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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 코나투스
<다시 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 세계화와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국내출판계에서 오래간만에 새로이 출간된 근대세계사에 대한 흥미 있고 대중적인 교양서적이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B. 마르크스는 근대세계의 형성과정을 다른 관점으로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구세계에서는 당연시되어 왔던 서구 사회가 근대에 도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필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식민지 개척을 하고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서구사회가 구조적으로 우수하여 근대에 도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필연론을 반박하는 논점은 과거에 발생한 우연한 사건들이 토대가 되고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한 권의 책을 지탱하는 논점으로서는 약한 것 같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억지 논리를 펼치거나 미흡한 자료를 뒤져 증거로 제시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익히 알려진 사실을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익히 알려진 사실에서 기존의 서구 학자들이 아시아에 대한 부분을 깡그리 무시한 채 서구세계만 바라보고 근대세계를 진단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이 책을 비판한다면 어느 정도 동서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로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내용이 서구 학자의 손에서 저술되었다는 점은 기존 서구 학자들의 근대사회 형성에 대한 거시적 견해를 비판 없이 따르던 동양 역사학계에도 숙제를 안겨주지 않는가 생각된다. 더구나 이 책은 대중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거시적 역사관점에서 서술된 책이지만 이 책에서 제시된 도표와 통계 수치는 저자의 꼼꼼한 자료연구에서 기인했음도 놓칠 수 없다.

1404년부터 1407년까지 무려 1681척의 선박이 건조되었는데, 특히 수군 제독 정화의 거대한 기함 '보물선'은 돛대가 총 9개였고 길이 400피트에 폭 160피트로 오늘날의 축구장보다 큰 규모였다. (책 73쪽)

(18세기)인도는 작물의 수확량과 파종된 씨앗의 비율이 20대 1이었지만 영국은 기껏해야 8대 1이었다. (책 151쪽)


또 중국에 대한 역사서를 기술한 학자답게 저자는 아시아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동양의 역사에 대해서 서구의 대중 다큐멘터리까지 가끔 틀린 언급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이 책이 내리는 결론이 가벼운 연구 성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할 수 있다.

저자는 서구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서구 유럽의 이데올로기가 영원히 지속되거나 그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 1400년대부터 시작해 20세기 초반까지의 세계를 살펴본 저자의 논점은 간결하고도 명쾌하다.

일찌감치 세계화에 대한 시도가 있었음을 강조하는 저자는 14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의 시기는 아시아의 시대였고, 지난 200년간의 서구세계가 부상한 시기였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큰 축을 잡은 가운데 더 먼 미래는 과거의 모습 중에서 다시 한번 재현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책을 처음 접하고 흥미 있게 읽은 독자에게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 역시 현대 사회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근대 세계사의 조명으로 요모조모 따져본 책이며, 현대 세계의 불평등과 '지리'라는 관점이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있다.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 세계화와 생태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발견 1

로버트 B. 마르크스 지음, 윤영호 옮김, 코나투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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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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