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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현주 기자]서울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유통매장 A. 이곳에는 비누, 세제, 휴지 등 환경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판매하는 친환경상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30분 넘게 지켜보아도 이곳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보이질 않는다.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상품법)'에 따라 친환경상품을 따로 진열, 판매하고 있지만 구매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A마트를 자주 찾는다는 김수진(가명·33)씨는 "친환경 판매대에 놓인 물건이 재활용품이나 위생용품에 국한돼 있는 것 같아 관심이 가질 않는다"며 "더구나 매장에서 환경마크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을 이었다.

로하스(건강과 지속 성장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가 각광받고 있지만, 막상 실제 소비생활에서 친환경 제품 구매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환경부와 친환경상품진흥원이 동일 용도 제품에 비해 환경을 덜 오염시키거나 에너지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임을 인증한 '환경마크'에 대해선 판매 직원들조차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서울시내 대표적인 유통업체 5곳을 지정해 환경마크 제품 시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 4명 중 1명은 환경마크를 모른다고 답했다. 또 나머지 절반가량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객들에게 환경마크를 대충 설명한다고 답해, 판매 직원들에 대한 친환경 의식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인증하는 환경마크제는 1992년부터 시행됐다. 2006년 말 현재 세제를 비롯해 사무용품, 전자제품, 가구, 타이어 등 120개 대상 제품군에서 4420개 제품이 환경마크를 받았다. 식품, 의약품, 농약, 임산물 등은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매장 현장조사를 실시한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매장에서 환경제품을 판매하는 직원의 대부분이 환경마크를 가전제품의 e마크(에너지절약마크)나 일회용품의 NG(Nature Mark)마크, ISO 등과 혼동하거나, 친환경 농산물이나 건강식품으로 잘못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지현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국 국장은 "환경상품이 단순히 유기농이나 건강상품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환경마크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매장 직원들의 교육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행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상품에 대한 마케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에서 환경마크 인증 상품을 알리는 책자나 할인 쿠폰 등을 발행하고, 형식적인 환경상품 판매대를 없애고 동일 계열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고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친환경상품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친환경상품법을 시행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상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어 친환경상품 제조 기업에 대한 혜택이나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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