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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도대체 왜 이런 논란을 무릅쓰면서 강행했을까?

기자실(기사송고실)과 브리핑 룸 통폐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소식을 접하고 며칠 내내 떠나지 않던 궁금증이다.

나올 이야기들은 거의 다 나왔다. 굳이 여기에 더 사족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도대체 왜?

대통령의 뜻?

많은 분들에게 물었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 담당자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대통령 뜻이지 않겠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대통령 뜻 받아 적기…고장 난 참여시스템'이라는 <한겨레> 지적이나 '노대통령 언론정책의 결정판'이라는 <경향신문>의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수십 년 쌓인 언론에 대한 노대통령의 불신과 분노, 적대감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언론문제를 둘러싼) 모든 논란이 결국 언론탄압이 되고 말았다"는 탄식의 소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반응을 종합하면 노무현 정부는 건너서는 안 될 루비콘 강을 건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또 모든 말이 그렇듯이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도 말은 된다.

출입처 취재관행 폐해 해법, 이건 아니다

▲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종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에 대한 정부의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실의 폐해, 적지 않았다. "죽치고 앉아 담합하는 행위"도 없지 않았다. 인터넷 신문 등 신생 미디어에 폐쇄적이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을 바꾸는 일은 언론계의 오래 된 숙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실과 브리핑 룸 통폐합이 그 바람직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왜? 그 방향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닫는 쪽으로 내닫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효율적인 정보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효율적인 정보 통제'로 가는 길이다.

기자실과 브리핑 룸 통폐합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그 보완대책은 원론 수준에 그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관료사회의 폐쇄성을 고려해 기자들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먼저 그 구체적인 방안부터 제시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구색맞추기식으로 짜깁기한 성격이 짙다.

추진 방법 또한 '참여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한국기자협회 회장 등과 협의를 했다지만, 정작 들어야 할 말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듭 된 주문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래놓고 '협의를 했다'는 식으로 우기는 것은 기가 막힌 적반하장이다.

이 정권에는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개혁적인 언론계 인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과거 언론운동을 주도했던 '선수'들이 많다. 언론노조, <미디어오늘>, 기자협회 등 언론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언론정책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다.

참여정부 언론계 출신 인사들, '균형감각'은 어디로

그러나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참모로서 노대통령에 대한 고언이나 충언은 진즉 포기한 듯하다. '노(No)'라고 할 수 없는 권력의 속성 탓인지, 노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과 후원에 눈멀어서인지, 아니면 '조·중·동'과의 적대 전선에서 관성이 붙은 일방 통행식 난타전 때문인지, 더 이상 '다른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 자신들의 도덕적 정당성과 전문성은 이제 거꾸로 '독'이 돼 그들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 그들 자신뿐만 아니다. 과거 언론운동의 정당성까지 흔들고 있다.

"이제 노무현정부의 언론 정책은 난파되고 말았다."

이 정부의 언론정책에 애정을 갖고 있던 한 언론계 인사의 촌평이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은 이번 조치로 실패한 것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이나마 그 '패착'을 인정하고 나서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백병규#미디어워치#기자실#브리핑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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