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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평가할 때 우린 항상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면 평가를 한다. 이게 기본 상식이다. 하물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부를 평가할 때는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정치적인 진보-보수의 대립, 또는 이념적 논쟁에 있어서는 더 더욱 공평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김보영 시민기자의 '실패한 노 대통령, 당신이 틀렸다'는 기사는 그러한 점에서 볼때 매우 편협한 기사라고 본다.

김 기자가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진보적 경향성을 지닌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국민의 경향성, 즉 진보적인 선택의 지향점을 노 대통령을 배신하고 보수적인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김 기자는 복지정책의 실패와 한미FTA를 들고 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작금의 상황에 대해 정치인 노무현으로서 심한 좌절과 상실감을 느낀다는 편지는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김 기자의 주장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특정 이념적 지향성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단순하게 진보-보수로 나눌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정부의 정책이란, 포괄적인 의미로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지 특정한 이념적 지향성에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사안은 보수적이면서도 진보적이기도 하고 어떤 사안은 진보적이면서도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책을 평가할 때 다면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난 정책평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여론을 수렴할 때 기본적으로 다면평가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알고 있다.

김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한미FTA가 보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김 기자 개인의 주관적 시각 또는 그러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평가일뿐이다.

한미FTA의 성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는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시각, 자신의 이념적 스펙트럼만이 절대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김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틀렸다고 하는 것에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김 기자 개인의 시각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끄집어 온 논리적 근거가 객관화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은 국민들 다수가 진보를 선택했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없는 가설이다.

북한 핵위기 앞에서 미국의 일방적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독자적인 역할을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북한 핵위기 때 정부는 보수층으로부터는 친북반미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진보층으로부터는 친미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유연하게 그 위기를 넘겼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였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의 문제 또한 미군의 전면적인 한반도 철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용산기지를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은 인정하는 사실이다.

결국 그 장소가 어디이든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보측에서 대안 없이 이전반대만을 외쳤다. 방법은 하나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철수하는 거다. 또 한미FTA 협상도 그 과정의 문제점과 찬반 논쟁은 가능하지만 협상 자체를 무조건 반대를 하고 그것을 체결했다고 해서 "국민의 민주적 선택에 대한 결정적인 배신"이라고 노무현 정부를,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아주 빈약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의 어떤 정책에 대한 찬반을 주장하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찬반을 단순하게 진보/보수로 나누고 어느 한쪽을 악으로 몰고 가는 것은 토론과 타협을 위한 민주적인 가치마저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시청 앞에서 친미를 외치며 성조기를 흔드는 수구보수들의 생각이나 진보를 외치며 극단적으로 자기들의 주장만이 절대 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별다를 게 없다고 한다면 김 기자는 동의를 하겠는가?

노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적 가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편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구도의 정치로 돌아가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진보적 정책을 버리고 보수적 정책을 추진함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구도를 악화시킨 것이라며 그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두에 다면평가를 얘기한 것이다. 모든 사안을 진보-보수의 잣대로 명확하게 구분할수 있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정책이란 게 그렇게 무 자르듯 쉬운 게 아니라는 것쯤은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김 기자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그를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논리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김 기자가 지적했듯이 이 지긋지긋한 정치적 지역구도를 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토론해야 할 좋은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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