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배나들농원 홍문표씨와 아내 나은경씨
배나들농원 홍문표씨와 아내 나은경씨 ⓒ 강정호
농림부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2만여 가구가 귀농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6400여 가구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2002년(769가구)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30%가량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귀농은 실패 확률이 높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가르치지만, 1996년부터 최근까지 귀농교육을 받은 2000명 중 현재 농사짓는 가구는 700∼800명으로 여전히 성공률이 낮다.

실제로 농촌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만 끌린 도시인들의 경우 아무런 준비 없이 생소한 농촌 환경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치밀한 준비를 거쳐 귀농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 3리 '배나들농원' 홍문표(52)씨는 성공적인 귀농 사례로 꼽힌다.

홍씨는 의성출생으로 대구에서 거주하며 건설업에 종사하던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러나 큰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아내 나은경(45)씨와 두 딸을 데리고 정처 없이 헤매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지금 농원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한다.

"95년 사업 실패 후 가족들과 무작정 떠돌다 이곳에 들르게 되었는데 빼어난 경치와 맑은 물, 맑은 공기, 천혜의 자연환경에 반해 이곳에서 삭막한 도시와 사람들을 떠나 휴식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겠기에 우리 4가족이 눈 붙일 수 있는 집도 만들게 되고, 농사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국 친환경 농산물 품평회, 친환경농업대상 생산자 부문에서 우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성공한 벤처 농업경영인으로, 연 매출이 5억원이 넘는 '억대 농업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처음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농사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제가 막상 시작하려니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막막했습니다. 그리고 농사일에 대한 기초 자료도 너무나 부족했고, 간혹 있다고 해도 20~30년이 지난 오래된 자료들밖에 없어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죽기 살기로 밤잠 설쳐가며 책에 구멍이 뚫어질 정도로 쳐다보고 줄긋고 하면서 공부를 하며 농사일을 배워왔습니다."

100% 계약, 주문 생산하고 있는 유기농 고추장과 된장 항아리들
100% 계약, 주문 생산하고 있는 유기농 고추장과 된장 항아리들 ⓒ 강정호
실제로도 기자가 찾은 홍씨의 집, 거실에는 농업과 관련한 책들이 즐비했는데, 홍씨는 "아마 학창시절에 이정도 공부했으면 지금쯤 못해도 무슨 박사는 되어 있을 겁니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현재 홍씨는 아내와 함께 5만평 규모에서 유기농산물만 11가지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홍씨가 기존의 도·소매상과 직거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유인즉슨, '100% 계약재배'라는 맞춤형 농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주)노른자 쇼핑, 유기농협회 유통부, 대성산업, 김치업체 등 10여개 업체들로부터 선계약금 10%를 받고, 업체들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홍씨와 아내 나은경씨는 "우리는 내가 일하는 직장이 땅이라고 생각하고 내 직업이 농업경영인으로 생각합니다"라며 "그래서 도시에서 일할 때랑 똑같이 출·퇴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홍씨가 생산하는 배나들 무농약고추는 육묘상에서부터 온도·습도·영양상태에 맞춰 목초액으로 내병성을 키워나가며 농약 대신 자체적으로 생산한 천연녹즙과 한방영양제를 공급한다. 또 계란껍질 칼슘제·목초액 등을 생장단계에 따라 일정비율로 살포, 재배하는 무농약 농산물이다.

친환경 유기농 고추농사를 시작으로 현재는 유기농 콩, 기장, 수수, 율무, 들깨 등 웰빙식품 11가지 농사를 지을 정도로 농사일이 많아졌지만 아직 정부보조금도 안 받을 정도로 탄탄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유기농 고추를 기계에 넣기만 하면 단 한번에 고춧가루를 만들 수 있다
유기농 고추를 기계에 넣기만 하면 단 한번에 고춧가루를 만들 수 있다 ⓒ 강정호
"정부 보조금은 돈을 현찰로 주는 게 아니라 시설투자비용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기에 어차피 다 빚이 됩니다. 그렇게 빚을 내서 하기보다는 욕심안내고 우리 형편과 실정에 맞게끔 농사를 짓다보니, 솔직히 도시에서 시골 와서 우리는 돈 벌었습니다. 우리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지불해 줍니다. 저희는 농촌에 들어온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우리 두 딸들도 도시생활보다 지금의 시골생활에 만족해합니다. 자녀 교육에도 시골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성적도 좋아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농촌이 계속해서 고령화되다보니 그만큼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농사지을 수 있는 곳도 일손이 없어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노는 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노는 땅들을 찾아내서 유기농을 확산, 대량화 시켜내고 싶습니다.

유기농산물이 대량으로 생산되면 업체에도 대량으로 공급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해외로까지 우리의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한미FTA가 위기가 아닌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시사포커스 게재


#홍문표#귀농#배나들농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