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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단편집 <돌솥 비빔밥>.
공동단편집 <돌솥 비빔밥>. ⓒ 배꼽주인
인천 쪽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소설 모임이 있다. 활동 기반은 인터넷이다. 그런데 굳이 '아마추어'를 붙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소설모임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할 듯싶다.

최은숙의 <오리엔탈 치킨샐러드>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를 소재로 한다. 어떻게 보면 29쪽의 암시대로 '기러기 아빠의 종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이(유진)의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영주권을 얻기 위해 한인골프모임에서 만난 교포 최 사장과 위장결혼을 준비하는 아내 이수영. 이러한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남편 장이수. 허영과 유희, 곡예 같은 삶을 보는 듯하여 씁쓸해지는 소설이다.

수영의 가치 기준은 원미(수영의 여고 동창생)의 것보다 상급이냐 하급이냐로 정해졌다. (14~15쪽)

한동훈의 '슬픈 낙하'는 '인간적 거리'를 이야기한다. 주인공 정민에게, 같은 연립주택 위층에 사는 '전직 파출소 소장'은 걸핏하면 아래로 가래를 내뱉는 인물로 백안시되지만, 우연한 일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게 되는 치료 사흘째에 만나는 '치료사'는 청안시된다. 말하자면 정민의 시각에서 두 인물은 대조된다.

그러나 전자와의 관계는 일상 안에 있는 것이므로 피하기 쉽지 않고 후자와의 관계는 일상 밖에 있으므로 다가가기 쉽지 않다. 사실 치료사와의 관계는 그 특성상 일회적인 것이다. 비록 정민이 치료사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특별히 표출되지 않는 한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소장에게 갖고 있는 거부감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민은 치료사의 기대 밖의 태도에 대해 실망한다.

그녀는 왜 나를 흘끗 보고 그냥 지나쳤을까,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니 좀 친한 체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리고 다른 환자가 있더라도 다른 치료사에게 맡기고 좀 와주면 안 되나, (83쪽)

그러고 보면 소장과의 관계도 치료사와의 관계도 실제로는 상호소통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일방적인 관계망인 것이다. 그래서 이 관계는 양쪽 모두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김유현의 '떠도는 동굴'은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있는 '폐쇄공포증 환자'를 보여주며, 장미영의 '고양이를 닮은 남자'는 주인공인 나와 고양이와 여자의 동거를 다룬다.

김영훈의 '607호'는 '그'는 누구일까에 집중하게 하는 추리형 소설이고, 장민재의 '달에는 외계인이 산다'는 명랑소설로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김우영의 '원더랜드의 시지프스'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문답 형식으로 전개하는 우화형 소설이다.

예전 PC통신 시절에도 소모임들이 꽤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모임들도 있을 것이고 새로이 형성된 모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웹) 공간은 문학 활동이 일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데서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또 굳이 작가니 시인이니 하는 지칭이 중요한 곳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 '소설 살이', '시 살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그러므로 인터넷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활동의 양상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그곳이 오늘의 삶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현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을 대하면서 인터넷을 소재로 한 소설도 한 편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최은숙 외 6인 / 펴낸날: 2006년 12월 15일 / 펴낸곳: 배꼽주인 / 책값: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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