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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천원 벌어도 좋아, 손주 사주는 재미로 하지'라는 기사를 보고 어느 마음 좋으신 분이 쪽지를 보내오셨습니다. 할머니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게 돈을 좀 보내드리게 할머니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할머니께서 이제 날마다 드시던 라면 말고 쌀밥을 한 끼라도 드실 수 있으실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할머니만큼은 아니겠지만 할머니 말씀처럼 사는 게 폭폭한 저도 할머니께 큰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기껏해야 과자 천 원어치 사는 걸로 돕는 척을 했으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그 분을 보고 너무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아침에 떡볶이 장사를 하러 가는 길에 할머니께 들렀습니다. 할머니는 곤로 앞에 우두커니 앉아서 먼 산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뭔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예…. 기냥 앉아 있소. 손님도 없고 졸리기만 하요."

한참을 뜸을 드린 뒤 할머니께 말씀 드렸습니다.

"할머니, 혹시 은행 통장 있으세요? 제가 할머니 이렇게 힘들게 장사하신다고 했더니
어느 분이 할머니께 도움을 좀 드리고 싶다고 통장 번호 좀 알려달라고 하시네요."

그러자 할머니께선 "난 그런 거 없소"라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내가 뭘 말하는지 모르는 눈치여서 내 통장을 보여드리자, 할머니께서 반색을 하시며 "아, 그거? 그거 집에 있는데…" 하며 내일 가져다 놓으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동사무소에서 한 달에 20만원인가 30만원인가를 보내주는데, 그걸 가져다주면 새마을금고 아가씨들이 알아서 돈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누군지 몰라도 참말로 고맙다고 전해주쇼. 돈 안 받아도 받은 것이나 매 한가징께, 고맙다고나 전해주쇼" 합니다. 아직 돈을 드린 것도 아닌데 고마워하시는 할머니께 내일 들르겠다고 하고 뒤돌아서는데 자꾸만 제 소맷자락을 잡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고맙소. 아지메, 이가 하나 먹고 가쇼."

돌아보니 100원짜리 초콜릿 하나를 손에 쥐어줍니다. 뿌리쳐 봐도 놓아주시질 않아 받아 들고 왔습니다. 돈을 드려도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오늘은 다래무침을 했는데 할머니께 조금 갖다 드리렵니다. 초콜릿 값으로요.

할머니께 조그만 정성을 드리겠다고 쪽지를 보내신 그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이름을 가르쳐 달래도 절대 가르쳐 주지 않으시는 그 분.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실천하시는 그분에게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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