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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이용덕(44)씨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가을이다. 기름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작업복 차림으로 차 밑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치고 있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삐그덕' 거리는 낡은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에 들렀다가 그를 만난 것이다. 이씨는 정비소의 주인이었고 첫인상은 수더분한 기술자의 모습이었다."차가 말을 안 들어요. 아무래도 차 팔고 자전거 타고 다녀야겠어요.""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자전거에 관심 있으세요? 자동차 정비소 하지만 저도 자전거 좋아합니다."낡은 자동차가 고장 난 것이 불만스러워 푸념하는 내게 그는 오히려 '동지'를 만난 듯 눈을 번뜩이며 '자전거'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기왕 말이 났으니 하는 얘기지만 자전거 타고 다니면 좋은 점이 많지요. 우선 건강에도 좋고 매연 없으니 공기도 깨끗해지고…. 그뿐입니까, 요즘같이 먹고 살기 힘들 때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지요. 요즘 자동차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자동차 때문에 먹고 살고는 있지만 자동차 한 대 굴리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안타까워요."이 말을 듣고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난 타고난 호기심 탓에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자동차 정비소를 하는 사람이 차를 고치러 온 사람에게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좋은 점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 사람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자동차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주범' @IMG2@이씨는 자동차 전문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정비소를 하기 전 자동차 회사 개발실에서 간부로 근무했다. 그가 자전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자동차 정비소를 하면서부터다. 회사를 퇴직하고 정비소를 시작했지만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사업이 풀리지 않아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동차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전거가 눈에 띄기 시작했던 것. 자동차가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자전거가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에 환경문제를 늘 달고 다니지요. 그리고 서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드는 주범입니다."이씨는 자동차가 환경과 경제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 생각한다. 특히 자동차 회사에서 대형차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짜고 홍보하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형차를 타야만 행세깨나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핸들만 잡으면 성격이 조급해져서 '빨리빨리'를 외치는 원인을 자동차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좁고 폐쇄된 공간에 있기에 마음도 좁아지고 성격도 급해진다는 것. 자전거는 항상 하늘이 보이는 열려 있는 공간에서 타야 하기 때문에 타는 순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그는 말했다."자전거가 그렇게 좋으면 정비소 접고 자전거 사업 해보시지요?" 이 말을 불쑥 해놓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다. 입만 열면 '해병대' 자랑하는 선배에게 "그렇게 좋은 군대 왜 제대하셨어요? 말뚝 박지!"라고 얘기했다가 무척 무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선배는 내 앞에서 더는 해병대 얘기를 하지 않았다."어떻게 아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자전거 회사에 취직해서 자전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 자전거사업 하려구요."돌아온 대답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오히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오래간만에 만났다는 표정으로 자전거에 대해서 더욱 열변을 토했다. 그날 난 세계의 자동차 산업에 관한 것과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문제점 등 자전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그에게 들었다.'미니벨로'는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 자전거다@IMG4@그를 다시 만난 것은 며칠 전이다. 자동차 정비소를 접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맞잡기는 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작년에 헤어지면서 종종 들리겠노라 약속했었다.자전거 회사에 취직하지 말고 이 자리에 자전거 회사를 차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었다. 별 책임감 없이 던진 말을 그는 실제 상황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종종 들러서 함께 의논해 보자는 말도 했었다. 그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기까지 반년이 걸린 것이다. 나의 무심함을 탓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뒤통수가 뜨끔거렸다."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자전거를 조립하려고 했는데 몇 년 전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서 아예 없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국에서 수입했어요."그는 중국에서 '미니벨로'라는 소형 자전거 부품과 본체를 수입해서 조립하고 있었다. 판매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15대나 팔렸다며 만족해 했다. 아직 특별한 판매망을 구축하지 못했기에 판매는 인터넷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첫 사업 품목으로 '미니벨로'를 선택한 것은 자전거 보관소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니벨로'는 10살짜리 딸에게 선물하고 싶을 만큼 작고 앙증맞은 자전거다. 때문에 아파트 현관에 보관할 수도 있고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닐 수도 있다. 이씨가 판매하는 '미니벨로'는 접이식이다.자전거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IMG3@"자전거가 점점 진보하면 우리나라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된 자전거가 필요하겠지요. 예를 들면 전기 모터가 달린 자전거 같은 것이겠지요. 실제로 중국에는 밧데리와 모터가 달린 자전거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이씨는 중국에 빼앗긴 자전거 산업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된 자전거가 필요하다는 것. 자전거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세 발 달린 자전거와 비 올 때도 탈 수 있는 덮개 있는 자전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 자전거 문화가 유럽의 '덴마크'처럼 활성화 된다면 자전거와 연관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에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전체교통량의 40% 이상을 자전거가 담당하고 있는 자전거 천국이다."재래시장에는 필히 자전거 보관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택가와 시장까지는 자전거 도로가 깔려야겠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마음 놓고 시장을 볼 수 있는 자전거 도로와 보관소가 갖춰진다면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시장을 보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도 자전거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에 자동차 끌고 가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낭만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주부들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를 만들고 보관소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이용덕씨와 대화를 하다 보면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다. 아니 그보다는 꼭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진보적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자동차가 진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자전거가 이 시대에 필요한 진보적 교통문화라는 것이다. 그 말에 나도 동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입니다.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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