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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재채취 이전의 작은 남이섬 전경
ⓒ 함영언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홍천강에 있는 '작은남이섬'과 100여미터 건너편에 '마곡리 유원지'가 조화를 이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러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이외에 배를 꼭 닮은 '배바위'의 모습, 그리고 강 건너편에 위치한 '비득바위'의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저절로 나게 한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마곡리 유원지는 수많은 피서객들을 위한 휴양지가 된다. 무엇보다 이 유원지의 장점은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2시간이면 충분하고 강촌에서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 강 건너와 마을을 잇는 충의대교의 건설에 따른 편리한 교통체계에 있다. 강물에 목이 마르고 짠 바닷물에 싫증이 나는 이가 있다면, 언제라도 자연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도시화에 찌든 우리내 인생사를 한올 한올 벗겨 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운 절경을 무시하고 홍천군은 작은남이섬에 골재채취 허가를 내 주었다. 홍천군청에 따르면 "허가 골재채취량은 작은남이섬의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허가면적 4만7906㎡ 정도"라고 한다.

환경전문가들은 "작은남이섬은 하천의 중심부에 있으며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섬이기 때문에 다양한 어류와 동물들에게 서식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왜 굳이 없애려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허가에 대해 유원지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마곡리 주민과 작은남이섬 상류에 거주하고 있는 모곡리, 개야리 주민들은 집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 골재채취를 반대하는 마을주민들의 입장
ⓒ 함영언

하천의 골재채취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 사업의 특성상, 환경오염 문제와 주민의 피해가 핵심적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작은남이섬의 경우도 논란의 연속이었다. 해당 자치기관과 개발사업자 사이에 '합법적 행정절차'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진 허가, 군청은 그것의 정당성을 역설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자치' 시대라는 것은 허구이며 주민들은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마곡리 유원지 주민들도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골재채취 허가와 관련해서는 완전히 버림 받았다. 형식적 행정절차를 밟은 타당한 허가라는 군청의 주장에 대해 마을 주민은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청정수역을 위해 소수의 개발사업자들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홍천군청은 원주지방환경청의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에 의한 합법적인 행정절차이므로 타당성이 있는 허가이며, 주민들의 '이기주의'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들의 상반된 주장, 속내는 어떠한 지 직접 따라가 봤다.

누구를 위한 골재채취 허가?

지난 10여년전 마곡리 유원지 건너편 춘천시 가정리 골재채취 허가로, 물의 속도가 빨라져 주위의 백사장이 사라졌다. 그 백사장의 유실로 마을 주민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유원지를 운영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이건,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간에 모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주민에게 돌아 왔다. 그러나 당시 관계기관은 어떠한 대책도 세워주지 않았다.

▲ 가정리 유원지 골재채취로 백사장이 사라진 모습
ⓒ 함영언

이 곳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광무씨는 "10여년 전의 가정리 골재채취로 발생된 흙탕물로 많은 어종이 사라졌고, 그 이후에 어획량도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곡리 유원지의 하류에 속하는 마곡리 2반의 넓은 백사장도 마곡리 유원지의 피해와 마찬가지였다. 골재채취 이전의 하얀 백사장이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깊은 수심의 물속으로 사라지거나 떠나갔다. 여름이면 장사진을 쳤던 강태공의 모습도 하나 둘씩 사라졌다.

▲ 10여 년전 가정리 골재채취로 백사장이 사라진 마곡리 2반
ⓒ 함영언

10여년 전, 골재채취의 피해를 경험한 후 다시는 이 마을에서 골재채취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왜냐하면 골재채취는 이득 보다 손실이 더 많다는 것과 청정자원인 깨끗한 강물, 백사장 만큼 더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홍천군이 앞장서서 주민의 사전 동의 없이 은밀히 모래채취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홍천군의 골재허가를 '졸속행정의 표본'이라고 비난하며 나섰다.

마을주민의 개발위원들은 지난 3월19일 허가에 반발하여 담담 공무원과의 면담을 하였으나 이견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왜 골재채취가 필요한 것인지, 마을의 피해는 없는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오직 합법적인 행정절차를 거쳤다는 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곡리 이장 조영환씨는 "골재채취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마을의 주민도 공사를 하기 얼마전인 지난 3월 중순에야 허가 사실을 알았다"며 "군청이 주민들의 생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허가를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졸속행정, 누구를 탓하랴

뿐만 아니라 지난 3월말부터 시작된 골재 채취 기초 공사과정에서도 홍천군청은 원주지방환경청의 협의내용에 따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사업의 특성상 시행할 경우 탁수, 토사, 먼지 등의 발생으로 인근 마을 주민 및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강원도청과 홍천군청이 환경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저감방안'을 준수하라"며 "이를 전제로 '조건부동의'를 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주지방환경청은 "지역주민의 생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토사유출 방지둑 설치 불가 등을 제시하였으나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제 10조 4항 규정에 의거 지난 4월 20일 공사중지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9일 마을의 대표들과 만나 '사업에 관한 허가의 합법성'을 역설했던 담당기관이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개발사업자의 위법사실을 묵인해 준 것이다. 민주주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행정의 공정한 집행이 홍천군의 태만에 의해 훼손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천군의 담당자는 "골재채취를 위한 기초공사 과정에서 환경기본법의 일부를 사업자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으며, 이 과정에서 관리·감독의 소홀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청정수역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관광자원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훼손시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곡리 유원지의 한 주민은 "이곳의 유원지발전을 위해 마을의 숙박업소에 허가를 내 주는데 이제 와서 관광자원인 작은남이섬을 없애려는 홍천군청의 의도는 앞 뒤가 맞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 작은남이섬 골재채취 현장
ⓒ 함영언

결국, 홍천군청은 합법적인 행정절차를 통해 마을 주민들을 설득할 것과 공사의 정당한 행정절차를 강조하면서도 공사과정에서는 골재사업자의 법 위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골재사업의 특성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예측하면서 조건부 허가를 내 준 원주지방환경청의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내용을 홍천군청은 '고의'로 무시한 것일까. 아니면 담당자들이 환경법과 관련된 전문성 부족에서 나오는 무지라고 봐야할까.

덧붙이는 글 | 취재후기 : 하천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재산이며, 후대를 위해 물려줄 최고의 자산이다. 그래서 그것은 공공성(公共性)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공공의 유산이라는 명제 앞에 개인의 사적 논리가 우선시 된다면, 공공성은 상당한 위협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천연자원을 유지하고 관리해야 공공 기관이 개발사업자의 이익 논리, 행정절차의 합법성을 주장한 들 정당성까지 확보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제란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을 지방정부에 이양되는 것 뿐 아니라, 정책 과정에 소외되었던 주민들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주민참여라는 주민들의 기대치와 지방자치 단체기관들의 수직적 권력과 충돌할 때 주민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이제 자치단체는 권력의식에서 벗어나 주민들도 자치단체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지방자치 기관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무분별한 개발의 논리, 구태의연한 합법적인 행정 절차라는 현실에 의해 가려져서는 안될 것이다. 마을 구성원과의 협의와 협조, 그럴 때야 마을의 주민들도 모두 가슴을 열고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마곡리 이장은 "민주주의라는 게 별 거냐 군(郡)과 민(民)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야지 우리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주민의 생존권과도 직결되어 있는데 최소한의 협의는 갖추면 얼마나 좋은가. 아무리 합법적인 행정 절차 만을 강조한들 주민을 외롭게 하는 것 그게 무슨 민주주의냐"라고 일갈했다.

주민들의 해당기관에 대한 불신을 주민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다른 행정기관의 일이라고 미루지 말고 담당 부서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의식을 느끼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천군청#원주지방환경청#홍천강#졸속행정#작은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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