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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및 신년인사회에서 웃으며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에 때 아닌 경선포기 종용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상은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뛰어든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

유석춘 참정치운동본부장이 고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더니, 뒤를 이어 김용갑 의원이 두 주자의 경선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선거는 어린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훈계와 함께 말이다. 당연히 두 의원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이 문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경선포기 압박은 정치적 강압행위

@BRI@원희룡·고진화 두 주자에 대한 한나라당 내 보수파의 반감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평소 한나라당의 보수적 노선에 반기를 들곤 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내 보수파들로부터는 미운 털이 박힌지 오래이고, 후보경선에 뛰어든 이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들 두 주자는 당내 행사에서 '빅3'와는 달리 홀대를 받고 있다. 특히 고진화 의원의 경우에는 아예 경선주자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해도 '빅3'와는 달리 아예 마이크를 주지 않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결국 경선준비위원회에 대리인조차 참여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그같은 광경이 연출되는 한나라당 내부의 정서를 전혀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주자들이 나와, 당의 다수 정서와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이 못마땅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정당이라는 곳은 원래 그런 곳이다.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당의 주류적 정서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경선 포기 요구까지 나온다면 그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정당민주주의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혁·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은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없다. 한나라당 당헌 제84조는 대통령후보 경선 후보자의 자격을, 대통령후보자선출규정 제18조는 피선거권이 없는 자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후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 사고와 관련된 아무런 사항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 두 주자가 한나라당 보수파의 정서와 어긋나는 행보를 해왔다고 경선포기를 압박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정치적인 강압행위이다.

물론 후보의 지나친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예비선거 같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와 제도에 의하지 않은, 정치적 강압을 통해 특정 후보의 경선포기를 시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이유가 후보자의 정치적인 신념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수권정당되려면 통합의 리더십 보여줘야

▲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비판해왔다. 한나라당이 말하던 '코드'는 무엇이었던가. 같은 이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국정의 책임을 맡는다는 것 아니었던가.

그러던 한나라당이 자신들 내부에서 '코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경선포기를 강요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경선을 치르겠다면, 이 역시 '코드경선'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그냥 일개 보수야당이 아니다. 당 지지율에서 여당을 두세배 차이로 앞서고 있는가 하면, 대선주자 지지율 1, 2, 3위를 석권하고 있는 정당이다. 아직 선거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어 단언하기 어렵지만,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포용력과 통합능력을 보일 책임이 있다. 조금 시끄럽고 불편하다 해도, 당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와 주장들이 나오는 것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의 기본노선이 보수정당이라고 해서 당내에 한 색깔의 목소리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보수라 하더라도 그 스펙트럼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며, 때로는 보수적인 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민주주의 이고 정당의 포용능력이다.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며 같이 갈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주자가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해서 포기를 강요하는 발상은,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배척하고, '코드정권'이 들어설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낳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지난 4년동안 그렇게 비판해왔던 '편가르기 정치'는 계속되고 국민통합은 불가능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현집권세력에 대한 실망 속에서 한나라당 지지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막상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통합의 리더십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개혁 사이의 격렬한 대결의 시대가 다시 전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기우임을 보여주려면 한나라당은 당장 대선후보 경선의 장에서부터 포용과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 주자에 대한 경선포기 압박같은 행위는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원희룡#고진화#코드경선#한나라당#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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