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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7명 사상자가 발생한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 화재가 중국 동포의 방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서울과 전남 여수에서 각각 열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수(11일)와 서울(12일)에서 각각 구성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시민대책위원회'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칭)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가배상 및 법무부장관 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요구했다.

두 단체는 특히 "정부와 언론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번 사건을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방화로 몰고 가려 한다"며 "CCTV 화면도 공개하지 않고, 유가족도 접근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이 땅이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

@BRI@공대위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이주노동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재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외국인 보호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리 소홀을 꼬집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설사 방화가 원인이라고 해도 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며 "화재의 직접적 계기가 무엇이든 이번 참사의 진정한 원인은 정부가 시행해 온 이주노동자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이라고 낙인찍어 잡아가두고, 악명 높은 노예제도인 산업연수제로 이주노동자들을 초과 착취하는 등 온갖 권리를 박탈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제도와 정책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는 규탄발언에서 "이 땅에 산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문을 연 뒤 "사람을 구금해서 이렇게 죽을 때까지 관련 공무원들은 무엇을 했느냐, 한국인 노동자가 하기 싫었던 일을 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왜 쇠창살 안에서 죽어야 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 변호사는 "더이상 부끄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 보호시설 폐쇄, 여수외국인보호소장 처벌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사과 등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의 단속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5년 이상 거주한 불법체류자를 주기적으로 합법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까지만 서울경인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등 이주노동자 30여명이 참석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를 요구했다. 한편 공대위는 국무총리실 항의방문 등을 시작으로 오는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수] 유가족 오열... "화재 대응 조그만 빨랐어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화재참사 3일째인 13일 오후 출입국관리사무소 3층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호소 내 대형참사는 총체적 인권유린의 결과이다"며 정부의 사죄와 신속한 사태수습을 요구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화재참사 3일째인 13일 오후 출입국관리사무소 3층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호소 내 대형참사는 총체적 인권유린의 결과이다"며 정부의 사죄와 신속한 사태수습을 요구했다. ⓒ 광주드림 안현주
여수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이주노동자 단체들로 구성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도 이날 오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인들이 '보호소'라는 허울을 쓴 감옥 안에서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다한 것에 대해 참담함과 충격,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외국인보호소 대형 참사는 총체적인 인권유린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호소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작동, 인명 대피 등 당연히 있어야 할 대응조치들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당국이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대책위는 경찰이 이번 화재를 방화로 매듭지으려 하는 것에 대해 "수용인의 방화로 결론내려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자칫 한 개인에게만 귀결될 수 있다"며 "정부는 발화 원인에 대한 규명과 보호소의 폐쇄적 구조, 부실한 관리체계에 대한 종합적 원인분석을 조사해 이번 참사의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는 "어제부터 부상자 18명 중 청주로 호송된 한명을 제외한 17명을 조사 중"이라며 "사고 경위, 시설의 문제점 등을 심도있게 조사해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측은 지금까지 총 3명의 피해자에 대한 면담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동대표는 경찰 조사에 대해 "방화 추정에 대해 증거를 갖고 있지 않고, CCTV에 정황이 포착됐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이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 중국 동포의 성격 결함이라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를 대표하는 분들이 유가족을 직접 방문해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번 화재로 사망한 고 김정남(51)씨의 동생 김연분(38)씨가 참석해 그간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씨는 "오빠가 서비스·건축업 등에 일할 수 있었지만, 일이 없어서 양식장에서 일하다 보호소에 오게 됐다"며 "사고 3일전 그동안 받지 못한 700여만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화재 당시 관리소가 대응만 빨리 했더라도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 죄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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