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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매립장에서 바라본 남이섬 2.남이섬에서 바라본 매립장. 3.굴착을 위해 모인 주민과 취재진들.
1.매립장에서 바라본 남이섬 2.남이섬에서 바라본 매립장. 3.굴착을 위해 모인 주민과 취재진들. ⓒ 박준규

연못인가? 습지인가?

맑지 못한 연못과 쓰레기가 떠있는 습지?!
맑지 못한 연못과 쓰레기가 떠있는 습지?! ⓒ 박준규

남이섬은 낭만의 섬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만큼 자연적으로도 파괴되지 않고 보존이 잘 되어 있을 것 같은 곳이다. 하지만 섬 안에 있는 물웅덩이들은 연못인지 습지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지저분했다. 보통 연못이라는 곳은 배수구 등이 설치되어 물이 오랜 시간동안 고여만 있으면 안 된다.

배수가 되고 맑은 물이 유입되어 깨끗함이 보존되어야 하나 둘러 본 남이섬의 연못은 습지인지 연못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보였다. 또한 습지 같은 곳엔 비닐봉투나 빈 캔들이 떠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평택에서 관광 왔다는 민(남·29)모씨는 너무 흐린 연못물이 보기 안 좋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애인들에겐 여전히 불편한 화장실

장애인들에겐 사용이 불편한 남이섬 안에 화장실들.
장애인들에겐 사용이 불편한 남이섬 안에 화장실들. ⓒ 박준규

2005년 취재 이후 섬 내 선착장 부근 화장실은 턱을 없애고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지만 화장실 입구는 여전히 좁아 휠체어는 못 들어갈 뿐만 아니라 안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5년 남이섬 관계자 답변에 따르면 1-2년 내에 화장실 출입구를 보완하고 신축할 화장실에는 장애인 시설을 갖추겠다고 했으나 이날 둘러본 결과 섬 안으로 들어가기 전 선착장에 신축된 화장실만 시설이 갖추어졌을 뿐 섬 안은 여전히 장애인들의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보였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남이섬 내 정화조 시설이다. 남이섬 2002년 7얼 30일 오수처리시설 변경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남이섬이 1일 처리할 수 있는 정화량은 900-1000명 분이라고 한다. 2005년 기준 섬을 찾는 방문자 수가 월 평균 10만 명이라 할 때 하루 평균 3천명이 훌쩍 넘는다. 이럴 때 정화조시설 보완은 생각해 봐야할 문제는 아닐까?

전에 남이섬에서 일을 했다던 가평에 사는 한 주민은 남이섬 성수기 때 가보면 호텔 부근에서 악취가 난다고 정화조시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남이섬은 강 중간에 있는 말 그대로 섬이다. 해서 정식 정화조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강 밑으로 관을 묻고 육지 정화조시설로 각종 폐수가 보내져 정화되어야 정상이나 남이섬은 섬 내에서 자체 정화시설로 한정된 량에 대해서만 처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양이 초과한다면 그 폐수들은 고스란히 강물로 유입되고 북한강은 더욱 오염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북한강은 팔당댐으로 흐르는 서울시민들의 젖줄이기도 하다.

남이섬은 공사 중

각종 공사로 어수선한 남이섬
각종 공사로 어수선한 남이섬 ⓒ 박준규

취재후기
병들어 가는 남이섬을 보며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던 조용한 섬이 어느 날 공화국이란 이름을 달고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태어나 살면서 동네처럼 보고 자란 남이섬이 이렇게 큰 공화국으로 거듭날 줄이야?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공화국 대장은 아직도 꾸밀 게 많다고 한다. 그만큼 공화국은 많이 알려질지 모르지만 속은 병들어 갈게 뻔히 사실이다. 취재하던 이날은 그 많던 청솔모들도 없었다. 아니 한 마리 봤다. 청솔모가 뛰어다닐 오솔길을 차들이 달리고 있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예전의 남이섬은 이제 없어졌다. 말 그대로 공.화.국 이 있을 뿐!!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남이섬은 고요하고 깨끗한 섬이었다. 관광객들이라야 소풍 온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의 모꼬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정도가 전부. 섬 안에도 특별한 시설·건물들이 적어서 자연 그 자체였으나 영화나 드라마 속 배경장소가 되면서 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이 알려져 지금은 예전의 남이섬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정화조 문제도 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남이섬 측은 ‘지구단위변경’을 신청해 섬 안에 더 많은 건물들을 짓겠다고 춘천시에 신청해 통과했으나 강원도에서 문제 소지가 커지자 기각한 상태. 그러나 이 계획은 아직 진행형이다.

섬을 찾아간 이날도 남이섬은 공사 중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톱질소리, 망치소리, 용접하는 소리 등 예전에 들리던 새소리 바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음달 1일부터 열린다는 '제3회 세계책나라축제' 때문에 공사는 한창 진행되고 있었으며 또한 각종 상가 수리, 연못을 만들려는지 파 놓은 큰 웅덩이, 관리가 소홀해 더러워진 조형물들. 자연훼손의 그 자체를 남이섬은 보여주고 있었다.

자동차나라 공화국 남이섬

다양한 자종들의 행렬로 오솔길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다양한 자종들의 행렬로 오솔길이 몸살을 앓고 있다 ⓒ 박준규

찾아간 날이 평일이라 그랬을까? 강변 오솔길엔 거니는 사람들 대신 공사 관련 차량들과 남이공화국이라 써 붙인 승합차, 심지어 승용차에 소형차들까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자동차나라공화국’에 와 있는 듯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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