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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은 14일 오후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장 및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정세균 당의장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던 열린우리당이 한 고비를 넘겼다. 31명 의원의 연쇄 탈당, 강경 사수파의 법정 소송 등 전당대회 무산 위기 속에서도 14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는 "예상 밖 흥행 성공"으로 끝이 났다. 일단 통합신당을 추진할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원심력을 다스릴 구심점이 형성된 것.

창당 이래 지도부가 9번이나 바뀌는 과정에서 계파를 막론하고 "가장 잘했다"고 평가받은 정세균 의원이 다시 의장으로 추대되었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으로는 마지막 당의장인 셈이다.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명을 부여받은 과도지도부인 탓이다. 당헌 개정에 따라 당의장과 분리 선출된 최고위원은 노선, 지역, 선수 등을 고려해 원혜영, 김성곤, 김영춘, 윤원호 의원으로 추대 선출되었다.

@BRI@이날 전당대회는 앞으로 전개된 정계개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함의를 지닌다. 특히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깨고 72.3%의 참석률을 기록해 차기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노심초사하며 대의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국을 돌았던 지도부의의 표정에는 감격스러움이 역력했다.

김근태 의장은 "전당대회 성원이 안돼서 체육관이 텅텅 비어버리는 꿈을 꾸다가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였다. '질서 있는 통합론'을 내세워 전대 사수를 주장한 중진 의원들의 표정도 밝았다. 이해찬 의원(전 국무총리)은 "당원들이 위기감을 느낀 결과 아니겠냐"며 "성공한 전대"라 평가했다. 김원기 의원(전 국회의장)도 "염려를 많이 했다"고 "당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무사히 마침으로써 정세균 신임 당의장은 일단 한 고비를 넘었지만 앞으로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그는 당선 일성은 "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 열린우리당은 14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 정세균 당의장과 원혜영 윤원호 김성곤 김영춘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새 지도부가 대의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탈당파 견제 "이유불문, 집으로 돌아와라" 우선 탈당파와의 관계다. 일단은 전당대회가 일정한 흥행을 달성했다는 점은 통합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탈당파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세균 의장도 "헤어지긴 쉬어도 만나기는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으로 탈당파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합이라는 목표에 차이가 없는데도 탈당을 했다"며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와 정치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법안 처리와 통합 추진 문제를 불리해 관계를 설정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정 의장은 "자신들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온 것에 대해 당적을 이탈했다고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정치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최고위원들도 출마의 변에서 탈당파들을 일제히 비난했다. 원혜영 의원은 "국회에서 배지 달고 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하다가 당에 희망이 없다고 떠난 분들은 더이상 대통합의 주인이 아니"라며 "남아서 집권 여당의 무한책임을 다하는 우리가 참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탈당 이유를 묻지 않겠다"며 "국민이 만든 제1당을 회복하기 위해 집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관계 "개헌 발의 후 자진 탈당 기대" 신임 지도부에게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도 짐이다. 탈당파에선 정세균 의장을 향해 "노 대통령의 대리인"이라고 공격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은 더 노골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야당에게는 "개헌안 처리"를 전제로, 여당을 향해선 "공식적인 요구"를 전제로 탈당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세균 의장은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대로 잘 하실 것"이라며 자극적인 발언을 삼가했다. 이어 탈당을 요구하는 의원들을 향해 "불과 4년 전에 대통령을 만든 정치인들"이라며 "공인들은 가능하면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제 생각"이라고 말해 전당대회를 계기로 신임 지도부가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예상을 일축했다.

또한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와 관련, 정 의장은 "개헌안은 꼭 통과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개헌발의권은 국회의원에게도 있지만 대통령에게도 있다"며 "발의되면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인데 논의조차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한 망발"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친노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개헌 발의 이후 노 대통령이 탈당 시점을 고려하지 않겠냐"며 자연스런 정리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 14일 오후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일부 광주 대의원들이 탈당파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통합신당 구상 "다자간 통합, 민주당은 그 중 하나일 뿐" "오로지 통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정세균 의장도 말했듯이 그의 최대 과제는 '통합신당' 추진이다. 정 의장은 통합의 원칙에 대해 우선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도세력이 없다는 것이 대통합의 특징"이라며 100여명이 넘는 의석수의 기득권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합의 대상에 대해선 "민주화 평화세력, 양심적 산업화 지식정보화세력, 시민사회 전문가그룹"이라며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아직은 이렇다할 게 없다. 당내에는 신임 지도부가 한달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세력이 남아 있다. 정동영 전 의장도 그들 중의 한 명이다. 정 의장은 "대입시험을 치르듯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현 단계에서 그가 밝힌 '일정'은 당내 대통합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각 세력들의 진척상황을 파악하고 설 이후 의원 워크숍을 통해 전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일부 의원과 열린우리당 재선 그룹 간에 논의되고 있는 '제3지대 통합신당' 움직임에 대해선 신임 최고위원인 김영춘 의원이 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당적을 유지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대통합의 씨앗을 뿌리자는 것이 현재의 공유지점"이라며 "그 논의가 열린우리당의 대통합 추진과 맞물리면 진취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섣부른 '러브콜'을 삼가했다. 정 의장은 "통합은 민주당과의 통합이 아니라 다자간 이뤄지는 대통합"이라며 "민주당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인물' 영입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새 인물은 대통합신당에서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외부인사 영입에 나설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통합 추진체'를 구성한 뒤 세력간 연대를 추진해 '판'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질서 있는 통합론'을 이끌어온 중진들 사이에선 통합신당 구성이 말처럼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우선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당위는 넘쳐나지만 "통합의 대상이 없다"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호남 지역 '원외위원장'들의 반발에 부딪친 민주당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 교섭단체 구성 뒤 신당 창당"이라는 선에서 합의, 여권을 탕해 견제구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미래구상'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세력도 정체성 등의 차이로 탄력이 붙지 않은 상태. 6월 경선이 예정된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도 변수 중 하나다. 이런 까닭에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대통합의 모멘텀이 작동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만난 한 중진 의원은 "버스가 떠나기 직전에 부채가 팔리는 법"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중국에 가면,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객을 상대로 부채를 파는데, 처음에는 1개에 천원이던 게 버스가 시동을 걸면 천원에 4개를 부르는 상황을 빗댄 얘기다.

결국 통합의 큰 축인 민주당은 버스가 떠나기 직전에 움직일 것이고, 여기에 문국현씨든 정운찬씨든 외부 세력이 올라타면 한번 해볼만한 싸움으로 대선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렇다면 정세균 의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대통합의 당위와 명분을 축적해 '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의 몫이겠다. 정 의장은 "시운도 중요한데 바로 어제 6자 회담이 타결되었다"며 '축복'이라 낙관했다.

▲ 열린우리당은 14일 오후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당의장 및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당초 우려와 달리 대회장에 참석한 대의원 수는 오후2시30분 현재 72.3% 참석율을 기록하며 6,617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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