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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리 미륵불. 그 뒷편으로 150여m 떨어져 있는 곳에 남연군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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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권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야산순환도로 개설과 관련, 충청남도가 상가리 미륵불(충남문화재자료 제182호)을 옮기기로 결정하자 마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가리 미륵불은 흥선대원군이 가야사를 불태우고 남연군묘를 쓰자 등을 돌려버렸다는 설이 있는 문화자원으로 고려 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미륵불은 오랜 세월동안 상가리 주민들에게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져, 제를 올리거나 우환이 있을 때 소원을 비는 장소로 이용돼 왔다.

당초 도로 개설과는 무관했던 미륵불이 문제가 된 것은 도로선형을 바로잡는다며 설계를 변경하면서부터.

지난 1월 4일 주민설명회에서 도로가 이 미륵불이 서 있는 자리를 통과하게 돼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1월 15일 대동회를 열고 예산군과 충남도, 문화재청에 진정서를 냈다.

김선호 상가리 이장은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추수 후에나 정월에 떡을 해서 미륵불에 제를 올려왔다, 마을사람들의 전통적인 신앙이고 삶인데 역사관광도로를 낸다면서 미륵불을 옮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와 관련해 충남도에 주민들의 의지를 전달하고 당초 설계도면대로 건설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만일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일대에는 절이 101개나 존재했다고 하는데 이제 70여개 절터를 찾았다고 하더라, 앞으로도 여기 묻힌 역사자원을 발굴해야 할 텐데 도로를 뚫어놓으면 어쩌겠다는 것이냐"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예산군 관계자는 "도 문화재위원회에서도 미륵불을 옮기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으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 검토를 거친 후, 한 차례 더 주민설명회를 여는 것이 좋겠다고 도에 의견을 냈으며 도에서도 긍정적으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야산순환도로건설과 관련,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옥계저수지 오염 가능성, 도로개설로 말미암은 문화재 훼손, 기존 지방도들이 관광도로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환경과 역사문화재를 훼손하는 도로건설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도는 당시 "환경 및 역사학자들의 자문을 구했으나 큰 문제가 없다"며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륵블 옮기면 클나유"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마을회관 뒷편에 자리한 민가들 사이를 지나 산모롱이 끼고 돌면 거기, 툭 트인 하늘 바라보고 섰는 돌미륵의 단호한 뒷모습이 거짓말처럼 나타난다.

세상이 싫어 거부하는 듯 꼿꼿하기만한 미륵의 자태를 둘러보며 정면으로 마주 서니, 미륵의 어깨너머로 유명한 남연군묘가 선명히 보인다.

이 미륵불은 본래 가야사터(현재의 남연군묘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으나 흥선대원군이 가야사를 없애고 묘를 쓰자 반대편으로 등을 돌렸다는 상가리 미륵불이다. 이후 흥선대원군이 원래 상태로 돌렸으나 곧 등지고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북쪽 계곡으로부터 쳐들어오는 병마를 물리치기 위해 북향하고 있다고도 한다.

대부분 대를 이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우환이 있을 때도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음식을 갖고 와 여기서 치성을 드렸다.

마을 어귀에서 땔감으로 쓸 깻단을 묶던 김순이(80) 할머니는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동네서 말이 많유. 저거 옮기면 변고가 생길거라고. 나두 여기서 나고 자라 이제껏 살았는디, 미륵불 머리에 돌을 얹으면 자식을 낳는다고 해서 그렇게 치성을 드리기도 했었구…. 워치케 잘 좀 됐으면 좋겄슈”라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돌아오던 노인들도 얘기를 듣고 앞다퉈 나섰다.
“우리 마을에서는 종교가 뭐든 간에 미륵불은 다 믿어. 1년이면 몇 번씩 제를 올리는데 옮겨버리면 우리 부락 피해가 생긴단 말이지.”
“저기 워떤 마을에서도 미륵불 옮기고 나서 부락에 안좋은 일 생겼댜.” “안되지 안돼, 절대 안돼.”

그동안 묻혀져 있던 내포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대규모로 벌이고 있는 내포문화권개발사업.

덕산면 시량리에서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까지 연결하는 가야산순환도로 역시 수덕사, 보부상촌, 보원사지, 서산마애삼존불 등의 문화유적 관광루트를 위해 개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충남도는 도로개발을 이유로 역사이야기가 살아있고, 주민의 전통이 숨쉬는 상가리미륵불을 옮기겠다는 얘기다.

이 곳에 오는 관광객들이 찾는 것은 무엇일까. 도로가 조금 휘어지더라도 미륵불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와 주민들의 전통을 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이고, 문화이며, 컨텐츠가 있는 관광이 아닐까. 도로가 우선되는 역사문화사업이라면 내포문화권사업의 본래 목적은 어디서 살릴 텐가. / 장선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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