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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부당한 티켓 가격에 항의하는 내용을 다룬 BBC 기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부당한 티켓 가격에 항의하는 내용을 다룬 BBC 기사.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게임 티켓 가격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서포터즈연합(Football Supporters Federation)은 인터넷상에서 서포터즈를 대거 동원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리미어 구단들을 상대로 티켓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것. 이를 위해 맨체스터의 서포터즈들은 위건과의 경기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서포터즈들의 강한 반발에 바짝 긴장한 일부 구단주들은 벌써 항복을 선언했다.

첼시는 최근 내년 시즌 모든 티켓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고, 볼튼도 가격을 10%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결과에 탄력을 받은 서포터즈들의 인터넷 공격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티켓가격 안 내리면 맨유 경기 안보겠다"

BBC에 따르면, 서포터즈연합은 최근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웹사이트에 맨유의 서포터즈들을 상대로 풀햄과의 원정경기에서 음식과 음료 등의 구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부당한 가격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같은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팀에 따라서 티켓 가격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이 풀햄과의 원정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런던에 가면 45파운드를 내야 한다. 반면에,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들이 똑같이 풀햄과의 경기를 보려면 25파운드만 내면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트 팬인 피테 보일은 "몇 시간 동안 경기장에서 음식이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있다"며 "그러나 모든 원정경기에 이렇게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을 내는 것은 정말 힘든 고통"이라고 말했다.

풀햄측은 이에 대해 "맨유, 아스날, 첼시, 리버풀 등과의 경기는 A+ 등급의 게임이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 책정했고, 이를 이미 시즌 전에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말콤 클락 서포터즈 연합회장은 "단순히 순위가 높은 팀들과 경기를 한다고 해서 가격을 높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구단이 부자라고 그 서포터즈도 부유한 것은 아니다"며 "맨유의 서포터즈들은 계속되는 사기 같은 가격에 몹시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4만여명이 넘는 서포터즈 회원들의 인터넷 서명 등을 통해 프리미어 게임의 입장료를 30파운드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부당한 이자 부과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선도하는 인터넷 사이트(www.moneysavingexpert.com).
은행의 부당한 이자 부과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선도하는 인터넷 사이트(www.moneysavingexpert.com).
빗발치는 항의에 몸살 앓는 영국 은행들

축구만이 아니다. 은행, 공공요금, 우체국, 수퍼마켓 등 생활에 필수적인 경제 영역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방적인 가격 책정과 부당한 요금 부과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은행들이 인터넷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고객들은 영국 은행들이 과도한 예금인출과 반송된 수표 등에 대해 부당하게 부과한 이자나 벌금 등을 돌려받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관련 서류를 다운로드 받아 이메일을 보내는 등 유례없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기 때문.

고객들은 지난 석달 동안 무려 100만 건 이상을 다운로드 받았고, 지난 해 말부터 80만명 이상의 고객이 항의를 벌였다.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돌려준 금액이 5천만 파운드에 달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사이트(www.moneysavingexpert.com)를 개설한 마틴 루이스는 " 1년 전만 해도 소수의 사람이 은행에 항의를 했지만 용감한 몇몇 사람이 은행을 상대로 이기는 사례가 전해지면서 지금은 항의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가스-전기 공급 회사도 똑바로 해라!"

가스, 전기세 등 공공요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직 증권업자 조 말리노스키는 공공요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www.theenergy.com)를 개설했다.

민영화로 인해서 가스, 전기 등을 공급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고객들이 선택의 어려움을 겪자,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별 가격과 관련 서비스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한 것. 이로 인해 고객들은 자기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이로 인해 약 400만명의 고객이 서비스 공급회사를 변경했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회사들은 휘청거리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브리티시 가스는 지난 1년간 110만명의 고객을 잃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가스와 전기 가격을 각각 17%, 11% 씩 전격 인하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피플 파워는 막강해지고 있다. 최근 '10 다운닝 스트리트'(총리관저) 홈페이지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이메일로 마비가 될 지경이었다. 영국 정부가 환경보호 등의 차원에서 자동차에 기구를 부착, 이동하는 거리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Road Pricing)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무려 180만명 이상이 시민들이 다운닝 스트리트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써서 항의 메일(e-petition)을 보낸 것.

영국 정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시민들의 반대에 화들짝 놀랐고, 결국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직접 나서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한발짝 물러났다.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영국 정부의 '로드 프라이싱'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문이 게재돼있다.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영국 정부의 '로드 프라이싱'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문이 게재돼있다.
커가는 인터넷의 위력... 합리적 변화 선도할까

일을 천천히 처리하면서, 앞에서 대놓고 항의하고 쓴소리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영국 사람들.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변화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변화 속도라면 느려터진 인터넷 설치 등도 빨라지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위에 대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은 인터넷이 가져다 준 '참여 민주주의'의 힘이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닫혀져 있던 정보들이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되면서 그 위력은 더해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선진적인 서비스와 민주적인 사회 변화로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주장은 시기상조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라크 전쟁같은 대외정책 등에도 건전한 세력들이 인터넷에 결집하기를 기대해본다.

과연 인터넷이 얼마나 영국 사회를 올바르고 합리적인 곳으로 이끌어가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맨유#맨체스터#서포터#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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