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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종환
남녘에서 북녘의 개성공단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감격은 가 본 사람이 아니면 형용하기 어렵다. 다만 이 때 그 감격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주변 야산에 나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할 때다.

남녘에서도 8.15해방과 한국동란을 겪으면서 한때 산이 까까중처럼 헐벗었던 때가 있었다. 남녘의 산이 지금처럼 그런대로 나무가 울창하게 가꾸어진 것은 무연탄과 가스의 공급으로 산의 나무를 베어다 때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녘은 이것과 대조적으로 80년대 말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에 땔감이 없어 추의를 모면하려고 마구 산의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썼다.

이 때문에 산에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북녘의 산이 헐벗게 된 것은 남북대결상황 이래 대외적 경제관계가 단절되어 에너지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북녘 사람들이 산의 나무를 베어다 땔 필요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이 하루 속히 올 것을 기대해 마지않지만, 그 때까지 멍하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의 평화와 공존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 주변에 나무를 심기 위해 개성공단을 직접 가 보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의 디딤돌이 된 2000년의 6.15남북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라는 청소년에게는 이런 현장학습의 체험이 더욱 절실하다.

사단법인 민족화합운동연합<민화련>에서는 개성공단을 관장하는 북측 민경련 산하 중앙경제특구개발총국 측과 공동으로 “청소년 평화통일 숲 가꾸기 사업”을 작년 봄, 가을 그리고 금년 봄 등 3차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위와 같은 취지에서다.

남녁 일부 사람들은 북측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일체의 대북협력사업을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군사정치문제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문제는 반듯이 분리해야만 한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면, 6.15공동선언이 디딤돌을 놓은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몸소 깨달을 수 있다.

2007년 5월 17일이면 남북을 잇는 철도가 개성공단을 통과하여 남북을 이어주는 시험운행에 들어간다. 우리가 꿈에도 소원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예견하지 못하고 개성공단을 걷어치우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 사람인가 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개성공단 나무심기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일은 북녘의 소나무들이 송충이 피해로 말라죽는 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나무심기사업에 앞장선 <사>민화련에서는 우선 급한대로 송충이 구제하는 약재의 일부를 지원했지만, 턱없이 모자라다고 한다. 앞으로 <사>민화련에서는 송충이 구제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북녘의 나무는 훗날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 남녘의 사람에게도 소중한 자원이다. 누구의 것이던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 일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남북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6.15공동선언이 제시한 남북의 평화통일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고, 남북의 경제협력이 가져다줄 공동변영의 위력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입니다.이 기사는 '평화남들기'와 'YMCA 회보'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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