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복합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9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CNN을 한국어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해,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해오던 외국위성방송의 한국어 더빙이 이번 8차 협상에서 타결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7차 협상에서 지상파 편성쿼터를 현행 80%에서 50%로 낮출 것을 요구하였고, SO와 PP소유지분을 현행 49%에서 51%로 상향조정할 것, 외국 위성방송의 한국어 더빙 및 한국광고 유치 허용, 온라인 VOD시장 전면 개방, 미래 유보를 현행 유보로 하향조정 할 것을 요구하였다.
현재 재정부는 온라인 VOD시장만 미래유보를 주장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다 내주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 발언으로 한국 정부가 이미 미국 측에 방송개방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지난 6일과 7일 이틀 동안 KBS와 MBC, YTN, SBS, CBS앞에서 'NO FTA! 시청각미디어 분야 개방 반대 릴레이 연설 퍼포먼스'를 가졌다. 7차 협상에서 '방송개방'의 윤곽이 다 드러났는데도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않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해 방송개방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한미FTA의 실상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라고 요구했다.
이어 공대위는 8일 오후 5시부터 "방송은 죽었다"며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한국방송의 장례식을 치렀다. 또 방송 개방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나아가 방송위원회와 방송사의 적극적인 한미FTA저지 활동을 촉구하는 '방송장례 철야 농성'을 벌였다.
한국의 방송과 미디어의 공공성·다양성·문화적 권리가 죽은 것을 추도하는 '방송장례 철야 농성'은 일반 장례 의례와 동일한 형식으로 치루어져, 문상객의 조의금도 받고 떡과 술 등 음식을 문상객에게 접대하였다.
'방송장례 철야 농성'의 첫 문상객은 민생정치모임 국회의원들이었다. 천정배, 최재천, 제종길, 이계안 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과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공대위' 단체들은 한미FTA 방송개방과 관련 하여 담소를 나누며 입장을 같이하였다.
미국은 방송개방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PP와 SO를 운영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고, 나아가 종합편성 채널까지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국정부도 이를 막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한다.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방송장례식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우리나라 방송은 죽었다"고 선언하였다.
방송장례식에 앞서 공대위는 8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하이얏트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개방, 문화종속, 한미FTA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 방송 개방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전하였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지상파 편성쿼터가 줄어들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컨텐츠가 줄어든 자리를 플레이보이 등 미국 성인채널과 CNN이 차지할 수 있다, 편당 제작비가 5억원이 드는 '주몽'과 '대조영'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며 "그 자리를 편당 1000달러밖에 하지 않는 미국 드라마 'C.S.I'나 'Sex&City'가 차지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한미FTA를 통해 우리에게 경제적 종속뿐만 아니라 문화적 종속까지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 경고 한다"며 "협상을 거둬드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 속에서 노무현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의 다른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방송개방, 문화 종속 한미FTA를 즉각 중단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한미FTA를 지금 바로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한편, 방송장례식에 문상 온 이해영 교수는 "낮은 수준의 FTA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 쓰나미급의 가장 강한 FTA"라며 한미FTA의 실체에 관한 강연을 하였고, KBS 이강택 PD는 "뼈와 내장 모두에 침투해 있는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뼈조각이 붙은 쇠고기 수입은 절대 안된다"고 경고하였다.
한미FTA, 방송장례식은 9일 오후 3시 방송회관 3층에서 열리는,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장 앞에서도 이어져 KBS, MBC 사장과 방송 관계자들에게 방송개방의 심각성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