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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여름이 (맨 오른쪽이 여름이)
ⓒ 김미영
"엄마! 동생 낳아주세요. 저도 동생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다섯 살 된 딸 여름이의 소원 중 한 가지다. 요즘 들어 더더욱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한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친구 중 한 명이 동생이 생겼다. 나는 여름이와 함께 병원에 찾아가 축하해 주었고, 여름이는 갓난아기를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종종 자랑을 하는 모양이었고, 그것이 더 그 마음을 부추겼던 것이리라.

여름이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 나도 고민중에 있다. 지금 내 나이가 삼십대 중반, 아이는 다섯살이다.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이미 아이가 둘이거나, 현재 아이를 가진 상태이다.

난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를 계획해서 가져도 내년에 낳을 것이고, 그러면 여름이와 다섯살 차이가 난다. 아이를 낳을 거라면 지금 얼른 가져야 한다. 양쪽 집안뿐만아니라 주변에서도 혼자는 외롭다며 빨리 아이를 더 낳으라고 성화다. 남편도 은근히 둘째를 낳고 싶어하는 눈치다.

여름이를 낳고, 첫 돌이 바로 지난 후 내가 많이 아팠다. 그래서 둘째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팠던 몸이 많이 좋아지고,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고나니 나 자신도 슬그머니 둘째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배부른 임신부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름이 하나만 잘 키우면 되지'
'그래도 혼자면 외로울텐데… 하나 더 낳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데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이를 낳았을 때 키워줄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우리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맞벌이 부부다.

둘 중 한 사람이 생업에서 떨어져 나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맞벌이를 하는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양쪽 집안의 도움이 필요하다. 집안의 도움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육아라는 것이 정말 큰 '문제'로 닥친다.

친구 중 한 명은, 아이를 낳고 휴직기간이 끝나는 3개월이 다 되어가자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불안해 하고 초초해 하며 아이를 키워줄 사람을 찾는 데 혈안이 되었다.

친구가 하고 있는 일은 꽤 전문적인 업무로 어렵게 직장을 구했고,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다행히 영아도 돌봐주는 놀이방을 찾았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영아를 돌봐주는 놀이방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혹 찾았다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맞거나 그 사정을 봐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놀이방이 내 맘에 꼭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내가 따지는 조건보다 놀이방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지금 누구라도 직장을 그만둘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니고 있는 직장이 대기업 혹은 공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육아휴직 같은 것을 편하게 쓸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친구처럼 아이를 맡길 놀이방을 구하거나, 집에서 대신 돌봐줄 아주머니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고민을 하다 보면 늘 같은 문제에 부딪치게 되고, 또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곳에서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이것은 정말 답이 없는 고민일까. 우리는 적어도 올해 안에 그 고민의 끝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엄청 큰 돈을 벌겠다고 직장생활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저처럼 이렇게 먹고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그만 둘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안은 뭐가 있는건지 그저 궁금합니다.

'시민기자 기획 취재단' 지원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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