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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순 전 지부장
차영순 전 지부장 ⓒ 김삼석
"어디서 그렇게 많은 정보를 구했어요? 제가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답이 너무 시원찮지나 않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농촌진흥청(청장 김인식)의 '노조탄압' 등 근본문제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차영순 전국공무원노조 농촌진흥청 노조 전 지부장은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이 지난해부터 홍역을 앓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라 현 농촌진흥청 노조가 탄압받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여기에다 농진청은 국가기관이자 정부출연연구소이지만 김인식 청장은 낙하산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비정규직이 더욱 늘어날 움직임이다.

차 전 지부장은 "농진청은 한국농업의 발전을 통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며 "농업을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교육장으로서 기회를 제공하는 것, 사철 아름다운 녹지를 맘껏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농진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BRI@현재 농진청노조는 노조지부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을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했다. 그만큼 비상 상황이다.

차 전 지부장은 "농진청 앞을 지나다니는 시민이라면 지난 여름 근 4달 동안 매일 아침 정문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왜 저러나 싶어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고 또는 배부르니 밥투정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을 것이다, 더욱이 농촌진흥청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청사 내 길이나 출입구가 폐쇄돼 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으니 불만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죄송함을 전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은 차 전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싸우다 허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는 데 지금 건강은 어떤가.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활동에는 무리 없다. 괜찮다. 원래도 허리가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농성하는 동안 줄곧 농성장 주위의 한 건물 소파에서 밤의 냉기를 몸으로 맞으며 잠을 잤고, 장기간의 농성으로 피곤이 겹쳐 허리 통증이 심해져 근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하던 중이었다. 청사 내 천막 철거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청사 내로 들어가려는 것을 청원경찰들이 막아섰고, 청사 밖으로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과정에서 허리에 무리가 더해졌던 것이다."

- 차 전 지부장은 농진청에 언제 입사했고 했던 일은? 또 언제부터 지부장으로 있었나.
"1992년 공채로 입사했고, 식물 육종 기간 단축과 용이한 선발을 위한 분자 마커 개발과 벼멸구 저항성 유전자 구명 등과 관련된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했다. 2005년 6월말 경에 보궐 선거에서 단독 출마하여 지부장으로 당선되어 1년 8개월 동안 그 일을 수행했다.

그 당시 승진시행과 관련하여 농진청과 마찰이 생길 뻔했는데, 그 마찰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총투표(대의원대회결정이었음)를 거치지 않고 하부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에서 승진시행을 용인해 주면서 조합원의 저항이 거셌고, 이에 책임을 지고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바람에 보궐선거를 하게 되었다."

- 지난해 '반개혁적 승진강행, 단일직급제 실시 파기, 비민주적 기관 운영,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몇 달 농성했는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안은 어떠한 게 있는가.
"농진청은 농업연구와 현장지도를 총괄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현재 무역자유화와 비교 우위론에 입각한 국가 산업에서의 농업의 비중 감소로 인해 농업, 농민, 농촌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농업연구․지도기관으로서 내부 혁신이 필요했고, 이런 움직임은 그 동안 평직원의 대표 기구인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2계급으로 나눠진 관(官)과 사(士)의 직급을 단일화하는 것이었다. 전문성보다 계급을 중시하면서 발생한 많은 문제들은 조직의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게 만들었고, 조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였다.

그런 점에 대해 기관 측에서 동의하면서 단일직급추진단이 만들어지고, 그 동안 단일직급제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 도입을 위한 각종 법령 정비, 관련자 홍보 및 설득 등을 해왔다. 한편으로 이 문제가 승진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농진청은 내부 노사 합의 기구인 개혁추진위원회에서 설득과 양보, 이해를 통해 승진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부임한 후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 작년 5월 15일, 김인식 청장은 이런 배경이나 합의 내용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승진 인사를 추진했고 당연히 노동조합은 합의 준수를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가 조직 내 심한 갈등의 요인이 될 것을 알면서도 농진청은 무리하게 강행했다. 정부(행자부)가 노조설립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상황이었고, 행정자치부 지침에 의거해 노조에서 하는 행위를 모두 불법행위로 몰아붙여 노조를 쉽게 무력화하거나 말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농성 첫날부터 공문을 보내 징계하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농진청은 집행부 7명에게 파면․해임(나중에 소청에서 2명은 복직했음), 동조했던 조합원 40여명에게는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쓰던 노조사무실은 지난해 9월말 폐쇄되고 현재는 근처에 임시노조사무실을 개설하여 그곳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승진시행이 완료된 이후 책임자 문책, 합의사항 준수, 징계철회 등에 대해 협상 중이었으나, 징계와 사무실 폐쇄로 일방적으로 농진청 밖으로 밀려나왔다. 현재 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공식적인 대화를 거절하고 있어 농진청과 공식적인 협의나 협상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일직급제 추진사업 등 몇 가지 사업과 조합원 교육 등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당시 투쟁결과 해고자들이 생겼다는데 해고이유와 해고자 수는? 복직투쟁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국가공무원법의 단체행동금지, 근무지 이탈,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이며, 소청 이후 파면 1명, 해임 4명, 정직 3월 2명으로 소청심사에서 지부장을 제외하곤 한 단계씩 감경됐다. 지금 행정소송 진행 중이다."

- 현재 농진청 노조의 상황은.
"공식적인 농진청 내 활동은 불허되어 있어 실질적인 대화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나, 농성 동기 중 하나인 단일직급제 추진은 다른 채널을 통해 일정 부분 상호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관리자들의 강압과 회유 등에 의해 조합원이 일부 탈퇴를 했고, 그들의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로 인해 개인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 당시 농진청의 근본문제는 김 청장이 연구관 퇴출제와 책임운영기관전환을 골자로 한 혁신방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다 생긴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지난번 사태는 기존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승진을 강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 투쟁이 장기화하고 7명 중징계라는 공직 사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은 노조를 없애거나 약화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

단적인 예로 투쟁이 시작되기 1주일쯤 전에 농진청은 혁신방안 대국민홍보를 위해 재경부 브리핑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 간담회 20여일 전 내부구성원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내부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이 이야기되었다. 책임운영기관은 기관장의 권한만 커지면서 견제장치는 하나도 없는 제도로, 국가기관이 출연연구소나 민간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전 단계다.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혁신 방안에서 빼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반대했다. 결국 그 내용은 기자간담회에서는 빠질 수밖에 없었다.

또 연구관 퇴출제도 처음 내부 설명회 당시엔 연구관 퇴출이 아니라 능력이 없는 연구관에겐 과제를 주지 않는 정도의 제도라고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신문에 실린 내용을 보니 연구관 퇴출제로 나와 어이없었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성명서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농진청장은 자신의 계획을 추진하는 데 노조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겼을 것이고, 때마침 행자부가 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상황이니 힘 안들이고 노조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농성 중 협상 과정에서도 '노조를 탄압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정부 지침은 안 따를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피해갔다."

- 이 혁신방안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말로만 혁신 방안이지 그렇게 혁신이라 할 만한 내용도 없었다. 다만 직원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하게 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 '연구관 퇴출제' 같은 것들이었다.

특히 책임운영기관 전환은 농진청 구성원의 신분의 변경과 고용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농업에 대한 경제논리 강조로 농업 연구가 심하게 약화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따라서 신중한 검토와 내부 의견 수렴이 반드시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농진청은 한 번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덜렁 혁신안이라고 언론에 홍보하려 했다. 이미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친 것으로까지 거짓으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또 연구관 퇴출제는 현재 지자체에서 문제되고 있는 현장지원팀으로 전출 같은 것으로 퇴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대상이 5급에서 먼저 시작되지만 나중엔 전 직급에 확대 시행될 수 있어 조합원의 고용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선발의 불공정성 시비뿐 아니라 줄서기, 개인주의 등 부정적인 조직 문화까지 형성하여 조직을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다."

- 혁신방안의 어떤 부분이 농진청 직원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나.
"특히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인데,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0% 정도의 보수에, 각종 복지에서도 누락되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농진청에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 혁신방안의 어떤 부분이 국가기관의 공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나.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면 농진청 산하의 연구소들이 정부출연연구소를 거쳐 민영화될 수 있다. 이것은 최근 일본에서 나타난 사례로, 단 시간에 그런 과정이 진행되었다. 민간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따라서 민영화하면 환금성은 낮지만 농업 분야의 국가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농업기반연구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결국 한국농업의 발전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 한미FTA 피해가 가장 극심한 분야가 농업임에도 농촌지원업무를 축소하려는 계획을 농진청 청장을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는 여론이 있는데.
"노무현 정권의 농업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김인식 청장이 왔을 거라는 이야기들은 이미 회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노무현 정권의 농업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농진청 노조는 현재 수원지역 상설연대체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데 지역의 상설연대체의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
"조합원들은 내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를 원한다. 연대하기엔 우리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 상황이 노조 탄압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서 현재 조직적 차원에선 결합이 어렵지만 연대 필요성을 느끼기에 참관해서 다른 단체의 의견을 듣고, 가능한 수준으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향후 그 취지나 목적에 따라 조직 내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 수원지역상설연대체가 성공하려면 개인적인 생각으론 다양한 조직이 함께 해야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동 의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갔으면 한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원지역에만 한정되어 활동하는 기관이 아니기에 농진청 업무와 관련해서는 시민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약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농진청의 투쟁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농진청이 국가기관으로서 국민과 시민에게 진정으로 다가가기 위한 내부 개혁 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다. 농진청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신하여 국가기관으로 그 역할을 다하도록 감시하고 감독하는 쓴소리 하는 조직으로 남을 것이다.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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