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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0일 오후 7시]

▲ 9일 새벽 5시에 작성된 고 정다빈미니홈피의 글.
지난 1월 자살한 가수 고 유니(26·본명 허윤)에 이어 탤런트 정다빈(27·본명 정혜선)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다빈은 10일 오전 남자친구 집인 서울 삼성동 한 빌라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어제 술에 취해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장실에서 숨져 있었다"는 남자친구 이아무개(22)씨의 진술과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정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은 평소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 온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정씨의 매니저는 "이틀 전만 해도 밝게 통화했는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며 "참담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의 아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정다빈은 MBC '논스톱 3'와 '옥탑방 고양이'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후 SBS '형수님은 열아홉', '그 여름의 태풍',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 등에 잇따라 출연했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이 때문에 자살로 추정되는 정씨 사망의 배경에 '공백 스트레스'가 있지 않았느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씨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또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일고 있다.

실제 정다빈은 지난 2005년 2월 계약 파기를 이유로 소속사로부터 소송을 당했지만 현재는 해결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02년에는 출연료를 소속사에 귀속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및 횡령혐의로 피소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정씨의 매니저가 구속됐다.

공백 기간 동안 성형을 했다는 악소문도 정씨를 괴롭힌 한 원인이었다. 일부 팬들은 정씨가 2004년 '그 놈은 멋있었다'에 출연하기 직전 코 성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씨는 "살이 빠진 것일 뿐 성형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의혹은 계속 커졌다. 인터넷에도 정씨에 대한 성형 의혹이 떠돌았다.

정씨의 사망이 '자살'로 추정되면서 잇따른 연예인 자살 사건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가수 유니가 네티즌 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이 때문에 '악플'의 폐해가 한 동안 논란을 제공하기도 했다. 정씨의 사망은 고 유니의 '자살 악몽'이 잊힐 만할 때쯤 다시 떠오른 것이어서 연예계가 또 한번 충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다빈씨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정씨 사망 사건이 자살로 최종 결론 내려질 경우 곧 장례가 치러질 예정이다.

독실한 기독교로 알려진 정씨는 사망 직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주님 감사합니다"는 등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정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충격 탓인지, 이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정다빈, 정다빈 미니홈피, 정다빈 사망, 정다빈 빈소, 베르테르 효과, 강희, 이강희 미니홈피 등 정씨의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기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다.

[전문] 고 정다빈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

하나님...
정말 얼마만에 주님을 불러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나태해져있었는지..얼마나 소망을 잃고 잊고 살아왔는지..얼마나 게으름을 피워왔는지..모르겠습니다..

오늘..주님께서 저에게 갑자기 은혜를 주시고..컴퓨터 앞에서 이리저리 불만만 하고 있던 제게 갑자기..뜨거운 눈물이 흐르게 하시는지...차가운 가슴을 뜨겁게 하시는지...

주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저는 지금도 너무 당황스럽습니다..주님 왜 저에게 이런 은혜를 주시는지..제가 감히 받아도 되는 건지..지금 이순간 주님은 저를 돌아보게 하시고 이렇게 글을 쓰게 하십니다..왜..그러시는지 알지 못하지만..

좀전까지 뭉쳐있던 아픔과 슬픔들이 지금 녹아내립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아...지난날을 돌아보게 하시는 주님...혹시 저를 기다리시는지..혹시 못난 제가 아직도 보고 싶으신건지..혹시..저를 용서해주시는건지..혹시..저를 달래주시는건지주님 안에서 은혜 받으며 찬양하며 기도하던 저를 상기시키시는주님..제가 그랬었네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고..감사하고....그랬었네요...주님...지금 저는 너무도 못돼지고 사나워지고..주님을 외면한 채..방황하고 있습니다..이런 저를 용서해주시는 주님이시군요..아마 주님께서 오늘 지독한 외로움에 괴로워하는 저의 신음소리를 들으신거겠죠..아.........살아계신 주님이 제게 귀기울이시고 있다는 걸.....못나고 못난 생각에 찌들어있는 제가 잠시..잊었었나봐요..

주님 어찌 저를 사랑해주시는지..주님 어찌 저를 용서해주시는지..어찌 제게 평안을 주시는지..주님의 크시고 놀라운 사랑...이렇게 주시는군요..제가 원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주님이 주시는 거였어요..이렇게...아.......저는 지금 많이 놀랐습니다...놀라고 있습니다......주님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저를 안아주십니다........주님의 놀라우신..감히 상상도 못할 사랑...받고 있습니다...자격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사합니다....

주님..제가 감히..주님을 사랑합니다.....감사합니다...나의 주님...주님만이 치유하실 수 있는 거였군요..애써 발버둥쳐도 아프기만 했었는데...주님만이 아시고 주님만이 고쳐주시는군요..감사해요 주님..다시 노력할게요..주님 손에 의지하며...행복해요. 오늘 저는 주님의 품을 느꼈으니까요..너무나 갑자기.. 이렇게...고백합니다...살아계신 주님을.....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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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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