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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세종시(행정도시)에 들어가는 대학으로 학부는 고려대와 한남대, 대학원은 카이스트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종시에 학부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대학은 위의 두 대학뿐이었고, 대학원을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곳도 카이스트와 배재대학 두 곳이 전부였다니 ‘엄정한 심사’를 거쳤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BRI@작년에 행정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이 전국의 190여 개 4년제 대학에 입지 희망을 조사했을 때는 수도권 4개 대학을 포함한 13개 대학이 의향서를 냈었다. 그러나 중간에 교육부가 국립대학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공문을 건설청에 보냄으로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교육부에서 그런 공문을 보낸 이유는 간명하다.

현재 어렵게 국립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새로 국립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그에 역행한다. 국립대학을 이전 또는 설립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중복 투자이며, 기존의 국립대학 시설과 인프라가 낭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 공문을 근거로 건설청에서는 국립대학의 제안서 제출 자격을 박탈하고 사립대학에게만 기회를 부여했다.

이런 이유로 국립대학은 아예 사업 제안서 자체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특히 몇 년 동안 특별 팀을 만들어 사업 계획을 면밀하게 구상했던 세종시 인근 국립대학들은 교육부의 공문 한 장으로 막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건설청에서 이번에 발표한 2개 대학과 하나의 대학원은 입주 확정이 아니라 우선 협상 대상자일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변동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예컨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통폐합과 법인화를 전제로 세종시 인근 국립대학들의 진입 가능성을 흘리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교육부가 미래의 세종시민 뜻과 상관없이 보낸 해당 공문이 과연 정당했던 것인지 따져보자. 일단 국가의 대학 교육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그 효율성만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의견 제출이자 고유의 임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대학 교육 정책이 오로지 효율성, 실용성, 경쟁력, 이런 것만을 절대 가치로 하는 신자유주의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학 운영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옳은 방향이지만, 비효율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도 미래를 위해서는 챙겨야 하는 게 대학의 사명이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독선이거나 비민주적인 사고일 수밖에 없다.

행정도시 건설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획기적인 실험이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행정도시는 그 동안 우리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총체적으로 반영되는 인위적 ‘유토피아’이니만큼, 여기 모든 것은 대한민국 표준이 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과 지혜가 총동원된다. 만약 이것이 실패한다면 국가 망신일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도 급락할 게 뻔하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은 설립 주체만 다를 뿐 대학 교육을 수행하는 점에선 동일하다. 그러나 국립대학 설치령에 규정된 설립 목적과 사립대학 정관에 규정된 건학 이념은 엄연히 다르다. 국민들은 이를 보고 자유롭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대학 선택의 자유는 제한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 조성되는 세종시에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동시에 들어가야 이상에도 맞고 현실에도 부합한다.

교육부에서 걱정하는 재원 마련이나 중복 투자 우려는 이런 원칙론에서 볼 때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 문제는 입주를 희망하는 대학에게 해결책을 만들도록 하여 풀어갈 수도 있다. 미리 걱정하고 처음부터 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일 처리를 반복해 왔기에 교육부 관료들이 독단적이라고 그 동안 욕을 먹어 온 것 아닌가.

당사자인 건설청은 교육부의 공문 한 장에 중대한 정책을 내맡겨서는 안 된다. 거기에 국립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부와 싸워서라도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 반대로 필요 없다면 어느 부서에서 압력을 가해도 물리쳐야 한다. 이게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교육 정책이고 가장 이상적인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철학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주 발간되는 "금강뉴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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