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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받은 감동의 카네이션꽃
ⓒ 전복순
어느덧 세월이 흘러 큰아들이 6섯살이 되었습니다. 어버이 날 하루 전 남편은 은근히 카네이션션꽃을 받고 싶었는지 저에게 살며시 물어보았습니다.

"영진이 어린이집에서 꽃 안 만들어 왔어"?
"글쎄, 안 가져왔던데."

저 역시 올해는 못 받고 내년에나 받나보다 하고 내심 서운한 마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어버이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큰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금세 2시 30분이 되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한 손에는 빨간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꽃과 다른 한 손에는 카네이션꽃이 달린 카드가 조심스레 손바닥에 뉘어 있었습니다. 아들은 헉헉 대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하며 꽃과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엄마에게 빨리주고픈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마다하고 5층 계단을 한걸음에 달려온 아들모습에 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포옹을 해주며 "고마워, 영진아"하니 "엄마, 빨리 꽃 달아요" 합니다. 아직은 손놀림이 서툴어서인지 직접 달아주진 못했지만 얼마나 감격스럽고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예쁘게 만든 카드에는 서툰 글씨와 정성스레 그린 그림이 또 한번 저의 마음을 따듯하게 감싸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차를 타고 가면 40분 거리에 사시는 시댁 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 꽃을 달아드리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올해는 꼭 달아드리려 했는데 남편이 먼 곳으로 일을 가는 바람에 또 내년으로 미뤄집니다. 그래도 어버이 날 전날 미리 다녀와서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저녁 늦게 들어온 남편도 뜻밖의 꽃을 받고 좋았는지 저녁 내내 꽃을 가슴에 달고 다녔습니다. 어쩜 세월이 이리도 빨리가는지요. 기저귀 차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카네이션 꽃을 받는 어버이가 됐다니. 한편으론 나이먹는 게 서글프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게 자식 키우는 보람이고 재미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매일 말 안 듣고 말썽만 부리는 어린아이같이 느껴지던 영진이가 오늘 따라 왜그리 어른스러워보이던지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저는 유년시절 힘들고 바쁘게 사시는 부모님께 살가운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 그런지 내 아이들만큼은 사랑을 듬쁙받으며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 안될 때가많습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큰소리부터 치게 되고, 매도 먼저 들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밀려오는 건 후회뿐.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언젠가 영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영진이는 엄마의 어떤 모습이 제일 싫어?"
"어, 엄마가 큰소리로 화낼 때."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이젠 부드러운 엄마, 속삭이는 엄마, 항상 미소짓는 엄마로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하고 싶습니다.

▲ 고사리손으로 그린그림과 글씨
ⓒ 전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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