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서울 세종로 네거리 코리아나호텔 부근 조선일보 사무실 밀집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은 과연 달라질까? 달라진다면 얼마나 달라질까?

한나라당이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조정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더욱 궁금한 것은 이에 대한 언론, 특히 '조중동'의 반응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못지않게 강경 대북 일변도로 달려왔던 신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신문들은 한나라당의 이런 변신 움직임을 어떻게 보도할까? 오늘(14일) 신문의 관전 포인트다.

한나라당이 대북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면 그것은 오늘 신문의 1면 머리기사로 부족함이 없다. 현재로선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나라당이 대북 정책의 기조를 바꾸기로 했다면 그야말로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1면 기사로 다뤘다. 이들 신문들은 대부분 별도의 해설기사를 배치하는 등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는 5면 머리기사로 다루기는 했지만 드라이하게 다뤘다. <동아일보>는 정치면에서 그래도 비교적 소상하게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다뤘다.

한나라당 '대북정책 조정' 드라이하게 보도한 <조선>

@BRI@신문 지면은 거울이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울이다. 신문 지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까지도 읽어볼 수 있다. 신문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아마 이런 데 있을 것이다.

오늘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변화 소식을 다룬 신문 지면에서 그런 감정의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난 신문은 <조선일보>다. 그렇다고 <조선일보>의 기사에 감정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다.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드라이한 스트레이트 기사의 전형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미·북 관계 급진전 등 정세 변화를 고려해 대북 정책 기조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시작해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는 것 아니냐"는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의장의 말로 그 배경 설명을 대신했다.

한나라당이 이미 당내 전문가들로 TF(테스크포스: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든 일시적 기획 추진팀)를 구성했으며 이는 "남북 정상회담 등 '평화 이슈'에서 수세에 몰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자 원고지 3매가 채 안 되는 분량의 간략한 기사였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한나라당 '대북 정책의 근본적 조정'이라는 의미 부여와 함께 당내 반발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다룬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와도 사뭇 다르다.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만큼 '긴장'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긴장하는 <조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선일보>가 이처럼 긴장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 문제는 <조선일보> 리더십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반북 이데올로기로 정치적 리더십(leadership)을 구축해온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조선일보> 독자들을 묶어 세우는 리더십(readership)이기도 했다. 그런 리더십은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세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러한 리더십의 한 축이 지금 무너질지도 모를 상황에 <조선일보>는 직면해 있는 셈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말 '변신'을 꾀한다면 당장 이번 '대선'에서 <조선일보>의 정치적 리더십은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 자리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대신할지도 모른다. <중앙일보>는 다소 우왕좌왕하기는 했지만 대북 정책에 관한한 비교적 열린 자세였다. <동아일보>는 그 경향성에서는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것이 <동아일보>의 리더십에 치명적일 정도로 이데올로기화 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조선일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지금 숨을 고르고 있다.

어떻게 될 것인가? 한나라당의 변신이 <조선일보>의 변신까지를 몰고 올 것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의 변신 자체가 무늬만의 시늉내기로 그칠 것인가? 한나라당의 변신은 대선주자들의 변신으로 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러면 <조선일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변수는 많다. 시간도 많이 남아 있다. 지켜보자.

#백병규의 미디어워치#백병규#미디어워치#조간신문 리뷰#한나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