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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송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24일 방송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 MBC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100분 토론'은 사회에서 일어난 갖가지 이슈 중 하나를 선정해 심층논쟁을 펼친다.

'지금 막가자는 겁니까?',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판 갈아야 합니다'의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반값 아파트'를 역설한 홍준표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치 칼럼니스트 진중권, 탁월한 말발을 지닌 가수 신해철,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등 정치, 문화, 교육, 스포츠 등을 총망라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 문제 제기와 더불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솔루션 방송이다.

국내 최초의 3D(Dirty, Dangerous, Difficult) 리얼 버라이어티 쇼 MBC <무한도전>(연출 김태호) 팀이 '손석희의 100분 토론(?)'을 패러디하면 어떻게 될까. 손석희의 100분 토론만큼 완성도를 갖추었을까.

개인적으로 일단 퀄리티는 중요치 않다고 본다. 전문 코미디언답게 얼마나 웃기느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형식파괴' 패러디코미디의 새 장 열어 반갑다

@BRI@24일 토론의 생명인 생방송도 아닌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 '유재석의 100분 토론' 주제는 '무한도전, 한류 열풍 가능한가'였다. 패널은 피자집 CEO 겸 개그맨 박명수, 술집 CEO 겸 개그맨 정준하, 어색한 개그의 달인 정형돈, 절세미녀 김태희 팬클럽 카페 정회원 하하, 돌+아이('아이돌'이라는 뜻) 개그맨 노홍철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는 건전한 토론이 아닌 속칭 '깽판' 논쟁을 벌여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이 아닌, 웃음을 샀다.

박명수는 토론 시작과 함께 한류 열풍 주제와 관계없이 정준하를 공격했다.

"야! 야! 야! 한 가지만 해. 조사해 보니 모 연예인(이휘재) 매니저로 출발했던 낙하산이구만. 지난 2001~02년엔 코미디언이 아니라 다른 영역도 기웃거렸어. 배우야, 연기자야, 코미디언이야?"

박명수는 정준하를 향해 정체성 운운하며 무한도전 멤버가 될 자격이 없다는 듯 '거침없이 하이톤' 청문회를 펼쳤던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치 패러디란 말인가.

보다 못한 뚱뚱보 패밀리 정형돈이 형님 정준하를 보호하고 나섰다.

"박명수 씨도 몇 년 전에 가수로 데뷔하셨잖아요. 사돈 남 말 할 때인가요? 앨범 몇 개 내셨어요?"

박명수는 뜨끔했던지 정준하를 향한 '거침없이 하이톤' 청문회를 멈췄다.

아! 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진중권식 언변이란 말인가.

유재석이 잠시 정화하고 나서자 하하가 뜬금없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토론장을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어수선한 정치판을 보는 듯한 100분 토론장이었다.

노홍철은 시청률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주제와 관련된 진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일본엔 가수, 연기자, MC, 코미디언까지 두루 소화 가능한 초난강, 기무라 타쿠야(이상 SMAP 소속)가 있다(스마프는 일본 전역 소녀 팬들의 사랑을 흡수할 정도로 인기 있는 슈퍼스타 그룹임). 한국판 스머프는 바로 나, 노홍철이다. 내가 무한도전 한류열풍을 주도하겠다."

사회자 유재석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노홍철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무한도전 멤버 중 한류열풍에 해가 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노홍철은 "그건 바로 제 정면에 위치한 패널 박명수씨군요"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건전하게 진행되어야 할 토론장 분위기가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일촉즉발 국회의사당으로 변질되기 직전이었다. 상대 진영을 헐뜯기에 여념 없는, 밥그릇 싸움의 일인자, 정치인들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완벽한 패러디.

유재석이 급박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시민 논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여성시민논객 중 한 명은 깊은 잠에 빠졌다. 민중은 신물나는 정치판이 지겨워 냉소적인 시선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 명의 남성시민논객(박명수 매니저)은 한류열풍과 관계없이 무한도전 PD의 편집권한을 지적했다.

"저번 주 설날 특집에 내가 출연해 가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 청혼을 했다. 그런데 통 편집 당했다. 억울해 죽겠어!"

진지하고 유익한 손석희의 100분 아니, 유재석의 100분 토론은 가히 요지경 꼴불견 전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최고의 모방개그였다.

한 시민패널은 하하의 정체성도 공격했다.

"하하씨는 가수입니까? 라디오 디제이입니까? 코미디언입니까? 탤런트입니까?"

하하는 순간적인 재치로 위기를 모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MC 유재석 교주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유재석 교주가 코미디언이 되라고 하면 지금부터 코미디언이 되겠습니다."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이 하하를 '유재석 교주 광신도'로 몰아세우며 공격했다. 특정 정치인을 솔직하게 지지하는 일반인을 속칭 '빠'로 묘사하여 깎아내리는 투의 느낌이 들었다.

100분 토론은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정준하는 시민패널에게 자기편이 되어 달라(버릇)며 설득 중이었고 박명수는 패널 자리 최고 상단에 올라가 춤을 췄다.(춤명은 쪼쪼댄스로 보임) 무한도전 군단은 서로 방송에 한 장면이라도 더 나오려고 발악을 했다.

PD는 "다음에는 좀 더 시시하고 고리타분한 주제로 여러분을 찾겠습니다"라는 긴급 속보 자막을 흘려보내며 도망가듯 방송을 끝냈다. 조금 더 진행됐다면 MBC 무한도전 광고주들이 다 계약을 취소하고 떠나갔을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의 새로운 코미디 스타일, 표현의 수위를 넘나들며 거침없이 패러디하는 개그는 개인적으로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 그것이 특정 집단을 비꼬는 것, 즉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다리'가 맞아떨어져 수준 높은(?) 코미디로 이어진 것 같다.

무한도전만의 감각, 예측불허 센스로 무장한 폭발적인 웃음 폭탄 쇼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시청자들의 엄청난 성원이 힘이 되고 있음은 자명하다. 개인적으로 무한도전 멤버가 되고 싶을 정도로 샘 난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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