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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가 그려준 엄마
ⓒ 김미영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간혹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엄마이기 때문에 큰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리라. 거기에다 나는 종일 이제 다섯 살 된 딸아이 여름이와 떨어져 지낸다. 소위 '직장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저녁에 퇴근해서 여름이와 만나면 어느 날은 나도 모르는 사이 부쩍 자라 있는 아이와 마주치게 되기도 한다.

올 2월까지 여름이는 낮시간을 주로 할머니와 보냈다. 그런데 이제 친구를 알 나이가 되어서인지 조금씩 무료해 하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 보낼까 말까를 한참 고민하다가 보내 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아이를 보낼 만한 마땅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찾아 보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내 생각에만 치우친다면 육아라는 것이 자칫 내 욕심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름이가 건강하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놀 수 있고,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꾸준하게 관심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곳이면 좋겠다는 데 생각을 모았고 그런 곳을 찾아보았다.

여름이를 아직 보내지 않고 있을 때는 쉽게, '거기가 딱이야. 거기 보내야지' 이렇게 생각하며 잠정적으로 정해 놓은 곳이 있기는 했지만, 그곳은 직접 등하원을 시켜야했다.

그것뿐인가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크고 작은 모임, 행사들이 꽤 있는데, 그것을 원했음에도 막상 코앞에 닥치니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남편의 일 때문에 저녁시간을 모두 혼자서 책임져야 하니 나에겐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으로 몇 군데의 어린이집을 더 다녀본 후에 결정을 하기로 했다.

동네에서 좋다고 소문난 몇 군데의 어린이집 대부분은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국어, 수학, 영어는 기본이고 심지어 중국어까지 특기수업으로 정해 놓은 곳도 있었다.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를테지만 우리는 이제 다섯 살인 여름이에게 이런 교육을 벌써부터 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린이집 순례를 마친날,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우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여름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노는 것이 보장된 어린이집을 3월 2일부터 다니게 되었다. 보내 놓고 나서 하루 종일 여름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내 걱정과는 달리 여름이는 첫날부터 너무나 잘 적응을 해주었고, 지금도 무척 좋아한다. 산으로 들로 오전 내내 나들이를 하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얼마 전에 여름이가 엄마를 그려주겠다고 했다. 칠판과 펜을 가지고 와서 열심히 그리더니 보여준다. 나는 여름이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커다란 얼굴, 그리고 눈, 점 두 개로 표현한 콧구멍, 시냇물처럼 그린 입술, 얼굴에 붙어 있는 팔과 다리, 그리고 귀. 나의 파마머리까지 잊지 않고 그려주었다.

종이에 그렸으면 그대로 간직(?)했을 텐데, 칠판에 그려서 사진에 담아 두었다. 여름이가 그려준 엄마의 모습 너무 예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아이가 행복해하면 저도 행복해 집니다.  아이의 웃음이 저를 웃게 만들기도 하구요..^^ 아이도 반대로 느낄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행복해하면 아이도 행복해지고,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함께 웃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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