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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27일자 1면
<전남일보> 27일자 1면 ⓒ 전남일보
금권 부패정치와 당의 분열현상, 정체성 상실은 한국 정당정치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가장 커다란 요인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선거였다. 4.25 재보선이 치러진 각 지역 신문사들은 정당정치의 위기를 지역구도와 연계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치는 생물과도 같아서 4.25 후폭풍이 대선에 어떤 구동력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항간의 분석을 지면에 담을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주술과 술수에 더 이상 속지말자"는 주문과 경고의 메시지만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4.25 후폭풍의 실체를 규명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중앙과 지역, 지역 간에도 서로 다르다.

4.25 재 보선이후 한나라당의 참패와 관련해 지도부 총사퇴 및 대선주자 책임론 등 거센 후폭풍에만 관심을 쫒고 있는 중앙언론에 비해 지역언론은 선거이후 지역민심의 향배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중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영남지역의 민심 이반이 주목을 끌만하다.

부산·경남지역 언론사들은 한나라당의 참패 원인을 오만과 구태로 요약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일 감지된다. <부산일보> 27일 사설은 제목에서 답을 던졌다. '한나라당 참패, 민심이 오만·구태 경고한 것'이라는 사설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4·25 재·보선'의 가장 큰 특징은 유권자들이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부산·경남, 한나라당 오만·구태 경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부산 간담회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룬 <국제신문> 27일자 4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부산 간담회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룬 <국제신문> 27일자 4면 ⓒ 국제신문
이 사설은 "지난 2005년 이후 치러진 4번의 재·보선에서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한나라당의 이번 선거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국회의원 선거 3곳 중 2곳에서 패했고 텃밭에 가까운 6곳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조차 겨우 1곳만 건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고 혹평했다.

"한나라당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당혹해 하고 있지만 그만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한 이 사설은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비리 등 뼈아픈 대목을 끄집어냈다. 사설은 "선거법 위반 과태료 사건, 상대 후보 매수 미수와 같은 구태도 보였다"며 "한나라당이 분골쇄신,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 준다"고 경고했다.

<국제신문>은 "한나라 집권 땐 나라 썩어 문드러져"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부산 간담회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절대 권력은 절대 썩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 대한민국은 썩어 문드러질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기존 정당 모두에 경종 울린 유권자들'이란 사설에서도 <국제>는 "돌아보면 거대 정당 중 열린우리당은 이미 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한나라당이라도 좀 달라야 하겠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 대권주자들이 서로 물고 뜯는 가운데 당은 아예 없었다"는 이 사설은 말미에서 "이런 정당들의 한심한 행태 속에서 싹튼 것이 이번 재·보선이 보여준 '정치적 허무주의' 아니겠는가"라고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돈 선거 석고대죄를"

한나라당이 텃밭서도 참패한 이유를 들며 다양한 주문들을 쏟아내고 있는 <매일신문>
한나라당이 텃밭서도 참패한 이유를 들며 다양한 주문들을 쏟아내고 있는 <매일신문> ⓒ 매일신문
대구·경북지역 언론사들의 침통함과 실망감도 이 못지않다. 26일 '오만한 한나라 텃밭서도 참패'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한나라당 텃밭으로 대표되던 대구·경북의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매일신문>은 분을 삭이지 못했던지 27일 '한나라, 유치한 네 탓 싸움 걷어치우라'란 사설에서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한나라당이 내분, 부패, 오만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 앞에 뼈를 깎는 자성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이 사설은 "옹졸한 기세 싸움으로 당을 진흙탕으로 만든 대선주자들은 참회와 자숙의 자세를 앞세워야 한다"고 점잖게 나무랐다.

그러더니 한나라당에 대한 엄숙한 경고이자 마지막 기대라며 쏘아 붙였다. "돈 선거를 제어하지 못하고 오만한 공천을 방관한 강재섭 대표 역시 석고대죄를 피해갈 길이 없다. 제 눈의 티는 보지 못 하고 남의 잘못만 들춰내는 소장개혁파들도 스스로의 미숙함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고까지 했다.

<영남일보> 27일자 사설
<영남일보> 27일자 사설 ⓒ 영남일보
<영남일보>는 '한나라 4·25 재·보선 참패 이유 있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의 이번 재·보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을 '부도덕성'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 기사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공천 잡음이 또다시 재연됐으며, 선거 막판에 선거법 위반 과태료를 대납해준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엉망진창이 됐다"며 "공천 잡음은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태도인 오만과도 서로 통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비난 수위를 더 높였다. '참패하고도 정신 못 차린 한나라당'이란 제목의 27일 사설에서 <영남>은 "민심은 알 필요도 없고, '한나라 후보=당선'이란 오만의 극치다"며 "4.·25 재·보선을 통해 보낸 경보음을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한나라당은 집권할 꿈도 꿔선 안된다"고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까지 대물림이냐?"

<전남일보> 27일자 사설
<전남일보> 27일자 사설 ⓒ 전남일보
경고와 주문의 메시지는 호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논란이 뜨거웠던 광주․전남지역이 심상치 않다. 김홍업씨 당선결과를 놓고도 논쟁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까지 대물림이냐'는 비난 속에 선거를 치른 지역이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 언론은 여러 각도로 주문한다. <광주일보>는 27일 사설 '주시되는 'DJ 아들' 김홍업 당선자 행보'에서 "김홍업씨의 당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며 "김씨 개인적으로는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고를 치른 만큼 명예를 회복한 면도 있지만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이 사설은 특히 김 당선자는 민심이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 당선자는 5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범여권이 총동원되다시피 했고 어머니 이희호 여사까지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며 "김 당선자는 신중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욕을 부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 이 사설은 '김홍업 역할론'에 대한 기대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남일보>도 이날 사설 '유권자들이 보낸 냉소의 의미 알아야'에서 각 당은 민심을 제대로 읽을 것을 주문한다.

이 사설은 "무안ㆍ신안에서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홍업씨가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것은 아직도 호남에서 DJ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김씨는 DJ의 차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정치권 통합에도 일정 부분 기여함으로써 시ㆍ도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주 남구의 시의원 선거에서 '11전12기' 주인공 무소속 강도석씨가 당선된 것 역시 유권자들의 동정표 영향도 없지 않으나 시민들이 정치권에 보낸 냉소와 야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며 "이제 정치권은 이번 재ㆍ보선에 나타난 민의를 제대로 읽고 정략보다는 민생에 다가가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충남지역, "자민련의 전철 밟지 않기를"

충청권의 민심과 대선판도를 연계해 보도한 <중도일보>
충청권의 민심과 대선판도를 연계해 보도한 <중도일보> ⓒ 중도일보
그런가 하면 대전·충남지역은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가 보선에서 승리한데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언론계는 한때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가 사라진 자민련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하고 있다.

<대전일보>는 27일 "중심당 정체성 갖고 독자생존을"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과거 충청지역을 언덕 삼아 원내 제3당으로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자민련과 JP(김종필 전 명예총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지역민들은 중심당이 오는 12월 대선에서 어떻게 '불임정당' 등 과거 자민련의 부정적 이미지나 지역적 한계 등을 극복하며 깨끗하고 능력 있는 정치 세력으로 성장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도일보>는 '충청민심 '대선판도' 가를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 민심이 연말 대선의 마지막 관문인 4·25 재보선을 계기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군소정당에 불과한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의 당선에 충청권은 범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행보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며 충청표심이 대선의 향배에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재보선 이후 당의 분열현상과 정체성상실 등은 정당정치의 불안정성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한국정치는 권모술수의 정치'라고 할만도 하다. 정치 지도자의 이해관계와 정당의 전략전술, 지역성에 따라 정치판이 하루아침에 뒤집기를 하기 때문에 이 희귀한 한국 정치생물의 향방은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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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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