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노점상들도 나름대로 사연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우리 동네(인천 계양구)에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작은 가건물에 나무판자를 얹어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그곳에 할머니는 100원짜리 과자를 나무판자 위에 늘어놓고 팝니다.

아이들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문을 열었다가 추우면 문을 닫고 또 해지면 문을 닫는다는 그곳에서 과자를 사먹는 아이들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침에 그 길을 지나다가 "할머니, 하루에 얼마나 파시나요?"하고 물으니 "하루에 2000원도 팔고 3000원도 팔고 하요. 그걸로 하나밖에 없는 손주새끼 사달라는 거 사주는 재미로 하요"라고 하신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재래시장 귀퉁이에서 좌판을 깔고 야채를 파는 할머니께 어느 취재기자가 오늘 얼마 벌었냐고 인터뷰를 하자 3000원 벌었다며 오늘 밥값은 벌었다고 좋아하셨다는 이야길 들었다. 할머니께서도 하루 종일 일한 대가로 2000원이나 3000원을 벌어도 손자가 사달라는 걸 사줄 수 있다는 걸로 그저 행복해 하셨다.

"하나 있는 손주새끼 생각하면 내가 속상해 죽겄소."

할머니께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내게 눈물이 그렁그렁하시며 속내를 털어 놓으신다. 아들이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고 잘 살아줘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었는데 며느리는 가족도 아들도 남겨 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단다.

그 후 아들은 폐인이 되어 날마다 술을 마시고 일하러 나가지도 않고…. 오전 11시가 넘었는데 할머니께서는 요즘 보기 드문, 예전에 곤로라 부르던 것에 불을 붙여 라면을 끓이고 계셨다. 손자에게도 아침에 라면을 먹여서 학교에 보냈다고 하신다. 항상 식사를 대충 때운다는 할머니는 소나무 껍질 같은 손에 뼈만 앙상하다.

"아지메, 사는 거이 참 폭폭하요. 서방 복 없는 년은 자슥복도 없다더니 그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인가 싶으요. 젊었을 땐 영감이 나를 고생시키더니 늙응께 자슥이 내 속을 갈구요. 내가 하나밖에 없는 손주새끼 생각하면 잠도 안 오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겄소. 불쌍한 것. 부모 잘못 만나서 저도 고생, 나도 고생고생하요."

▲ 하루 몇 천원을 팔아도 행복해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할머니는 라면 한 젓가락을 드시며 때에 찌든 앞치마에 콧물과 눈물을 닦으신다.

"할머니, 울지 마시고 과자 천 원어치만 싸주세요"라고 하자 할머니는 너무나 미안할 정도로 고마워하며 100원짜리 과자 두 개를 더 챙겨 주시려 한다.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사양해 봐도 끝내 고맙다며 그럼 하나라도 더 가져가라며 100원짜리 엿 하나를 쥐어 주신다.

"내가 천 원을 팔려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아지메가 첫 개시로 이렇게 많이 사중께 너무 감사해서 그라요."

뿌리칠 수 없어서 받고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데 할머니는 내 등에 대고 몇 번이고 감사하다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신다. 요즘은 아이들도 몇 장씩 지갑에 넣고 다니는 천 원짜리 한 장이 할머니껜 삶의 양식이 된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 한 편이 아려왔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나도 오늘만큼은 장사를 하는 내내 천 원짜리가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내일도 할머니께 천 원의 행복을 안겨 드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송영애 기자는 인천 계양구에서 떡볶이 노점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좌판, #할머니, #과자, #재래시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