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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불 같기도 하다.
ⓒ 강재규

자정 무렵 연구실 문을 잠그고 퇴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연구실이 있는 탐진관 건물 옆에는 벚꽃이 화사하다. 낮에 보던 벚꽃이랑 밤 벚꽃은 그 모습이 많이 달랐다.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가로등 아래의 밤 벚꽃은 어릴 적 고향 마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던 여름밤의 은하수와 닮았다. 보석을 빻아 그 가루를 여름 밤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그 찬란하던 고향 여름밤의 그 은하수 말이다.

그 흔하디 흔한 은하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은하수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시로 떠나온 이후 한 번도 그 아름답던 은하수를 본 적이 없다. 아직도 고향 마을에는 어릴 적 추억의 그 은하수가 여전히 고향 마을을 지키고 있을까?

아들에게 밤 벚꽃을 찍은 블로그를 보여주면서 아빠가 어릴 적 보았던 추억의 은하수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은 은하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은하수를 보지 못한 이가 내 아이 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인조 불빛이 추억의 은하수조차 삼켜버렸으니, 도회 아이들이 은하수 볼 기회를 갖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아니겠나.

우리가 어렸을 때 고향의 밤하늘에서 본 것은 하늘에서 빛나던 은하수만이 아니었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수많은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웠었고 밤하늘의 별들과 속삭이기도 하였다. 어른이 된 지금 봄 밤 가로등 불빛 아래 핀 벚꽃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의 은하수를 상상한다. 그리고 어릴 때의 우주처럼 광활했던 꿈을 추억하고 또 회상한다.

▲ 가로등 아래 휘황찬란한 밤 벚꽃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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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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