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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모양처는 예나 지금이 사랑받는 캐릭터다
ⓒ IMBC, SBS
여자들이 무섭다. 안방극장을 점령한 주부 시청자도 그러하지만 드라마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그녀들이 더 무섭다. 어떻게 저 작은 몸으로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연기를 해내 사람들의 시선과 응원을 한 몸에 얻고 있는지 말이다.

영화계에서 부성애가 부각되는 사이 브라운관에는 여자들이 바람을 몰고 있다. 캐릭터도 참 다양하다. 현모양처부터 팜므파탈, 거친 여성, 냉정한 여성, 초능력 소유자까지. 참 예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의 캐릭터가 다변화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들의 반란’은 사뭇 흥미롭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청순한 여성이 어필하면서 지고지순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좀 더 변화하여 신데렐라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착한 여자와 악녀로 나뉘었다.

그러한 이분법적인 캐릭터 혹은 한정된 캐릭터에서 다변화를 이루며 종횡무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대표주자가 누가 있을까 본다면 바로 이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현모양처가 최고

▲ 악녀도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 SBS
현모양처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줄곧 나오던 캐릭터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어진 어머니이면서 착한 아내’를 말하는데, 참으로 단골 캐릭터라서 이제 식상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기 캐릭터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주자로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지수(배종옥)와 <나쁜 여자 착한여자>의 세영(최진실)이 그런 캐릭터. 먼저 <내 남자의 여자>의 지수는 어떠한가. 자신의 남편만 믿고 20년이란 시간을 매일 아침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시켜주고 출근시켜주며, 청소하고 빨래하고 저녁이면 맛있는 식사를 차려주고, 그것도 모자라 늦게 들어온 남편을 위해 간식까지 준비한다.

논문준비로 신경이 날카롭고 부부관계를 갖지 않아도 한없이 참는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인내라기보다는 그녀의 천성이 그러한 모습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워낙 심성이 고운 캐릭터였기에 20년을 몸 바쳐 한 남자를 위해 한 아이를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던가.

더욱이 천사로 통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목욕을 시켜주고 음식을 만들어 주는 천사다. 하지만 이런 그녀를 남편은 배신한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말이다. 너무나도 할 말은 잃은 이 현모양처는 첫날 멍한 채 울기만 하더니 이틀째 되던 날 분노를 표출한다.

현모양처도 남편이 바람나면 분노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기주장이 강한 역할을 해왔던 배종옥이 맡았다. 참으로 안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어쩐 일이던가?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남편의 불만을 늘 웃음으로 반겨주는 모습 등을 완벽히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분노가 담긴 얼굴로 화를 억누르고 울면서 오이를 씹어 먹는 그녀는 역시 연기파 배우였다.

반면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세영(최진실)은 더한 현모양처다. 극 초반에는 자신이 낳지 않은 딸을 정성껏 보살피며 조금 오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딸과 친구처럼 지낸 그녀. 6년간 외도를 한, 그것도 자신이 딸이라 믿는 그 딸의 친엄마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도 그녀는 소리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

그녀가 한거라고는 가출이 전부다. 그마저 딸로 인해 집에 들어오게 되고 현재까지 아예 집을 나간 남편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다. 어쩜 이리도 청승맞은지 짜증이 날 정도로 참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과연 현모양처라고 해야 할까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둘의 캐릭터는 극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현모양처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동정심을 유발하다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시청하게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팜므파탈, 악녀에서 벗어나다

▲ 거친 아줌마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 KBS, SBS
이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팜므파탈의 캐릭터가 이제 당당히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것도 이전과 달리 무조건 매도당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악녀로 그려지기 보다는 팜므파탈의 모습으로 남의 가정을 깨트리기는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당위성을 부여받고 설득력을 얻어 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캐릭터로 <내 남자의 여자> 화영(김희애)이 중심에 서 있다. 물론 여기에 근접한 몇몇 캐릭터가 존재해 왔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서경(성현아)과 <아줌마가 간다>의 홍유란(이서연)이 있다. 하지만 자격미달이다.

우선 서경은 자신의 첫 사랑을 부모들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아픔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면죄부를 받기에는 너무나 약하다. 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잊지 못할 거였다면 결혼하지 않은 채 홀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기심으로 둘 다를 놓칠 수 없어 갈등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줌마 간다>의 홍유란도 마찬가지. 서경보다 더 뻔뻔한 악녀 이미지를 구축하던 중 후반에 가서 그녀가 자살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불행한 가정환경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 그러한 것들이 그녀에게 영향을 미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 설득하기에는 너무나 늦었다.

반면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은 다르다. 오히려 자신의 돈을 빼먹고 사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극 초반부터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그녀가 불륜을 저지른 절대적인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그저 서로가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졌고, 이제 욕심이 나서 친구의 남편인 줄 알면서도 욕심을 낸다고 말하는 당당한 팜므파탈이다.

그래서 솔직, 뻔뻔한 모습이 중첩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사람 마음이 머리와 달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화영을 연기하는 김희애의 뻔뻔한 연기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게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스스로 터놓고 용서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무조건 악녀의 이미지로만 각인되지는 않을 것 같다.

속 시원하게 해주는 거친 여성!

이와 별개로 거친 여성의 모습으로 대한민국 아줌마 대표주자로 발탁된 이들이 있다. 바로 <아줌마가 간다>의 나오님(양정아)과 <내 남자의 여자>의 은수(하유미)다. 거칠다는 표현 때문에 <히트>의 차수경을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 캐릭터는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러한 모습을 묘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거친 여성의 캐릭터에서 제외한다.

그렇다면 <아줌마 간다>의 나오님은 어떠한가? 다소 지적 수준이 모자라고 영등포 시장에서 분식점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외도에 무식한 모습을 보여 조금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이기 하다. 그럼에도 영등포 슬리퍼라는 자신의 별명을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고 싸우고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는 그녀. 응원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다.

지고지순한 아내가 무조건 인내하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오히려 무식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는 나오님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사실 어느 여자가 자신이 믿고 산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넘어갈 사람이 있겠는가?

이와 같은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은수도 만만치 않다. 자신도 여러 번 남편의 외도로 그 방면에서 달인이 된 그녀는 거침없이 내뱉고 거침없이 두들겨 팬다. 그것도 자신의 동생을 위해서 대신 용감하게 싸우는 그녀를 보면 속이 시원하다.

그것도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설전을 보여주고, 서릿발이 선 대사들을 듣고 있다 보면 은수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속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참으로 고맙다.

새로운 캐릭터 변화 등장!

▲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 IMBC
이와 다르게 씩씩하고 이기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고맙습니다>의 이영신(공효진)과 <내 곁에 있어>의 장선희(최명길)다. 가령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미혼모를 캐릭터로 설정하고 보여준다면 으레 착하고, 그것이 조금 지나쳐 바보 아닐까 의심할 정도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녀는 갖은 핍박과 설움으로 늘 눈물을 휘날리고 시청자들도 그녀 때문에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고맙습니다>의 영신은 그렇지 않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와 공부하는 동생, 에이즈 걸린 딸. 남편도 없는 상황이면 분명히 암울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영신은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현실은 불행하지만 늘 씩씩하고 유쾌하다.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해 주는 배려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까지 이제까지 미혼모와는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다.

반면 <내 곁에 있어> 장선희는 사랑을 찾아 떠났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남편과 자식을 버린 매정한 엄마다. 그렇지만 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 선택을 후회 없다고 속으로 되새기며 자신만 바라보는 남편에게 늘 투정만 부리는 온실 속 화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굉장히 이기적이다. 늘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편이지만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고 늘 투정을 부리며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요구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는 이제까지 남편과 자식을 버린 과거 있는 아내와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 호화스러운 생활에 행복을 느끼며 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얄밉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이러한 다양해진 캐릭터들로 요즘 드라마는 여성들이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이끌어 가고 있다. 또 기존 드라마에서 늘 있어왔던 캐릭터보다 자신의 주체성을 나타내고 자신을 위해 할 일을 하고 할 말을 다하는 캐릭터가 등장한 것도 앞으로 기대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좀 더 진보한 여성 캐릭터를 브라운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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