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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장관직 사퇴를 선언, 기자 간담회를 마친뒤 회의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유 장관 뒤로 김근태 전 복지부장관 등 역대 장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장관직 사퇴를 선언, 기자 간담회를 마친뒤 회의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유 장관 뒤로 김근태 전 복지부장관 등 역대 장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전수영
유시민 장관의 장관직 사퇴 기자회견으로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등 이른바 범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분란의 씨앗' '분열과 혼란의 상징'이라는 등의 악평도 있지만, 동시에 역으로 그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그의 복귀에 대한 범여권 각 그룹의 판단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쪽에서는 "이미 전당대회에 대통합추진이 결의된 상황이기 때문에 범여권의 현재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유 장관 개인의 독특한 캐릭터에 노 대통령의 당 사수의지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탈당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있다. 물론, 어떤 판단이든 유 장관을 주시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앞서 지난 15일 CBS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로 범여권의 대선구도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응답은 19.1%, '유 장관의 복당이 범여권의 분열을 가져와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은 34.5%였다.

"통합은 대세, 유 장관 복귀해도 영향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중간파로 분류되는 우상호 의원은 "유 장관의 독특한 존재감 때문에 심리적 영향은 있을 수 있으나, 실제 파장을 일으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2·14전당대회를 통해 대통합추진을 결의한 상태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세에 따르겠다"고 인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유 장관이 전대 결정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를 하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당 장악의지를 갖고 유 장관을 '파견'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100%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도 해체한 상황이고, 지금 당내 상황으로 볼 때 유 장관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복귀가 탈당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이전이라면 탈당명분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탈당해봤자 뾰족한 길이 안보이기 때문에 안 나가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집필에 힘쓰겠다"는 유 장관의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오영식 의원도 "국무위원 일 끝나고 당에 복귀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조직인으로서 당원으로서 대통합 추진 결의에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유 장관 스스로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그의 당 복귀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도 통합에 대해 '형식적 수용'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유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 의원은 "참평포럼(참여정부평가포럼)의 본격적인 활동시작과 유 장관의 복귀가 맞물리면서 당내에 노 대통령이 결국 당을 리모델링하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겠지만, 아직 그렇게 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대통합추진이 완전히 지지부진해지거나 자신의 뜻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경우에는 그대로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의 대리자' 유시민은 분열의 씨앗?

지난 4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지난 4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 장관을 '간신배' 등으로 혹평했던 정청래 의원은 "실제와는 달리, 유 장관이 노 대통령의 뜻을 대신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가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결국 분열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유 장관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안다"면서 "'대통령은 유 장관이 대선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이광재 의원의 말대로라면 그의 당 복귀는 처음으로 대통령의 뜻을 거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생정치모임의 한 의원은 "친노 쪽에서는 대통합이 안 되면 열린우리당 강화로 갈 수밖에 없고, 그 역할을 하는 데 유 장관이 적격이라는 점에서, 그는 지금쯤 복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문제는 유 장관의 당 복귀로 열린우리당을 강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 장관과 열린우리당의 재선그룹들은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이 아니라 절이 뜨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당 강화라는 의도와 달리 분열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고, 탈당파로서 기대섞인 예상을 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국민연금법이 처리되지 않아 사표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닌 가운데 당에 복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당내 갈등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으로 정치에 개입해온 유 장관의 사퇴가 논란을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자숙하기 바란다"(노식래 부대변인)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내정치에 관여하겠다는 의도"(이상열 대변인)라고 주장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미 그를 통합배제대상자로 꼽은 바 있다.

울먹인 유시민 "전 좌절감에 빠진 정치인일 뿐"

정동영 전 의장 쪽은 반응을 아꼈다. 정 전 의장의 정기남 공보실장은 "정 의장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근태 전 의장 쪽은 "유 장관도 조직인으로서 당이 결정한 대통합 추진에 승복하고 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그의 복귀를 노 대통령의 당 장악 의도로까지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움 속에서도 우려섞인 눈길이 엿보인다.

그가 대선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해체한 참정연 소속 의원들은 참여정부를 계승할 대선주자로 유 장관을 꼽고 있지만, 국민연금법 개정 등에 실패했기 때문에 대선주자로 나서기에는 흠집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 장관은 21일 오전 사의표명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굉장히 큰 좌절감에 빠져 있는 정치인일 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이미 그는 장관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의 복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과는 별개로 범여권의 통합추진과 대선가도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한 것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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