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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재경부 등 정부 부처가 내 놓는 성장정책이 <조중동>과 재벌들도 원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으니 질적, 양적으로 이른바 '진보적 정책'은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깥의 보수 언론만 문제가 아니라 내부에 더 '교조적인 시장론자'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는 걸 인정하셔야 합니다."

▲ 정태인 전 비서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의 말이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진보논쟁'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유연한 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 비서관은 21일치 <경향신문>과 인터넷신문 <레디앙>의 기고문, 라디오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유연한 진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진보와 보수를 한미FTA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분배 정책의 찬성여부로 구분 지었다. 진보진영은 한미FTA에 반대하고 재분배 정책에 찬성해야 정상이며, 보수쪽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전자의 대표이고, 후자의 대표는 한나라당"이라며 "이 둘 사이에 중도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 뭔가 있다면 중도가 아닌 '잡탕'"이라고 강조했다. '중도노선'을 두고 벌어진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핵 분열중인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의원 그룹이 전자(진보)에 가깝고, 김한길-강봉균 그룹은 당장 한나라당에 입당해도 욕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후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잡탕 경제학'은 친화성 없는 제도들 간에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FTA를 주몽의 강철검처럼 여기는 동시에 요즘 부쩍 '사회투자 국가'를 들먹이는 참여정부의 정책이 그렇다"고 그는 지적했다.

"재벌과 보수언론이 노 대통령 움직여"

그는 "강둑을 터뜨리고는 범람한 물을 퍼낼 바가지를 생산해야 한다고, 2030년까지는 양수기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역설하는 그런 중도, 그런 실용, 대통령의 언어로 '유연한 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재벌과 보수언론이 노 대통령을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어느 때인가부터 청와대 인근, 재정경제부 밖에선 삼성 등 재벌, 보수 언론 등의 의견이 대통령에 전해지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보수언론 사이에)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많이 전달되고 있고 이 부분에 관해 내부에서도 비판 없고, 밖에서도 이데올로기적 비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진보진영에 쓴 소리를 던진 배경에 대해 "한미 FTA 문제가 적어도 일부 이유는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 FTA에 대해 노 대통령 본인은 진정성 갖고 있다고 하지만, 진보 쪽에선 인정 안 해준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도 "대통령이 언급한 '진보진영'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FTA 추진 과정과 4대 선결조건, 일방적인 협상 진행 과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일합방 직전의 개방과 94년 김영삼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의 예를 들면서, " 이 두 개방의 공통점은 자의든 타의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전면적인 개방을 했다는 점"이라며 "결과는 외환위기였으며, 이것은 나라가 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에 더 교조적 시장론자가 잔뜩 포진해 있어"

마지막으로 참여정부의 진보적인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배경에 대해선, 정부의 내외부의 비토세력이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 사상공세를 펴왔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현 정부 초기의 각종 위원회를 통해 나온 각종 아이디어와 정책들은 정부와 여당, 국회를 거치면서 왜곡됐고, 시장에 혼란만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시행하는 정책, 또 부동산문제처럼 급박하게 다가오지 않은 정책은 더욱 힘든 경로를 거쳐야 했다"면서 "결국 재경부 등 정부 부처가 내 놓는 성장 정책이 조중동과 재벌들도 원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으니 질적, 양적으로 이른바 '진보적 정책'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를 두고, "바깥의 보수 언론만 문제가 아니라 내부에 더 '교조적인 시장론자'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는 걸 (대통령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면 그것은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저버렸기 때문"이라며 "꼭 바람직한 정책이라면 내외부의 공격이 아무리 크더라도 국민들의 힘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당장 FTA를 멈추고 양극화 극복 정책에 전념하는 것이 살 길"이라며 "국민의 합의를 끌어내서 공동체적 협력을 바탕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활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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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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