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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지난2005년 7월5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서울대 본고사 부활에 반대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입시정책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들이 지난2005년 7월5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서울대 본고사 부활에 반대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올바른 입시정책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대가 3불 정책을 '대학 발전에 암초와 같은 존재'라며 폐지를 요구하자 서울의 주요대학과 수구언론이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3불 정책은 기여입학제만 빼고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본고사의 경우 일부 대학이 '대학의 학생 선발권' 이라는 미명 아래 본고사와 다름없는 논술시험을 치르고, 우수학생들을 독식하기 위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부유층 학생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어 왔을 뿐만 아니라 2008학년도 입시전형에서도 '우선선발제'며 '차등내신적용제'를 실시해 고교 등급을 매기고 있다.

비리의 온상인 부패 사학을 위한 법을 만들자고 팔을 걷어 부치던 한나라당조차 눈치를 보는 3불 정책이다. 서울대가 총대를 메고 사립학교 재단과 수구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까지 밀고 가겠다며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의 주요대학들은 정시에서 내신비중을 동결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겠단다. 결국 고등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야 얻을 수 있는 내신점수란 대수롭지 않고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여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요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들의 학생선발권이라는 이름의 반란은 2008학년도 입시전형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 그리고 정시모집'의 선발인원을 각 30% 내외로 한다는 것과 정시모집에서 수능을 자격기준화하고 대신 논술고사의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사실상의 본고사를 시행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언제까지 서울대 눈치보고 살아야 하는가?

고교등급제도 예외가 아니다. 겉으로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2002년 입시전형에서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와 8개의 특수목적고를 중심으로 합격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에서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가중치를 더해준 것으로 밝혀졌다.(문화일보 2001년10월 17일자에서 보도한 '전국고교의 등급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공한 전국 1900여개 고교의 수능 성적과 개인별 성적표, 내신 성적 등의 자료를 기초로 고교별 등급을 매겨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지금까지 실시해온 수학능력고사는 교육을 황폐화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서열이 매겨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학이 자기 학교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인문계의 전국서열은 대구외국어고교가 1위, 백석고가 2위, 명덕 외국어고가 3위'식으로 매겨 공정한 경쟁조차 부정하는 현대판 연좌제를 실시해 왔음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농어촌 학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또 선배들의 능력을 근거로 후배들의 당락이 좌우되는 고교등급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시합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 난 '토끼와 거북이' 게임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수백 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울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가? 가난하지만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워달라고 국민들의 주머닛돈을 털어 만든 학교가 서울대이다. 양심이 있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만 있다면 '공교육이야 무너지건 말건 우수한 인재만 골라 가겠다'는 후안무치한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학벌구조

인재를 키울 생각은 않고 우수한 인재를 뽑아 공무원과 고시준비나 시키는 대학은 대학이 아니다. 명분은 기여금을 받아 첨단기자재를 구입하고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지만 멀지 않아 입학 티켓이나 졸업장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사회정의나 경제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키워 놓은 인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벌(閥)을 만들고 그 벌(閥)이 키워놓은 인재가 정치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악용해 사회악의 뿌리가 됐다. 학벌구조가 얼마나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수가 되고 있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삶의 질을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사회 고위층 인사 혹은 지배층에게는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제)라도 지켜진다. 돈과 권력, 언론과 지식인이 한통속이 돼, 그들만의 이익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런 사회에서 약자가 설 곳은 어딘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지식인이 사는 사회는 살맛 없는 황폐한 사회가 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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