 드라마와 시트콤을 그대로 답습하며 복제된 드라마에 신물이 나 있는 상황. 거기에 지상파 방송이라는 이유로 제약 받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새로운 것을 원했고 그 사이 케이블 채널에서는 외화드라마를 방송하였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도 외화드라마는 간간이 방송되기도 했지만 <베버리힐즈 아이들>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체 제작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케이블 채널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것은 외화드라마.

그중에서 <앨리맥빌>과 <프렌즈>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 <섹스 앤더 시티>는 된장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외화시리즈 인기의 정점에 올랐고, 이어 < CSI >라는 과학수사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 그 이후 <그레이 아나토미> <퀴어 애즈 포크> 등 이제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드라마와 시트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식상해 하는 시청자들을 위로해 주었다.

사실, <앨리맥빌>과 <프렌즈> <섹스 앤더 시티> 등은 이제까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시트콤으로 전문직 사람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지상파 방송들은 언제나 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고 되도록 다루면 안 되는 홍역 마마보다 무서운 것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외화시리즈는 달랐다.

그 뿐인가? <퀴어 애즈 포크>라는 외화드라마는 우리나라의 금기사항 중 하나였던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방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과학수사대 < CSI >는 과거 <제 5의 전선>을 보는 추억을 느끼게 하면서 이제까지 우리가 추구하지 않았던 드라마 장르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제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장르라고 해봐야, 트랜디 드라마, 사극 드라마, 홈드라마가 전부였다. 그리고 소재는 언제나 불륜과 신데렐라, 혹은 노처녀 이야기 등으로 국한된 것도 사실이다. 이즘에서 우리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외화드라마 혹은 시트콤을 보면서 눈높이가 올라갔고, 케이블 채널에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상승될 쯤 자체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성 이야기를 수단으로 삼았다. 사실, 성을 우리는 금기시 여겨왔고, 뒷담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숨기면 숨길수록 우리의 성 호기심은 극에 달해져만 갔고, 이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일은 충분히 시청률에서 승산이 있었다.

그러한 의도로 제작된 첫 번째 작품이 <가족연애사>였다. 큰 이슈를 만들어 내며 성공했고, <가족연애사> 2시즌까지 이어갔다. 그 사이 tvN이 개국하면서 남성판 섹스 앤더 시티 <하이에나>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화면에 19세 관람불가 장면들이 등장했다.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 베드신 하면 남녀가 키스를 하거나,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이 다였지만 <하이에나>에서는 남녀 베드신이 등장하였고, 거기에 동성애까지 담아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즉, 우리는 성이야기를 그동안 쉬쉬했지만 외화시리즈의 성공을 인식한 케이블 채널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하여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채널은 사랑과 섹스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하면서 진부함을 벗어났다. 지상파 방송보다는 방송 제약이 심하지 않는 환경을 잘 활용한 셈이다. 하지만 너무 파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정성에 지적이 이는 것도 사실.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와 시트콤 제작 노력

▲ 미스터리 멜로로 선정주의 한계를 극복한 <인어이야기>
ⓒ tvn
하지만 케이블 채널은 그러한 우려를 씻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썸데이>를 들 수 있다. 처음으로 멜로드라마를 그것도 사전 제작해 방송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배두나, 오윤아, 김민준, 이진욱 등의 스타급 배우들을 앞세워 사각관계의 사랑을 다루었다.

물론 이 드라마는 보통 드라마에서 볼 법한 사랑구도의 모습 선보여 파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선정주의 한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작품이다.

그 뒤 2007년에 들어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인어이야기>와 <빌리진 날 봐요>가 그것. 두 작품은 스릴러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로 시청자들이 유혹하고 있다.

이미 종영된 <인어이야기>의 경우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김도우가 맡아 화제가 되었는데, 이미 이 작품은 두 주인공 서영희와 김남진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더불어 내용에서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특히 이제까지 지상파 방송의 작품을 통틀어 스릴러 멜로라는 작품을 방송한 것은 <인어이야기>가 처음일 정도이니,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살인자’ 가족 시점에서 출발하며, 살인자에게도 가족과 애인이 있다는 내용이다. 한 편의 미스터리 멜로이자 치정 살인극을 표방하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선례가 없는 장르로 선정주의라는 한정성을 뛰어 넘어 외화시리즈처럼 다양한 작품 제작이 가능함을 증명해 보였다. 이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인 <빌리진 날 봐요>까지 선보이면서 케이블 채널 드라마 제작의 영역이 확대되는 순간이다.

즉, 케이블 채널의 방송 제약이 지상파 방송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간파하면 처음 제작된 작품들이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면 지금은 외화시리즈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하여, 지상파 방송의 진부함을 벗어나보겠다는 케이블 채널들의 의지가 아닐까. 그러하다면 적어도 지금까지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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