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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씨가 재계약을 거부당하기 전 전주 MBC 아나운서로 재직할 당시 모습.
이진영씨가 재계약을 거부당하기 전 전주 MBC 아나운서로 재직할 당시 모습.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재계약을 거부당한 전주 MBC 이진영 전 아나운서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전주 MBC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반복 계약을 통해 일해 왔지만 지난해 회사측은 이러한 관행을 파기하고 재계약을 거부했다.

이씨는 2003년 4월, 80대 1의 경쟁을 뚫고 전주 MBC 공채로 입사한 뒤 ‘뉴스투데이’ ‘얼쑤 우리가락’ ‘시사전북 오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이번 재계약 거부는 경영 사정이 어렵다거나 근무평가가 나빠서가 아니라 지난해 말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면서 회사가 계약직 직원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춘천, 원주 등 총 19개 지역 MBC에서 일하는 아나운서 44%가 비정규직이며, 여성 아나운서의 경우 68%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10개월 동안 몸담았던 회사 앞에서 ‘비정규직 양산하는 전주 MBC 각성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이진영 전 아나운서의 기고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와 그의 심정을 들어본다.

이진영 전주MBC 전 아나운서 "나는 비정규직법에 당했다"

복직을 요구하며 회사 앞 시위와 시내 선전전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침묵의 출근 시위를 하려는 나를 회사측은 출입금지 인물로 정해 사내에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게 했고 결국 회사 앞 피켓 시위와 시내 선전전만을 진행하게 됐다.

사측은 2004년 세운 중장기 계획에 따라서 재계약을 거부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던 나로서는 과거 선배들의 경우처럼 재계약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계약서에 재계약 가능성에 대한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측의 이번 재계약 거부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측의 입장은 올해 3% 임금인상을 단행한 것만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경영난이 심각하다면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정책 담당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사측의 부조리에 맞서 항의하는 도중 나는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한 달이 넘게 진행되는 시위에 대해 인터넷 매체와 한 일간지를 제외한 언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규직과 똑같이 공채를 통해 뽑혔지만 아나운서만 계약직이라는 것, 그리고 다시는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만도 견디기 힘든 일인데 회사 간부들은 “남편도 버는데 굳이 일을 해야겠느냐, 여자 아나운서는 나이 들어서까지 TV에 나오는 건 안 좋아 보인다”는 등 성차별적인 충고(?)를 거침없이 하기도 했다.

이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선도한다는 공영방송의 모습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사측은 현재도 어떠한 근거로 재계약을 거부한 것인지 논리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한 개인을 매도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고 난 후 여기저기서 무더기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공영방송은 발 빠르게 이를 보도하지만 과연 내부적으로는 어떠한 모순들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전주 MBC를 상대로 한 이 싸움은 나 개인의 복직 문제에서 시작하기는 했지만 모든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고용 환경에서 일하고 싶고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깨우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또 명확한 해고 사유도 없이 비정규직 법안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무더기 해고가 자행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화려한 방송의 이면에서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프리랜서들이 힘들어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살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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