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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 리프트.
무주리조트 리프트. ⓒ 안현주
덕유산 국립공원 한쪽 면을 깨끗하게 밀어 만든 무주리조트 슬로프는 과연 길었다. 국립공원의 존재 의미를 생각하며, '엉덩 썰매'로 뭉개 보기고 하고 터벅터벅 밟아 보기도 하면서 한참을 내려왔다. 중간에 설면 다듬는 차도 한번 만난 뒤 닿은 슬로프 중턱, 드디어 야간스키 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운행 중인 리프트도 있었다.

여차저차 자초지종 설명을 했건만, 짐짓 피곤한 기색을 연출도 해 보았건만, 리프트 담당자는 안전문제 때문에 리프트 하산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국립공원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슬로프를 뭉개고 밟으며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기억해 두시라. 무주리조트 리프트에는 하행선이 없다!

햄버거 한 개 값이 갈비 1인분과 맞먹는 요지경 무주리조트. 그래도 인파는 넘치고 넘쳤다. 그냥 거기서 넘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무주 읍내로 나가 묵을 곳을 찾았건만, 무주리조트에서 넘친 인파는 이미 무주 읍내 여관을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한적하기로 이름난 '무진장'의 대표주자 무주에 남는 여관방이 없다는 건 귤 껍질 향적봉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남은 길은 하나, 무주 탈출. 여관방 찾아 무주 읍내를 한바탕 휘저은 택시는 도 경계를 넘어 영동 읍내로 달렸다. 그 새벽에 단돈 2만 원으로 전북에서 충북으로 달려 주신 기사 아저씨께는 뭐라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1월 21일 늦은 아침, 서울 가는 차편을 봐 놓고 일행의 결의에 따라 영동역 앞 식당에서 서울보다 훨씬 푸짐한 삼겹살 조찬을 하면서 생각해 봤다. 명심하자, 063-322-1614. 주의하자, 하행선 없다. 무주 읍내에 여관 차리면 한철 장사 거뜬하다.

그리고 또 하나. 다음엔 무주리조트 슬로프 확실하게 뭉개고 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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