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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19회 타이틀 일러스트
달자의 봄 19회 타이틀 일러스트 ⓒ KBS
달자씨, 나보다 무려 열 살이나 많은 달자 언니. 아줌마라고 부르면 버럭 화를 낼 테지만 아가씨보다 아줌마에 가까운 당신. 당신과 헤어지기 전에 편지를 쓸게요.

당신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달자 씨, 강태봉을 정말 사랑하나요? 당신은 태봉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힘들어 했죠. 제가 보기엔 태봉이가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던데 말이죠.

급기야 지난 목요일 방송(3월8일분)에서는 태봉이에게 힘들다고 하면서 이별을 고하더군요.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만 힘든 거 아니에요. 당신이 힘든 거, 태봉이가 그런 거 아니잖아요. 다 당신 스스로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지. 태봉이야말로 당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안 보이던 가요?

난 태봉이가 좋았어요.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내가 태봉이를 좋아한 건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잘생기고 마른 남자가 좋거든요. 흐흐. 외모가 근사한 남자가 직업이 근사한 남자보다 훨씬 좋아요. 초반에 당신 애인 노릇을 하기 위해 회식 자리에 온 태봉이 로펌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쉬고 다른 일 하려 한다고 말할 때부터 난 그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예상했죠. 역시 그는 변호사였어요. 하지만 그게 뭐?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태봉은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하더군요. 그 바람에 태봉이의 매력이 없어졌어요. 꿈을 위해 노력하던, 잘 생기고 멋진 남자 강태봉은 없어져 버렸다구요. 물론 드라마에서는 남자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것도 있다고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내 눈엔 그저 주변 등쌀에 못이겨 로펌으로 돌아간 것뿐으로 보였어요. 쳇.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무엇 때문에, 어떻게 책임진다는 걸까요?

제가 너무 격하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한 몇 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달려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그게 옳은 걸까요. 그게 더 좋은 방법일까요. 그땐 당신이 괴롭히지 않을까요. 아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도 태봉이를 괴롭힌 적은 없죠. 그래, 누구나 사랑을 하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에요. 나를 제일 힘들 게 하는 건 나 자신이지 어느 누구도 아니죠.

근데 말이에요, 태봉이의 원래 직업이 맛있는 도시락 가게 주인이었고, 그런 그가 변호사의 꿈을 꿨다면 주변에서 그토록 그의 꿈을 미루라고 권유했을까요.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 이야기에서 결론은 늘 이런 식인 게 난 참 맘에 안 들어요.

<달자의 봄> 강태봉(이민기)과 오달자(채림)
<달자의 봄> 강태봉(이민기)과 오달자(채림)
뚱뚱했던 여자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미녀가 되어 사랑받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도 그래요.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한 건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는 거지만, 결국 외모가 예뻐지고 나서야 그녀는 행복해졌잖아요. 가난하지만 당차게 살던 여주인공이 한 남자를 사랑했는데 알고 보니 부잣집 도련님이더라, 하는 식의 사랑 이야기도 많죠. 그 여주인공은 착하게 살아서 복 받았다는 거야, 뭐야. 그 남자가 부자가 아니었다면 그 사랑은 복이 아니었다는 건가? 당신만 해도 봐요, 태봉이가 다시 일을 시작한 게 그렇게 즐거워요?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사랑하는 일까지 사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섣불리 말리고 도와주고 할 필요도 없어요. 노가다를 뛰어서 요리학원 수강증을 마련한다고 해도 그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해도, 그가 하는 일이라면 믿고 기다려 줄 순 없는 건가요? 제가 사랑을 잘 몰라서 이렇게 막연하게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주변에서 현실과 꿈은 다르다고, 겪어보면 알 거라고들 하지만 글쎄요, 그건 정말 겪어봐야 알겠죠.

당신은 마음이 따뜻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마음이 안 따뜻한 사람이 어딨겠어요. 우리들 심장이 다 뜨겁게 뛰고 있는데.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앓는 당신이 저는 조금 미워요. 하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의 친구 위선주씨를 봐요. 그녀는 신세도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도 혼자서 책임지려 하잖아요. 물론 그것은 잘못된 거지만. 그런 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어쨌든 위선주씨는 자신의 삶에 당당하잖아요.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잖아요. 남의 말과 시선에 흔들리는 당신과는 다르게.

[달자의 봄] 20회 타이틀 일러스트
[달자의 봄] 20회 타이틀 일러스트 ⓒ KBS
이제 다음주 목요일을 끝으로 당신을 더 이상 볼 수 없겠네요. 제목처럼 <달자의 봄>은 당신의 인생에 봄을 알려주며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가 드라마를 통해 원하는 진정한 해피엔딩은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남자와의 사랑이 아닌, 꿈에 대한 열정이 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멋진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에요.

강태봉이 맛있는 도시락 가게를 열어 당신과 예쁜 아이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물론 당신 역시 홈쇼핑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팀장이 되어 있길 바라구요. 그럼 서른셋에 순정만화 같은 사랑을 한 당신의 인생에 축복을 빌며. 또한 제 인생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이만 총총.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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