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중순부터 임대분양 모집에 들어간 부산대학교 '효원 굿 플러스'. 단순 학내 문화회관 수준이 아닌 대형 쇼핑센터에 가깝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임대분양 모집에 들어간 부산대학교 '효원 굿 플러스'. 단순 학내 문화회관 수준이 아닌 대형 쇼핑센터에 가깝다. ⓒ 광고참조

요즘에는 버스 광고판이나 TV 광고에서 '종합쇼핑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은행·병원·대형서점·옷가게 등이 한데 모여있는 이같은 상업시설이 국립대학교 안에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봐야할까?

실제 부산의 국립대인 부산대학교에서는 캠퍼스 안에 '효원굿플러스(효원문화회관)'라는 쇼핑몰 건물을 짓는 공사가 시작됐다.

학교 입구 체육관을 헐고 만들어지는 이 건물은 지하4층, 지상 7층(연면적 5만4000㎡) 규모로 2008년 말까지 준공하기로 되어있다. 여기에는 은행, 패밀리레스토랑, 각종 의류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병원 등이 들어서게 된다.

부산대는 이 사업을 위해 효원이앤씨와 '민간투자(BTO) 사업협약'을 맺었으며, 이미 지난 2월 15일부터 유명 아나운서를 모델로 해서 신문·TV·버스 등에 광고를 내며 대대적인 임대분양에 들어갔다.

이는 2005년부터 국토법 시행령을 비롯 대학설립운영규정이 개정돼 대학시설에 민간투자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산대가 전국 처음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부산대학교가 얻는 대가는 상당하다. 건물 6층을 평생교육원과 종합체육관(250억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지하주차장(100억원), 3층짜리 제12공학관(23억원), 간이 체육관(5억원)도 생긴다. 여기에 녹지 및 교통개선 사업비(50억원)등을 제공받는다. 대신 효원이앤씨는 30년간 이 건물을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

경제적 이득은 분명하지만... "대학 본질 훼손한다"

정부로부터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학교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득이 분명한 사업이지만, 국립대학교 안에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특히 사립대도 아닌 국립대에 민간자본이 유치되면서 나올 파장에 대해 우려스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부산대학교의 민자유치 사업에 이어 같은 국립대인 부경대학교도 BTO 방식의 '부경문화예술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수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학생들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부산대 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부산대학교 교수 187명은 성명서를 내고 "대학에 들어서는 건물은 기본적으로 교육연구 시설이 되어야 한다, 대학당국이 교육연구시설로 허가받아 대형쇼핑센터를 건립한다면 대학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들은 "학내의견 수렴이나 심의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공사가 추진되었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 및 분양 중단을 요구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측도 "작년에 '효원문화회관'이라고 건립하기로 했으나 지금은 쇼핑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합의된 것과는 전혀 달라 뒷북 맞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건물) 이름도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며 "기본적인 의견수렴 과정없이 쇼핑센터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학측은 교수들과 연대해 '효원 굿플러스' 건립에 대해 구체적 대응을 마련하는 한편, 학교본부 측에 의견 수렴 절차를 요구하기로 했다.

학내단체인 '부산대학교 대학생 사람연대(건)' 측도 3월 6일부터 18일까지 "학문의 전당이 고객유치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부산대는 임대분양하는 곳이 아니다'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진행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주무부서인 캠퍼스 기획관리본부 측에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주무부서인 캠퍼스 기획관리본부 측에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 ⓒ 홈페이지 자료화면
대학 측 "교육여건 훼손하는 업종은 제한... 복지와 조화 이루겠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대학교 본부의 해당관리 부서인 캠퍼스 기획관리본부는 지난 3월 9일경 대학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대학이 지나치게 상업화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교육여건을 훼손하는 업종의 입점을 엄격히 제한할 것이며 대학의 복지 및 문화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사업시행사의 광고가 아파트 분양광고처럼 된 측면이 있다, 이 부분을 관리하지 못한 미숙함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학본부는 이에 대해 "과장광고된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와 일방적 상업화 발상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로도 국내 유명 아나운서가 나오는 '효원 굿플러스'의 버스광고 및 TV광고는 계속되고 있다.
#효원굿플러스#부산대#쇼핑센터#국립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을 쫓는 보도, 중심이 있는 기사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