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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돈'과 '건강' 문제만큼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돈 버는 이야기,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법 치곤 안 팔리는 이야기가 없다지 않은가? 오죽하면 신문 지면에 '머니' 혹은 '헬스'라는 문패까지 붙이게 됐을까?

그래서 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대다수의 언론들이 '돈'과 '건강'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을 보면.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보이고 있는 언론들의 보도태도 말이다.

'돈' 이야기부터 해보자. 어제(12일) 국회에서는 자통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있었다. 재경부는 상반기 중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쟁점들이 있지만 크게 보면 증권, 선물, 투신, 자산 운용 등을 '금융투자'로 묶어 금융기관을 크게 은행업과 보험업, 그리고 금융투자업으로 정립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이들 은행업과 보험업, 금융투자업간의 칸막이도 낮춰 모건 스탠리 같은 규모가 있는 종합금융투자회사를 육성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른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등 돌린 언론들

▲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정경제부 입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자통법이 통과되면 한국의 금융시장, 자본시장은 또 한바탕 거센 재편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큰 대규모 인수 합병 등을 통해 큰 놈 중심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주로 은행 쪽에 집중됐던 외국인 투자가 금융투자업 쪽으로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업 쪽은 그동안 갖가지 규제로 그리 매력 있는 투자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통법이 통과되면 금융투자업은 '은행'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미국식 자본시장, 금융시장으로 재편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는 게 이 쪽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자본시장 쪽에 특별히 '요구'를 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자통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국내 관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그런 재편의 결과다.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사로 재편되고, 은행과 금융투자, 보험업의 경계가 완화돼 금융투자사도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한국사회와 경제가 지켜왔던 '금융과 산업의 분리(금산분리)'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증권사를 통해 금융 쪽에 진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국은행이 보도자료 까지 내면서 반대했던 증권사에 대한 소액 지급결제 기능부여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관련기사 : '금융전쟁', 은행이 맞나 증권사가 맞나). 하지만 이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바로 '금산 분리'라는 마지노선에 이르게 된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오늘(13일) 아침 신문들 가운데 어제 국회 자통법 공청회 논의에 주목한 신문은 없다. 어제 일반인에게는 비공개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는 은행 쪽과 증권 쪽 '대표선수' 3명씩 나와 소액 지급결제 문제를 두고 한 판 승부를 겨뤘다고 한다. 자통법의 주요 근간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은행과 증권 두 진영으로서는 자본시장의 큰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이다. 어찌 그것을 탓하랴).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자통법의 배후에는 혹여 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배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될 경우 웃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금산분리라는 마지노선 너머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의료법 개정, 국민들은 궁금하다

▲ 정부의 의료법 개정에 반발하는 전국의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3월21일 병원문을 닫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저지 범의료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엊그제(11일) 정부가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도 언론의 관심 밖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겨레>만 오늘 해설기사(의료법 개정안 수정안 무엇이 문제/보험 따로 못 들면 새 치료법 혜택 소외, 김양중 의료전문기자)와 사설(의료법 수정안 거꾸로 갔다)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짚었을 뿐이다.

여기에서 의료법안과 그 수정안의 문제점을 시시콜콜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 보도와 관련해 두 가지 점만 살펴보자.

하나는 <한겨레> 등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의료법을 '국민건강'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료산업'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은 분명 의료행위 등에 관한 제반 규정을 담은 법이다. 하지만 의료법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의료법은 그동안 의료업계, 혹은 의료인들의 '전유물'처럼 간주돼왔고, 지금도 그렇다. 대다수 언론의 시각 역시 여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못하다. 병의원의 인수합병이나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국민 의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른바 '손실형 보험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 허용하고 있는 민간보험회사와 병원 사이의 가격 계약 제도가 왜 건강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는 언론은 거의 없다.

두 번째로는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왜 당초의 입장과 달리 개정안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을까,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거의 다 받아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의사협회가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은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비급여 진료에 대한 할인이나 면제 조치는 의사들의 반발에 삭제했으면서도 왜 민간보험회사와 병원 사이의 가격 계약(당연히 가격 할인이 포함된다)은 그대로 두었을까, 의사협회는 결사반대를 했지만 병원협회에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병원협회의 침묵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사실상의 찬성 표시인가 등등 여러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많은 '의학전문기자'들은 다 어디 있나 모르겠다. 혹여, 의학전문기자라는 분들이 대부분 '의사' 출신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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