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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판 요리는 요리사의 재빠른 손놀림에 의해 색동양념으로 옷을 갈아 입고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다.
ⓒ 전득렬
▲ 철판위에서 요리된 곱창과 뼈없는 닭발은 그대로 먹는 맛도 좋지만 상추쌈을 해 먹으면 꿀맛이다.
ⓒ 전득렬
통 유리 너머로 2m의 거대한 철판이 보인다. 그 철판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 거대한 철판 위에는 뼈 없는 닭발이 요리사의 손놀림에 춤을 춘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닭발 위에 각종 야채가 쏟아지고…. 군침을 자극하는 철판요리의 모든 것을 만나본다.

남녀노소, 세대 불문 사랑받는 철판요리

닭발과 야채가 섞이나 했더니 어느새 닭발은 색동양념을 뒤집어쓴다. '좌 삼삼 우 삼삼' 요리사의 재빠른 손놀림에 닭발은 붉은 양념 옷을 입고, 손님들에게 다가갈 채비를 마친다.

대형철판에서 딱 먹기 좋은 작은 가마솥 철판으로 갈아 탄 닭발. 오매불망 기다리던 손님들은 보기만 해도 벌써 코끝이 쨍하게 달아오르고 침이 꿀꺽 넘어간다. 식탁 위로 옮겨진 닭발, 가스 불을 켜자마자 손님들은 닭발을 냉큼 집어 들고 된장 찍은 마늘과 함께 상추 위에 놓는다.

입에 넣기 전 17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는 비법 담긴 양념을 찍는 일도 잊지 않는 철판요리 마니아들. 모든 먹을 준비를 마치고, 순간 눈을 딱 감고 총알같이 쌈을 한입 탁 털어 넣고 바로 감탄을 연발한다.

"캬~ 바로 이 맛이야. 이 맛에 산다니까~"

이것이 바로 남녀노소, 세대 불문하고 사랑 받아온 '철판닭발구이'다. 입맛에 따라 아이들은 철판구이 요리 그대로를, 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된 뼈 없는 닭발을 다시 매콤 달콤 쌉쌀한 양념장에 찍어서 먹는다.

입안에서 맴돌며 쉽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뼈 없는 닭발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오래 오래 느끼고 싶어서이리라.

황금비율이 철판요리의 맛을 결정한다

▲ 이영국 사장은 여러가지 재료를 정확하게 배합하고 적절한 화력을 사용해 요리하는 것을 '황금비율'이라고 정의한다.
ⓒ 전득렬
구미 상모동 보성1차 앞에 위치한 철판곱창요리 전문음식점의 이런 풍경은 밤새는 줄 모르고 계속된다. 맛 하나에 인생을 걸었다는 이곳의 사장 이영국(49)씨는 이름 석 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얼굴 캐릭터를 간판에 내다 걸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 만큼 맛과 정성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

음식점 이름 하여 '이영국 철판곱창'. 이름을 내건 만큼 좋은 재료를 쓰는 것과 맛은 기본이다. 손수 모든 재료를 구입하고 잔손질까지 한다. 공무원 생활도 했다는 그는 건축업을 하며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을 다니며 철판 요리는 종류별로 모두 먹어봤다는 철판요리 마니아다.

잊을 수 없는 철판 요리의 그 독특한 맛 때문에 잘 나가던 건축업을 접고 요리를 시작한 지 10년째. 그 세월 속에 그의 손은 저울이 되고, 그의 입은 맛의 기준이 되었다. 언뜻 보기엔 대충 손놀림으로 하는 요리 같지만 맛의 정확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화력조절과 재료 배합에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요리가 달라붙거나 타기 때문.

"좋은 재료가 아무리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비율이 맞지 않으면 좋을 맛을 낼 수 없죠. 비율이 맞더라도 화력 조절에 실패하면 맛이 시들어집니다. 수 백 가지 좋은 재료를 정확하게 비율에 따라 넣고 화력을 잘 조절하는 것을 '황금비율'이라 하죠. 이 황금비율이 모든 철판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겁니다."

각각 다른 맛과 영양, 7가지 철판 요리

이영국씨의 황금비율과 그의 손놀림 속에서 태어나는 철판요리는 무려 7가지. 철판야채곱창, 철판양념곱창, 철판순대볶음, 철판순대곱창, 철판닭발구이, 철판오돌뼈 그리고 곱창전골이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모두 제각각의 맛과 영양을 지녔다.

간판 상호에서 말하듯 이곳의 주 메뉴는 철판곱창. 이것을 기본으로 재료와 야채 그리고 양념 비율이 다르게 배분되면 맛도 완전히 달라진다. 순대가 들어가고 닭발이 들어가면 맛도 다르지만 요리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것.

철판이 2m가 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님의 주문에 따라 한꺼번에 빠르게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 철판 위에 동시에 요리할 수 있는 메뉴는 3가지 정도. 시간은 1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가마솥 재료인 무쇠로 만든 철판이라 고온으로 달아올라 있을 때 순식간에 익혀내야 재료와 야채의 숨이 죽지 않고 요리가 제 맛을 낸다.

매콤한맛과 매운맛 등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철판요리의 장점. 철판 위에서 이미 양념과 결합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맵지 않다. 각 요리마다 특색 있는 확실한 맛을 만들어낸다. 오돌뼈가 오돌 오돌 씹히는 구수한 맛, 질기거나 오래 씹지 않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입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운 맛들이 미각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것이 무쇠의 힘, 철판요리의 힘이다.

단골들이 말해주는 철판볶음밥 동치미의 기막힌 맛

▲ 철판위에서는 순대도 볶음밥도 평소와는 다른 기막힌 맛을 만들어 낸다.
ⓒ 전득렬
이렇게 철판 요리를 먹고 나면 철판 위에서 볶아 온 철판볶음밥이 우리를 기다린다. 들기름에 볶은 밥과 김가루, 볶음전용김치 등을 넣어 비빈 밥맛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한 그릇 뚝딱. 우리 입맛 사냥에 지친 목젓을 축여주는 또 하나의 보물은 보름 이상 삭힌 얼음 둥둥 뜨는 동치미다. 적당히 잘 삭힌 동치미 국물은 매운 입안과 뱃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변화무쌍한 세월 속에 철판을 고집하며 불변의 맛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무쇠를 녹여 철판을 만들고 그 철판 위에서는 각종 요리가 만들어진다. 철판요리는 중독성이 있어 골수팬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고 달과 바람을 벗 삼아 매일 들러 소주잔을 기울이는 시인도 있다고 한다.

맛있고 장사 잘 되는 집은 손님뿐 아니라 '음식점 한번 해볼까'하는 예비 창업주들이 많이 찾기 마련이다. 이영국 사장은 가족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내 가족과 친지들에게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창업의 핵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황금비율'을 배워야 한다는 것.

감칠맛 나는 유혹의 철판요리, 원기회복과 입맛의 변신에도 좋은 철판요리, 익기도 전에 냄새가 천리 가듯 심심치 않게 단골이 늘어나고 창업문의가 많아진다. 한번 찾은 손님 단골 되고, 골수 단골 팬은 창업을 한다는 그 집. 그 바람을 타고 이영국 사장의 손놀림은 철판 위에서 더욱 빨라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구미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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