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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영재가 진행자로 처음 나서 화제가 된 바 있다.
ⓒ tvn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방송사보다 소재 선택이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좀 더 자유롭다. 그래서 드라마와 시트콤에 농도 짙은 베드신을 삽입할 수 있다. 물론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지상파 방송 드라마 베드신에선 남녀 둘이 침대에 눕는 것으로 끝나는 것과 비교한다면 파격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그래서 일까,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물은 대부분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제작해야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케이블 채널이 갖는 한계이자, 수단이다.

케이블 채널의 '선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월22일부터 tvN에서 방송된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이하 스캔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방송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사건사고를 재연하여 보여주는데, 방송 직후 찬반양론이 거세지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화면 때문이다.

내 반쪽의 외도 급습! 재연화면 실제상황 논란

그것은 바로 내 반쪽의 외도를 급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스캔들 즉, 외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형식면에서 미국 프로그램 <치터스(Cheaters)>와 흡사하다. 미국의 프로그램은 실제상황으로 외도현장을 포착하여 여과 없이 화면에 담아 보여준다.

물론 미국에선 큰 인기를 누리며 장수하는 프로그램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서상 우리와 맞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견해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스캔들>도 재연화면이라고는 명시했지만 재연화면이라고 하기엔, 도를 넘어섰다. 실제상황인지, 재현화면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화면은 선정적이었고 자극적이다.

게다가 재연화면이라고 명시된 것은 처음과 끝부분에 2초 정도에 불과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비록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화면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그날 방송은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놀라웠다. 첫 번째 사건은 형제간의 치정극으로 형이 자신의 애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 의뢰를 해보니, 그 다른 남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동생이었다는 사실.

또 다른 내용은 3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한다고 알고 있던 남편이 서울에서 다른 여자와 살림하는 내용도 방영됐다. 외도의 상대 여자가 의뢰자의 친구였다는 다소 이제까지 접하기 힘들었던 내용들이었다.

KBS <사랑과 전쟁>에서도 아주 가끔 나오는 소재에 축하는 내용들이기에 소재만으로도 충격인데, 화면은 실제인지, 재현인지 구분이 가질 않을 정도였으니 어떤지 짐작이 간다. 물론 방송 직후 '신선하고, 우리나라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새롭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너무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데 재연화면이 아닌 실제상황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재연화면 주인공들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방송 초기라는 점에서 감안하고, 오만석 PD가 중간 중간에 재연화면을 넣겠다고 한다. 하지만 신선한 의도를 떠나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일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판 치터스 등장! 그대로 형식과 소재를 베껴

▲ 재연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실제상황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 tvn
그럼에도 이 방송은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다. 바로 미국 프로그램 <치터스>를 베꼈다는 표절 부분이다. 미국 프로그램 <치터스>는 흥신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불륜을 잡고자 한다면 경찰이 아니고서야 흥신소 직원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다르다.

공개적으로 추적을 의뢰해 생생한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이 의뢰해 추적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외도 장면을 포착해 비디오를 건네고 그것을 받아든 주인공의 다음 행동까지 낱낱이 보여준다.

미국 전역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모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방영돼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이 공감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한 제작진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했고, 그 주인공은 배우로 대체되어 재연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치터스>의 냄새는 지울 수 없다. 첫째로 내용의 형식과 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재가 비슷하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의 외도는 어디까지나 결혼이라는 법적인 제도로 얽힌 부부이야기를 말한다. 부부의 외도도 어디까지나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를 다루었을 뿐 남편이 의뢰하여 아내의 외도를 추적하거나, 남편의 외도가 드러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또한 의뢰를 한다는 사실도 이제까지 찾아 볼 수 없다. 불륜을 전면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라고 해봐야 <사랑과 전쟁> 정도이며, 그것도 결혼과 이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 그 현장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재를 베끼면서까지 보여주고자 한 의도 자체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 직후 찬반양론이 불거지면서 찬성 측에서는 “재미있게 봤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치터스를 표절한 스캔들은 치토스로 하는 것은 어떠냐?”며 표절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방송이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일단 시선 모으기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비판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고, 선정적인 방송이 아닌 방송의 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스캔들>의 숙제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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