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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의 주인공은 기존 인기 드라마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했다.
ⓒ KBS
우리나라 드라마는 양분화되어 있다. 불륜코드와 연애코드다. 물론 사이사이 <하얀거탑>과 같은 전문직 드라마가 사람을 열광케 했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불륜과 연애다. 불륜은 아침드라마서부터 평일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할 것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연애드라마는 늘 미니시리즈에서 이루어져오다 최근 들어 주말에도 방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연애코드의 드라마가 정통 멜로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과 달리 정통 멜로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수가 부쩍 줄어들어 시청률도 기대 이하로 나오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연애코드의 드라마는 무엇일까?

바로 홍자매라 불리는 자매 작가가 일궈낸 <쾌걸춘향>, <마이걸> 혹은 김도우 작가의 <내 이름은 김삼순>과 비슷한 드라마를 지칭한다. 물론 두 작가 모두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시청률과 작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가벼운 남녀 연애코드가 인기드라마 공식으로 정착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봇물 터지듯 나오게 된 것. 그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된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이다해를 원톱으로 내세운 <헬로, 애기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드라마는 남녀의 연애코드를 바탕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재 남녀의 사랑도, 남녀 주인공의 일도 무엇 하나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채 그저 인기작품을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특히 이다해라는 배우는 이미 <마이걸>에서 코믹한 연기로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 <헬로, 애기씨>의 수하란 인물은 <마이걸> 주유린과 쌍둥이 자매처럼 캐릭터가 똑 닮았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과연 <헬로, 애기씨>인지 <마이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단지 조금 색다른 소재를 추가했다면, 주인공의 집이 종갓집이라는 사실과 종갓집에서 차려지는 훌륭한 밥상 정도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밥상인 극의 전개나 내용, 캐릭터 면에서는 신선하지 못하다.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보았던 음식이라는 점이다.

인기 캐릭터 그대로 답습

▲ <헬로, 애기씨>에 등장하는 수아는 많은 에피소드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
ⓒ KBS
이 드라마는 각종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던 공식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우선 주인공들의 캐릭터부터 살펴본다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우선 주인공 수아(이다해)를 보자. 종갓집 손녀로 화안당을 지키고자 동분서주한다. 그 사이 그녀에게 묻어나는 캐릭터는 <마이걸>의 주유린과 흡사하다. 엉뚱하면서 무언가 자신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고, 사랑에는 늘 맹탕인 주유린. 물론 수아는 주유린처럼 밥 먹듯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주유린만큼 확고한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다만 화안당을 지켜야 하고, 3각 사랑에 빠져 누굴 선택할까 고민해야 하고, 황가네에 가서 가족들의 화합도 챙겨야 하고, 이제 취직까지 했으니 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거기에 배다른 동생 준희의 이유 없는 공격에도 늘 웃음으로 대해야 한다. 하는 일은 주유린보다 많지만 확실한 수아만의 캐릭터 부재와 더불어 내용이 진행되는데 성장하지 않는다. 즉 에피소드와 별개로 캐릭터가 따로 놀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그럼 그녀의 3각 사랑 상대 남자를 살펴보자. 우선 화안당을 넘보다 애기씨를 사랑하게 된 동규(이지훈)를 보면 <마이걸>의 설공찬과 비슷하다. 우직하면서도 자상한 남자다. 거기에 일도 똑 부러지게 잘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딱 하나 부족한 것이 바로 연애다. 연애에 있어 어쩜 저리도 숙맥일까?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연애를 잘 하지 못한다. 이 점도 설공찬과 똑 닮았다.

그렇다면 사촌 동생 찬민(하석진)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선수다. 바람둥이지만 애기씨와는 진실한 사랑을 꿈꾸기 시작한다. 이 또한 <마이걸>에서 서정우와 도플갱어다. 물론 <마이걸>과 똑 닮았다고는 단정 짓기 어렵지만 으레 연애코드 드라마의 인기 공식이 삼각사랑이 주축이고, 그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마이걸>과 너무나도 흡사한 것도 사실이다.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다. 감초 역할의 곽부장(김광규)은 <환상의 커플> 공실장과 붕어빵처럼 똑같고, 향단이 캐릭터인 정숙(장영란)도 으레 주인공이 예쁘면 성격이 좀 괄괄한 친구가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했다. 또한 이복동생 준희도 이유 없이 언니를 싫어해 미워하는 캐릭터다.

이처럼 <헬로, 애기씨>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어설픈 내용을 보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진부한 내용이고, 황당무계한 전개지만 현실적이거나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창조하면 그것 또한 그럴 듯하게 봐주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캐릭터의 창조 실패로 일단 <헬로, 애기씨>는 고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인 <헬로, 애기씨>

▲ 수아의 이복동생 준희도 악녀 역을 맡고 있지만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 KBS
그렇다면 내용은 어떠할까? 에피소드를 놓고 본다면 지금 현재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 비해 상당히 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에피소드가 나열되어 있을 뿐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각각의 에피소드 중심에 주인공 수아가 서 있다는 점이다. 모든 에피소드에 수아가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그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연기파 배우라고 해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인데 이제 막 인기를 얻은 스타인 그녀에게 많은 에피소드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수아는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화안당을 지켜야 하고, 그 가족들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거기에 멋진 두 남자와 사랑에 빠져야하고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사랑의 줄다리기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종친회와 황가네의 집안싸움에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일도 더해졌다. 또한 이복동생과 사이도 좋아져야 하고 취직을 했으니 회사의 책임을 다해 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많은 사건들 속에서 수아가 해야 할 부분은 산더미지만 단지 딸기 옷과 가방으로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는데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작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것을 행하지 않고 있다. 단지 걱정만 할 뿐이다

또한 그녀가 화안당을 왜 지켜야 하는지, 종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종친회와 황가네의 갈등을 처리해야 하는 의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것을 행하는 수아의 모습은 너무나도 수동적이다. 그래서 많은 에피소드들은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종종 삽입되는 패러디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고자 하지만 그것은 그저 과잉 공급 역할만 할 뿐이다. 그래서 웃음도 눈물도 느낄 수 없는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현재 해야 할 일은 웃음과 눈물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버린 캐릭터와 내용을 시급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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