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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민정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7년 동안 계산원으로 근무해 온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어이없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니 무조건 나가 달라고 요구해온 것. 올 2월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기간을 정하지 않는 무기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는 했지만 통상 10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해오던 터라 A씨는 그저 억울할 뿐이다.

그는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근무해온 계산 업무를 전부 용역업체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정규직은 업무 전환, 비정규직은 해고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규직 채용은커녕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 나 자신이 서글프다"고 울먹였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근로자들이 우려했던 '비정규직 해고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동일 근무에 대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관계없이 임금, 휴가, 사내 복지 등 모든 부문에서 같은 대우를 해야 하는 차별시정 의무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이 시행되는 7월 이전까지는 어떻게든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가장 먼저 대량 해고의 칼날을 세운 곳은 근로자의 70~80%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유통업계다.

대형마트서 비정규직 인원감축 바람이 분다

이랜드 계열 뉴코아가 지난 5월 9일자로 비정규직(킴스클럽 계산원)을 전원 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홈에버 등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인원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뉴코아가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 킴스클럽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에게 사직서를 쓰고 용역업체에 입사할 것을 종용하는가 하면, 용역 전환일을 맞추려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근로자들에게 1~7일짜리 새로운 계약서를 쓰도록 하기도 했다.

홍순미 뉴코아노동조합 여성부장은 "사실 회사의 비정규직 용역화는 올 초부터 공공연하게 진행돼 왔다"며 "근로계약서에 자신의 신상기록과 서명만 적도록 하고 계약기간은 회사가 임의로 적어 넣는가 하면 이미 확정된 계약기간을 마음대로 바꾸는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회사 측을 비난했다.

그는 "비정규 계산원들은 고졸에 나이 많은 여성이 대부분"이라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눈물만 짓는 일이 허다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뉴코아는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초단기계약'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자, 이달 초 계약해지를 이유로 해고했던 비정규직 40여명을 다시 복직시키기도 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비정규직을 용역으로 전환하려는 작업은 계속할 것으로 노동조합측은 예측했다.

대형마트 4곳 비정규직 무려 1만5000여명

총 3500여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는 홈에버에서는 점포별로 조금씩 용역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면목점과 시흥점에서 계약이 끝난 직원이 해고됐고, 이달 안에는 청주점 계약직 35명이 추가로 해고될 예정이다.

그나마 이마트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단 계약직 계산원 4800명을 직군조정을 통해 우리은행처럼 비정규직 직원들만 근무하는 직군으로 따로 분리했다. 앞으로 처우 문제는 더 논의해야 하지만 일단 고용 면에서는 마음을 놓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천호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지난 3월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회원사에게 통보한 비정규법 대처 요령, 그중에서도 차별시정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는 차별대상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유통업계가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는 셈"이라며 "지금은 뉴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지만 오는 6월 말까지 모든 유통업계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마트 4곳의 비정규 직원은 무려 1만5000여명이며 그중 90% 이상이 여성이다. 논란의 소지를 미리 없애 비정규직법 시행 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기업과 이에 반발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성#우먼#해고#비정규직#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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