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자회담 합의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해 북한에 '최종카드'를 던졌다.
북한이 BDA 52개 계좌에 묶여있던 총 2500만 달러를 전액 자유로이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마카오 금융당국 등과의 사이에서 이에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했으므로 이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든, 계좌이체를 통해 받든 그 다음 조치는 북한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동결이 해제된 자금을 '인도적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사용처 제한'도 사실상 철회했다.
한국 정부당국자는 이번 조치의 의미에 대해 "2005년 9월 BDA (북한) 자금이 동결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 "북 계좌소유주 11일부터 자유입출금 가능"
미 재무부가 10일 "BDA의 북한 자금에 대한 마카오 당국의 동결해제 준비가 된 것으로 이해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마카오 금융당국이 "북한 동결자금 해제조치가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해 계좌 소유주들의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마카오 금융당국의 웬디 아우 대변인은 "11일부터 북한 측 계좌 소유주들의 출금이나 이체가 가능해졌다"고 밝힌 것으로 외신들이 전했다.
마카오 당국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미국 측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으며, 북한의 선택만 남았다는 인식을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BDA 북한자금 동결 해제조치로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은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본다"면서 "공은 북한 코트에 있고, 14일(비핵화 초기단계 이행조치 시한)에 우리가 어디에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한중인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도 이날 저녁 "내가 이해하기로는 정확히 북한이 원했던 것"이라며 "북한 측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아직 공식반응 없어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은 BDA 계좌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임을 방북중인 미국 관리에게 밝혔다고 AP통신이 11일 평양발로 전했으나, 이것이 미국이 던진 최종해법을 수용하겠다는 뜻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은 그동안 'BDA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국 측의 분명한 의지가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동결됐던 2500만 달러 전액이 수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이 BDA에서 돈을 직접 인출해가는 방식은 당초 '송금불능 문제'가 발생한 초기에도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으나, 왜 그런지 북한은 이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금을 인출하려면 당연히 계좌 소유주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52개 북한계좌 소유주 가운데는 가공의 인물이나 이미 사망한 사람들도 섞여있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초 북미합의는 2500만 달러를 일괄적으로 중국은행(BOC)의 북한계좌로 송금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이 이번에 제시한 최종해법은 당초 합의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기관으로 지정하고, 미국 금융시스템과의 거래를 막은 조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도 북한으로서는 걸리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과연 이 정도 선에서 미국 측의 '정치적 성의'를 수용하면서 '2·13 합의' 이행을 정상화할 것인가.
만약 북한이 이 방안을 거부한다면 '2·13 합의'는 이제 전체적인 틀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의문에 규정된 초기단계 이행조치의 시한(4월 14일)은 이미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최종해법'을 받아들인다면 시한 전에 북한이 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한국이 5만톤 중유 수송을 개시, 일정이 다소 지체되더라도 합의 틀 자체는 겨우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이 11일 판문점을 거쳐 서울에 들어올 예정인 만큼 북한의 정확한 입장은 늦어도 그때까지는 확인될 전망이다. 이들이 들고 올 '보따리'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