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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을 얼얼하게, 먹기도 전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음식이 바로 ‘찜요리’. 요리가 나오기 무섭게 눈으로 먼저 ‘찜’ 하고 손으로 얼른 ‘찜’ 하고 하얀 쌀밥을 몇 그릇이나 뚝딱 해치운다는 ‘찜요리’.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매콤 달콤 감칠맛의 찜요리 열전을 만나본다.

생긴 것과는 다른 ‘말캉 말캉’한 맛의 영양 보고 ‘아귀찜’

오후 5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한다는 경북 구미 원평동 구미관광호텔 뒤편의 ‘백송찜’. 이곳의 주인장은 일식 한식 양식의 3대 산맥을 모두 겪은 주방장 15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인 송상욱(39)씨. 그는 모든 요리를 섭렵하고 아우른 후에야 ‘찜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찜요리’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못 생긴 아귀는 생긴 것과는 달리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
ⓒ 전득렬
대한민국 ‘찜요리’의 1등으로 불리는 ‘아귀찜’. 맛, 영양, 가격의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찜 요리의 대명사다. 머리는 크고 납작하고 폭이 넓으며, 몸통과 꼬리는 가늘고 짧은, 이 못 생긴 아귀는 생긴 것과는 달리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귀는 4~8월이 산란기이며 제철이다. 그 몸통은 속살이 부드러운 맛과 타박한 맛이 교차된다. 유난히 넓고 큰 지느러미 부분은 젓가락으로 잡기 힘들 만큼 미끄러워 젤리 같은 느낌을 준다. 등뼈에 붙어 있는 몸통 살은 와사비 양념장에 콕 찍어 먹으면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꼬리로 가면 오돌 오돌 말캉 말캉한 맛을 내며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머리와 턱 부분은 젓가락을 놓고 아예 손으로 잡고 쪽 쪽 빨아 먹는 ‘손맛이 제격’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콩나물 미나리의 향긋한 내음과 미더덕의 바다 내음이 일품. 붉은 고추 양념 향으로 중무장한 아귀찜은 풍부한 불포화지방으로 동맥경화를 억제하고 혈류개선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맛의 최정상 ‘쪽 갈비찜’

양념이라고 해야 다진마늘 양파 간장, 그리고 월계수 잎이 전부인 ‘쪽 갈비찜’. 갈비를 한쪽 한쪽 모두 분리해서 일일이 양념하고 센 불에 졸이면 깊은 맛을 낸다는 돼지갈비 중의 돼지 갈비인 ‘쪽 갈비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양념장에 재운 오랜 시간이 오늘의 요리를 꽃 피우기 위해서였나 보다.

▲ 쪽 갈비는 짭조름한 양념 맛의 특성상 하얀 쌀밥과 함께 먹으면 몇 그릇의 밥이 금방 동난다.
ⓒ 전득렬
쪽 갈비는 짭조름한 양념 맛의 특성상 하얀 쌀밥과 함께 먹으면 몇 그릇의 밥이 금방 동이 나는 임금님의 수라상 요리. 임금님도 체면 불구하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밥 위에 얹어 먹었다는 쪽 갈비는 입으로 뜯어 먹어야 제 맛을 낸다.

고기를 다 발라 먹고도 그 맛이 갈비뼈에 남아 있어 두 번 세 번 쪽~ 쪽~ 빨아 먹는다는 쪽 갈비는 양념 맛이 일품. 다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면 아무리 입맛 잃은 사람도 몇 그릇의 밥이 그냥 동난다.

입안에 착착 감기는 부드러운 맛 ‘왕새우 낙지 찜’

왕새우는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대하’로 불리며 소금 위에 올려놓고 구워 먹는 것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낙지와 어울려 ‘찜’으로 다시 태어나면 전혀 새로운 맛을 낸다. 4~6월 사이에 짝짓기와 산란이 이루어지는 왕새우 역시 지금이 먹기에 딱 좋은 계절.

▲ 매울 것 같지만 맵지 않은 맛이 쫄깃 쫄깃 입안에 착착 감긴다.
ⓒ 전득렬
어른 손바닥만한 왕새우와 낙지는 양념장에 들어가기 전 미리 살짝 익히는데 이때 요리사의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익히면 물컹해지고 덜 익히면 질겨서 먹기 힘들기 때문. 이 때문에 솜씨 좋은 숙련된 주방장이 힘쓰는 이유가 된 지 오래다.

하얀 속살이 많아 더 눈부신 왕새우찜. 붉은 양념과 함께 입안에 부드럽게 맴돌며 금방 사라진다. 매울 것 같지만 맵지 않은 낙지찜은 쫄깃 쫄깃 씹히는 맛이 입안에 착착 감긴다. 겉으로 보며 생각하는 맛과 실제로 씹는 맛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

야들 야들 오돌 오돌한 길고 긴 맛이 일품인 ‘가오리 무침회’

찜요리 전문집에 웬 무침회? 그러나 이유가 있다. 가오리는 ‘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라야 완전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찜’보다는 ‘회’가 본래의 맛을 더 찾아 준다. 가오리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단골들은 ‘찜’보다는 ‘무침회’를 더 자주 찾는다 게 주인장의 설명.

▲ 아는 사람만 찾고, 그 맛을 아는 사람만 먹는다는 요리 중의 요리 ‘가오리 무침회’.
ⓒ 전득렬
아는 사람만 찾고, 그 맛을 아는 사람만 먹는다는 요리 중의 요리 ‘가오리 무침회’. 다시마, 무, 부추, 실파, 오이와 버무려져 매콤한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더 강하다. 가오리는 그 특성상 칼 쓰는 방법도 다르다는데 가오리 원래의 살결과는 반대의 결로 회를 떠야 질기지 않고 오돌 오돌 씹히는 고유의 맛을 유지한다.

가오리는 끊어지는 맛이 없이 그 맛을 길게 가져간다. 숭컹 숭컹 먹히지 않고 다소 질긴 고기의 성질 때문에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그 느낌도 오래 간다. 목으로 완전히 넘어가기까지 가오리는 마지막 향긋한 맛까지 잡아주는 게 장점.

백송찜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도 많지만 ‘찜’의 특성상 야참 배달이 많은 곳. 배달 주문하는 곳이 어떤 곳인가. 1분 남짓 고민 후 배달을 시키는 냉혹한 선택은 맛이 없으면 주문도 배달도 없는 치열한 삶의 현장. 오늘도 ‘백송찜’에서는 손님과 배달 사이에 ‘찜’의 열전이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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