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적 창안을 통한 희망세상 만들기 - 박원순변호사 강연
사회적 창안을 통한 희망세상 만들기 - 박원순변호사 강연 ⓒ 김철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마당이 되어 유장한 흐름으로 이어온 표주박통신 스무 해. 이를 기념하는 '표주박통신 스무 돌 잔치'가 4월 20일-21일 양일에 거쳐 한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두양홀에서 열렸지요. 여럿이 함께 모여 서로 사랑을 나누고 뜻을 되새겨보는 멋있는 어울림 한마당이었답니다.

첫날은 박원순 변호사의(아름다운재단 총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회적 창안을 통한 희망세상 만들기'라는 강연이 있었지요.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을 '희망세상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소개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희망세상 만들기' 현장 슬라이드를 보면서 박원순 이사의 설명을 들었답니다. 무한경쟁, 무한독점, 무한소비의 신자유주의를 헤치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희망세상 만들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과 확신을 주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은 요란한 운동가이지만 표주박통신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말했지요. 급변하는 세상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무 해를 이어온 표주박통신을 축하했답니다. 그는 표주박통신처럼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고 바꾸어 가다보면 어느 땐가 세상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습니다.

생명 평화 다과상
생명 평화 다과상 ⓒ 김철호
잔치에는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는 법. 행사장 한쪽에 생명 평화 다과상이 차려졌지요. 우리밀로 만든 빵과 과자, 녹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생명 평화 다과를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봄날 밤이었답니다.

이튿날에는 장회익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의 '온생명과 녹색문명'이라는 강연이 있었지요. 장회익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의 실체를 '온생명'이라고 부르면서 온생명 안에서 각각의 생명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의존적 존재들을 '낱생명'이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낱생명은 그 낱생명을 제외한 온생명의 나머지 부분인 '보생명'과의 올바른 관계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이 낱생명 안에 있는 그 무엇이 스스로를 생존하게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답니다. 낱생명이 생명의 전부인 것으로 치부함으로서 생명의 더 큰 부분인 보생명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올바른 관계를 맺어나가지도 않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여타 생명체들과 달리 온생명 안에서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존재랍니다. 사람은 문화적 자각과 창의력을 통하여 온생명을 자기 자신으로 파악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로써 사람은 병든 온생명을 치유해 내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테 카스퍼스(독일 퀘이커, 국제평화활동가)
우테 카스퍼스(독일 퀘이커, 국제평화활동가) ⓒ 김철호
이어서 독일 퀘이커교도이며 국제평화활동가인 '우테 카스퍼스'(Ute Caspers) 여사의 '거울속의 우정·우정과 평화'라는 강연이 있었지요.

우테 여사는 "우정이 싹트고 자라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서로에게 스스로 끌려야 하고, 서로 주고받는 것의 저울이 비슷해야하고, 너와 나보다 더 큰 존재의 힘에 이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정으로부터 뿌리내리는 평화 프로젝트로서 '폭력 대응 대안모델'(Alternative to Violence Project : AVP)을 소개했지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40여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데 지난주 서울에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지도했었답니다.

때때로 턱없는 무력감이 사람을 마비시키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지요. 우테 여사는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표주박통신처럼 사람과 사람사이를 우정으로 엮는다면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소박한 다과상
소박한 다과상 ⓒ 김철호
우테 여사 강연 후 다함께 '소박한 밥상'으로 저녁을 먹었지요. 이어서 모두 함께 참가하는 '어울림 한마당'이 벌어졌습니다.

국악배움터 아이들꽃 민요공연
국악배움터 아이들꽃 민요공연 ⓒ 김철호
동금악회의 거문고악 '달무리', 해금연주, 아이들의 바이올린 협주, 국악배움터 아이들의 민요,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봉현님의 노래, 설아다원의 '해남 일노래', 시 낭송 등 여러 가지 공연들이 이어졌지요. 아니 공연이라기보다는 다함께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는 어울림 한 마당이었답니다.

젊은이들은 공연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마다 다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장구를 놓거나 박수를 치며 춤을 추었지요.(물론 사회자의 유도가 있긴 했습니다만...) 국악배움터 아이들이 '너영나영' '통영 개타령' '진도아리랑' 등을 부를 때에 이르러서는 공연자와 관객이 따로 없었답니다. 아이들이야말로 남녀노소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생명 평화의 마스코트'가 틀림없습니다. 새내기 사회복지학과생들도 멋들어진 춤 공연을 펼쳐냈지요. 스무 해전 옛 제자들과 새내기 제자들의 소통의 무대가 되었답니다.

새내기 사회복지학과생들의 춤 공연
새내기 사회복지학과생들의 춤 공연 ⓒ 김철호
마지막 공연은 순서에도 없던 김조년 선생의 노래였지요.

"생명과 평화 내안에 있으매 세상의 평화 있도다."

표주박통신이 각자의 맑은 옹달샘 물을 서로서로 퍼 나르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답니다.

김조년 선생, 그이가 좋다. 참 좋다

김조년 선생의 열창?
김조년 선생의 열창? ⓒ 김철호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는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하지요. 그러면서도 모든 이들은 참스승을 그리워합니다. 그렇더라도 한두 사람 마음으로 기리는 이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기리는 이의 뜻이 너무 크고 높아서 쉽사리 따라 배울 수 없다면, 그 또한 참스승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럴 참에, 표주박통신을 통하여 김조년 선생을 만나게 되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이들이 그의 편지글을 읽고 즐거이 답글 내고 있으니까요.

어떤 이는 김조년 선생의 사소한 생각이 담겨져 있는 표주박통신 편지글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소함 속에 있는 진실함이 모든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표주박통신을 없어서는 안 될,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도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표주박통신이 학생들에게 다 들려주지 못한 강의노트처럼 시작했는데, 스무 해가 지난 지금에도 늘 한결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느티나무가 한 자리에 있어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다가도, 느티나무가 뽑혀 없어지면 어쩔 뻔 했나는 안도감이라는 것이지요. 그는 표주박통신이 스무 해를 한결같이 생명 평화의 맑은 샘물을 퍼 나르는 일을 해온 것을 고마워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일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젊은 제자는 자신이 김조년 선생의 수제자라고 말합니다. 새내기 첫 수업 때 꾸벅 꾸벅 졸다가 꿀밤을 맞기도 했답니다. 그는 처음 대하는 김조년 선생의 이미지가 신비하고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조년 선생은 자신이 내면 갈증을 느낄 때 가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그를 아는 모든 이에게 김조년 선생은 사소함과 평범함으로 일상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의 사소함과 평범함 속에는 모든 이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실함이 있답니다.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일으키고 새로운 삶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이들이 그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한 목소리로 그가 참 좋다고 말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찾아서 - 다함께 한 컷
생명과 평화를 찾아서 - 다함께 한 컷 ⓒ 김철호
1987년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과 제자사이에 주고받던 편지글. 십년이 지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편지글을 통하여 삶의 맛을 새롭게 하는 감동과 놀라움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표주박 열 돌 행사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옹달샘에 표주박 띠우고' 한마당 놀았답니다.

하지만 지금 '표주박통신 스무 돌 잔치'를 맞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이 생명 평화의 길밖에 없다고 느끼고 있지요. 그래서 표주박통신 스무 돌 잔치에 내세운 주제가 '생명과 평화를 찾아서'랍니다.

김조년 선생은 이제 힘차면서도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히 생명 평화의 발길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치열하게 나를 혁명하고 세상을 혁명하고 세대를 혁명하는 것이야 말로 생명이 우리에게 주는 명령이라고 설파합니다. 그러나 이일은 혼자 힘으로 할일이 아니니 여럿이 함께 공동으로 하잡니다.

표주박통신이 스무 해를 오는 동안 성년이 되었기에, 이제 안개밥 먹고 구름똥싸는 듯한 몸짓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 행동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제는 여럿이 함께 옹달샘을 찾고 파고 물을 맑히는 작업을 할 때라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의 삶터에서 생각하고 배우고 말하고 꿈틀거리고 쉬는 일이 일어나야 한답니다.

김조년 선생은 그동안 표주박통신과 받아보는 이 사이의 일대일 관계는 있었으나 표주박통신을 받아보는 이들이 옆으로 관계맺음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제 서로 알고 얽혀서 무엇인가를 함께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럿이 함께 만나 뜻을 나누다 보면 새롭고 산뜻한 생각과 삶의 형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지요.

덧붙이는 글 | 표주박통신 홈페이지(http://pyojubak.hannam.ac.kr/)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