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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럭 오바마 미상원의원이 지난 1월 민주당 경선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배럭 오바마 미상원의원이 지난 1월 민주당 경선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각주, 너도 나도 '예비선거일 앞당기기' 안간힘

미국 내 각 주들이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고자 대통령 예비선거를 앞당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조기선거 열풍에 부채질을 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령 미국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어 왔던 플로리다주의 경우 지난 4일 예비선거를 예전의 3월에서 1월 29일로 대폭 앞당겨 실시하기로 결정해 플로리다로 향하는 후보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플로리다는 뉴햄프셔가 1월 22일 가장 먼저 예비선거를 치른 1주일 후에 예비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다양한 인종과 직업, 정당별 인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플로리다주가 앞으로 미국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조기 예비선거 결정으로 전당대회 대의원수의 대폭 감소 등 정치적 처벌을 감수하게 될 것이지만, 주 의원들은 플로리다가 대선 후보들에게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전국 주 국무장관 협의회(NASS)에 의해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주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인구가 많은 큰 주들을 포함한 24개 주가 예비선거를 2월 5일에 개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이같은 조기선거 열풍으로 선거운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대선 풍토에도 상당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 후보들은 공식적인 예비선거가 시작되는 내년 2월부터 대선이 실시되는 11월까지 연설·토론·광고 등으로 무려 2년여 동안 열띤 경쟁을 펼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긴 선거운동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종 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시간적 여유로 인해 선거 뉴스와 선거 광고가 넘쳐나면서 각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유권자들의 투표행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후보 인지도 상승 효과... 상호비방 심화 우려도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앤런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앤런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길어진 선거운동으로 후보자들에 대해 잘 파악하게 될 수 있는 반면 후보간 상호 비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그들에게 싫증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텍사스대학 대통령학 전문가 브루스 부캐넌 같은 이는 "선거운동 과정이 너무 길어지게 되어 피로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반면, 투표자들은 새로 등장한 후보자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가령 유권자들은 주요 후보자들 가운데 잘 알려진 존 맥케인과 힐러리 클린턴 외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오바마나 롬니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파악할 기회를 갖게된다는 것이다.

부캐넌은 보통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의 1월에 투표자들의 20~30%만이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충분한 인지도를 보이고 있으며, 투표 당일에도 상당수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2000년에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선출되었으나 투표자들은 여전히 그와 그의 아버지를 혼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과 캐나다처럼 미국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몇 년간 몇 단계를 거쳐 차츰 후보로 부각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는 만약 이같은 시스템이 미국에서 잘 적용될 수 없다면 좀 더 긴 선거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선거비용 급증... 일부 후보 조기 선거자금 과거의 3~4배

플로리다 대학 정치학자 스테펜 크레이그는 조기선거 열풍으로 인한 또다른 중요한 변화로 선거비용의 대폭 증가를 꼽았다.

그렇찮아도 지난 두차례의 대선에서도 이미 후보들이 조기에 전례를 깬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금해 화제가 되었다.

가령 2000년 대선에 출마한 앨 고어는 1999년 첫 분기에 890만 달러를 모금해서 선두를 차지했다. 2004년 대선에서 존 에드워즈는 2003년 첫 분기에 740만 달러를 모금해서 여타 민주당 후보들은 물론 공화당의 조지 부시를 압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8년 대선 출마자들은 2000년과 2004년의 기록을 완전히 뒤엎고 있다. 이번 대선 후보자들이 조기에 엄청난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사실은 각 후보들이 4월 중순경 2007년 첫 분기 모금 총액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우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3610만 달러을 모금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 액수는 이전에 모금된 상원의원 선거운동자금에서 나온 1000만 달러를 합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3~4배나 많은 액수이다.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한 공화당 존 맥케인의 모금액수 조차 1310만 달러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현재 모금액의 대부분을 공식적인 예비 선거일인 내년 2월 5일 전까지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만약 후보가 된 후에 들어올 선거자금까지 계산한다면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에 맞먹을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자금, 어지간한 국가 1년 예산이네

현재 후보들은 예비선거가 개최되기 전에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기 위해 엄청난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후보들이 일주일 가량 플로리다주 전역을 커버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내기 위해서는 150만달러 이상이 들게 되는데, 만약 이들이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대형 주들에 광고비를 뿌릴 것을 예상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나올 것은 불문가지다.

어쨌든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 앉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배럭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후보들은 정권교체의 호기를 서로 차지하려는 듯 조기 선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존 맥케인 상원의원, 미트 롬니 메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후보들도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대선#오바마#힐러리#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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