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울산과학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
ⓒ 민주노총울산본부
울산과학대학에서 쫓겨 난 청소부 아줌마들의 알몸저항. <경향신문>이 뒤늦게 이 소식을 오늘(12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 신문과 <연합뉴스>, 방송사들이 이미 보도한 내용이지만 전국 종합 일간신문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사 중에서는 <조선일보> <한겨레>가 각각 다뤘지만 지역판과 온라인에만 실렸다.

<경향신문>의 '월 65만원 청소 아줌마들 느닷없는 해고-짓밟힌 비정규직 '온몸 절규''(울산 김한태·권기정 기자)는 기사 제목 그대로 파리 목숨보다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힘없는 자들의 '절규'는 더 이상 뉴스가 안 된다?

울산과학대학의 "정규직 미화원들은 1시간씩 덜 일하고 월 250여만 원을 받고 있"지만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이들 비정규직 청소 아줌마들은 "매일 9시간 근무에 월 65만원씩 받았다."

지난해 7월 점심식사 제공,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요청해 용역업체에서 이를 받아들여 월 임금이 70만2000원으로 늘어났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 1월 울산과학대학이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면서 이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대학 측에서는 "청소가 잘 안돼서…"라고 이야기하지만 "불씨는 노조"였다. 아줌마들이 지난해 용역업체와 협의과정에서 주변의 권유로 노조에 가입한 것이 불씨가 됐다는 게 <경향신문>의 진단이다.

이들은 지난 2월26일부터 대학 본관 지하탈의실에서 농성을 하면서 학교 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해왔지만,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끌려 나왔다. '알몸'으로 저항해 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학생회 간부들에게서까지 "농성을 하려면 밖에 나가서 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교직원 노조도 "용역 업체 직원은 나가고 민주노총은 물러나라"는 현수막까지 걸었다.

노동의 양극화 현상, 어떻게 쟁점화 할 것인가?

<경향신문>이 이들 힘없는 청소부 아줌마들의 '절규'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은 최근 신문 보도의 경향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한국 신문의 1면 머리기사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절규'는 사라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비단 신문 뿐 만이 아니다. 방송이나 다른 매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부턴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에는 '통계수치'로 환원돼 객관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들 통계수치에서는 '고통'과 '분노'를 읽어 볼 수 없다. 독자들이나 시청자들도 따라서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다. 이번 청소부 아줌마들의 '알몸절규'도 '알몸' 때문에 뉴스가 될지언정, '절규' 그 자체에 귀 기울인 언론사는 거의 없다.

언론 탓만 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이 어디 한 두 건인가? 주변을 잠시만 둘러보면 도처에서 비슷한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청소부 아줌마들의 이런 절규는 아마 <경향신문> 빌딩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절규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절규'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다. <경향신문>의 오늘 1면 머리기사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이런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계속 올릴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양극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경향신문>이지만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의 '뉴스가치'를 살리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일반화돼 있고,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는 노동의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쟁점화 할 것인가? <경향신문> 오늘 1면 머리기사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이런 화두를 던진 기사일 수 있다. 그러자면 취재와 보도방법, 접근하는 시각에서 일상화된 관성의 틀을 뛰어넘는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